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출간된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북로망스, 2024)의 저자 김도윤 작가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그는 서른 살 때부터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일을 시작했다. 13년간 1,0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 여러 개의 질문을 던져왔는데, 그중 제일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었다. “당신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말이다. 어떤 답이 나왔을까?
‘돈, 명예, 시간, 자유, 건강이 중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하나 던졌다. “만약 오늘 밤 당신이 세상을 떠난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싶나요?” 놀랍게도 그들은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그 대답은 앞에서 언급된 것들이 아니었고, ‘일이나 취미, 여행’도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몇 분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꼽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똑같았다. ‘돈, 명예, 시간’이 아닌 ‘사랑과 가족’ 말이다.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항공기 자살 테러 사건인 9·11 테러 때, 실제로 희생자들이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내가 있는 층에 불이 났어. 사랑하고 니콜에게도 사랑한다 전해줘. 여기서 내가 괜찮을지 모르겠어. 정말 사랑해.”
“지금은 괜찮은 거 같은데, 연기가 좀 많아요. 그냥 제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고 싶었어요. 안전해지면 전화할게요. 안녕, 엄마.”
“난 아무래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아. 넌 정말로 좋은 친구였어...”
“여보, 다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 만약 그렇게 안 되면... 당신 인생 즐겁게 살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당신 사랑하는 것 알지? 나중에 봐.”
모두가 눈물겨운 사랑의 말들을 남기고 떠났다.
2003년에 벌어진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그랬다. 방화로 인해 열차는 뼈대만 남을 정도로 타 버리고, 192명이 숨진 비극적인 사고였다. 당시 사망자들의 생존 당시 문자가 공개되어 전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든 적이 있다.
“미안하다. 가방이랑 신발 못 전하겠어. 돈가스도 해 주려고 했는데 미안. 내 딸아 사랑한다.”
“오빠가 잠시 급한 일이 생겨서 어디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들어가, 알았지? 사랑해!”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게 커야 해. 아빠가 미안해!”
“오늘 아침에 화내고 나와서 미안해. 진심이 아니었어. 자기야 사랑해, 영원히.”
화재 속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문자메시지 중 가장 많았던 내용은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이었다.
중국에서 마약사범으로 수감 되어 있던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떠나는 날 어머니 앞에서 큰절하면서 남긴 한 마디도 “어머니, 먼저 가서 죄송해요. 사랑해요!”였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중국이나, 전 세계 어디서나 우리 생의 마지막 순간 가장 소중한 건 사랑임을 잘 보여주는 실례들이다.
어차피 누구나가 다 맞이하게 될 생의 마지막 순간이거늘, 그날을 생각지 못한 채 아웅다웅 싸우고 원수지고 고소 고발하고, 심지어 살인하기까지 하는 게 미련한 인간들이다. 할 수만 있다면 “미안해!”라는 말 대신 “사랑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날 수 있음 좋겠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