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기념사업회(이사장 최영관 전남대 명예교수)·호남영성연구원(이사장 서순복, 조선대 법학과 교수)이 28일 오후 광주YMCA 2층 백제관에서 ‘오방 최흥종의 환대와 광주정신’이라는 주제로 제3회 호남영성연구원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서순복 교수의 사회로, 최영관 이사장의 환영사, 발제 및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 최흥종의 ‘환대 영성’에 관해
먼저, ‘성서로 보는 오방 최흥종의 삶과 환대 영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성열 교수(호남신대 구약학)는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세계 최저 초저출산율과 급격한 인구 감소는 지방소멸과 국가소멸의 위기를 예견케 하고 있다”며 “출산율을 높여 인구 증가를 가능케 할 방법이 거의 없는 터에, 우리 사회에 꾸준히 유입되는 이주민들을 환대하고 그들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인구 증가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는 바, 기독교의 정경인 성서는 일관되게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 하나님의 환대를 강조함과 아울러 인간의 환대 실천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1880년에 태어나 1966년에 세상을 떠난 최흥종은 성서의 이러한 환대 주제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로 규정될 수 있다”며 “그 이유는 국권을 상실한 채로 살아가던 일제 시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환대를 실천함으로써, 광주 지역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고, 광주 공동체의 사회적 통합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의 환대 영성은 철저하게 성서의 가르침에 기초한 기독교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극한 환대 정신으로 여성 나환자를 섬겼던 포사이트 선교사의 신앙 열정에 감동한 그는, 회심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나님의 환대를 자신의 삶 속에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끝까지 고수하였다”고 했다.
강 교수는 “비록 그가 목사와 전도자와 선교사로, 그리고 투사와 사회운동가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는 했지만, 그 모든 것들은 사실상 유리 방황하는 빈민이나 나환자, 걸인, 결핵환자 등 한국사회의 밑바닥에서 고통과 절망에 시달리던 이들을 향한 환대의 실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최흥종) 또한 어린이와 여성, 농민, 노동자, 고통당하는 시베리아 동포 등의 사회적 약자 계층을 향한 환대의 실천에도 최선을 다하였다”며 “이를 위해 그는 도지사나 총독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YMCA나 신간회, 전남광주 건국준비위원회 등의 조직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그러한 모든 활동의 배후에는 성서의 가르침을 따라 환대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신앙인의 일관된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 까닭에 그는 자신의 호를 ‘오방’으로 정할 수 있었고, 세속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서 오방정에서 은둔의 삶을 살 수도 있었으며, 의연하게 사망통고서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낼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의 우리는 최흥종의 이러한 환대 영성을 본받아 하나님의 환대를 실천하는 일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특히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한국 사회의 인구 감소 추세를 늦추어주고 있는 이주민들을 향한 환대의 실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다’(롬 13:8)는 바울 사도의 가르침은 하나님의 환대를 사랑으로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율법을 성취한 자임을 강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어떻게 보면, 로마서 13장 10절의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는 말씀은 ‘(사랑의) 환대는 율법의 완성’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오늘 우리는 2009년에 광주광역시가 오방기념사업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남구 방림1동 주민센터에서 봉선2동 무등아파트 단지 입구까지의 1,185m 도로를 ‘오방로’(五放路)로 지정하여 그의 탁월한 환대 영성을 기리고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를 마음에 새기면서, 자신의 삶을 세우는 데에만 열중하는 지나친 탐욕을 억제하는 중에, 신구약성서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하나님의 환대를 성실하게 실천함으로써, 마침내는 ‘양과 염소의 비유’(마 25:31~46)가 강조하는 하나님의 구원에 이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인간중심주의적인 환대를 넘어서서 동물과 식물을 포함하는 다른 모든 생명체를 향한 환대를 이론적으로 정립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 세계인 우주를 향한 환대의 실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강성열 교수의 발제에 대해 박용범 교수(호신대)와 홍인화 공동대표(전 518기록관장)의 논평이 있었다.
박용범 교수는 “오방의 환대 영성은 오늘날 국가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을 환대하는 실천으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발제자의 제안이 참으로 그리스도교적이고 실제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간만이 아닌 창조세계의 모든 구성원과 우주를 향한 환대의 실천 가능성을 비전으로 제시한 점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적절한 미래적 전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방의 삶과 가르침에 나타난 창조 정의를 위한 흔적을 찾는 일은 앞으로의 연구 과제”라고 했다.
이어 홍인화 대표는 “지금은 ‘환대’가 필요한 시기다. 최흥종은 환대 경험으로 본인이 회심하고 나환자들과 걸인들뿐만 아니라 결핵 환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환대를 실천한 사람”이라며 “환대는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을 귀히 여기고 성서의 본을 따르던 오방의 환대 영성이 광주를 찾게 할 것”이라고 했다.
◇ 오방 최흥종, 광주 정신의 토대
두 번째로 ‘오방 최흥종의 환대의 영성과 광주정신’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종헌 목사(로고스문화교회)는 “광주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오방 최흥종 목사’이다. 우리는 오방 최흥종을 단순히 기독교의 목사로만 평가할 수 없다”며 “그가 남긴 삶과 정신은 오늘의 광주 정신의 토대가 되고 있다. 즉 그는 ‘광주의 아버지’이다. 오방은 1966년 5월 14일에 소천했지만, 그의 장례식은 5월 18일 광주 시민장으로 거행되었다. 5월 18일에 광주는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광주 공원에서 거행된 장례식에는 광주 인근의 걸인과 결핵환자 그리고 여수 나주 등에서 올라온 나환자들이 몰려왔다”며 “그들은 오방의 장례식에서 ‘아버지 아버지’하고 울부짖었으며 ‘아버지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갑니까’라고 탄식했다. 이렇게 그는 광주의 아버지로 불림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아울러 “오방은 자기를 부인하고, 우리 사회의 타자들을 환대했다. 즉 그는 주체의 탈주체화를 통해서 환대의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며 “오방의 환대의 정신이 80년 5월의 광주 정신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규명하면서 오늘의 광주가 환대의 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김종헌 목사의 발제에 대해 논평한 조정관 교수(전남대 정치외교학)는 “탈근대시대의 맥락에 서 있는 현재, 인구 150만 도시의 ‘정신’이 타자에 대한 배타 도구가 되면 안 된다는 데에 대하여 공감하며, 오늘의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에서, 광주의 도시 정신으로 “환대”를 최흥종으로부터 추출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는 이어서 질문과 토론 순서가 진행됐고, 이후 모든 일정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