'선구제' 전세사기특별법, 거부권에 폐기 전망… 남아있는 정부안은?

국토부 "개정 전이라도 LH 경매 신속 참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가결 관련 정부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후회수' 제도화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다음 22대 국회에서 다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 역시 재발의를 예고하고 있어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 달 문을 여는 22대 국회에서도 정부·여당과 야당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경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통과하자 정부는 즉시 거부권 행사 의향을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은 정부가 법안을 거부하면 22대 국회에서 또 다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충분한 협의와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면서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경·공매 등을 거쳐 임대인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다. 피해주택 매입을 요청해도 우선 공급받지 못한 피해자 등에 대해선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조항도 담겼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무주택 서민의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될 뿐 아니라 향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에 부담으로 전가된다"며 거부권 행사 의향을 밝혔다.

정부는 22대 국회에서 정부안을 반영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안은 본회의 표결 하루 전날 발표한 정부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고 경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이익도 돌려주는 것이 골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가 전날 내놓은 대안과 선구제후회수 방식 중 피해자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전날 논평을 통해 정부의 대책대로 지원을 받기 원하는 피해자는 그 방안대로, 보증금반환채권을 매각해 선구제 받기를 원하는 피해자는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채권매각대금을 받도록 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정부 안은 피해액수를 돌려주기 보다는 피해주택에서 우선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다양한 선택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22대 국회에서 정부안이든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든 특별법 개정안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의석 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도 특별법 개정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특별법 제정 1년 만에 정부 인정을 받은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1만7000명을 넘어섰으며 8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에도 서울 신촌, 수원 등지에서 전세사기 의심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피해자 수가 내년 5월까지 최대 3만6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는 오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즉각적인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특별법 개정은 절망의 벽 안에 갇힌 피해자들에게 숨 쉴 구멍이나 다름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민생을 강조했고 민생회복의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피해자들의 구조 요청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이 (선구제 후회수 법안을) 재발의한다면 정부가 내놓은 안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를 바란다"며 "국민들도 '선구제 후회수'라는 단어에 묻히지 않고 누가 어떤 과정으로 보상을 하는지 소상히 알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절차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 전이라도 신속하게 LH가 (피해주택) 경매에 참여해 주거안정을 빠르게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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