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회지원율 감소, 실 아닌 득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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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목회자 지원율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국교회 양대 장로교단으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합동)과 통합(통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 향후 목회자 수급 차질에 대비해야 할 때다.

올해 합동의 강도사고시 응시자는 424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 대비 약 47%나 줄어든 수치다. 신학대학원 3년 과정을 마친 전도사가 목사 안수를 받기 전 단계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강도사고시 응시율이 최근 5년간 급감하면서 교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통합의 목사고시 응시생 수는 올해 처음으로 1000명 고지가 무너졌다. 2019년 1447명이었던 응시생 수가 올해 약 31% 감소한 997명으로 집계됐다. 통합은 올해 처음 목사고시에 응시한 사람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5명이고, 절반 이상이 재시험을 보는 응시생이었다는 점에서 교단의 목사 수급에 빨간 불이 커졌다.

과거 주요 교단 신학대학원(신대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재수, 삼수는 기본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신대원 입학시험이 변호사·의사 고시에 견줄 만큼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등용문 자체가 비좁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몇 개 교단 신학교를 빼고는 거의 정원을 채우기가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국내 최대 교단 신학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목회학석사(M.Div.)과정 신입생 모집에 미달사태가 벌어졌다는 건 지금이 각 신학교가 처한 현실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건 합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교단 신학교가 이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감신대 신대원과 한신대 신대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침신대, 서울신대, 성결대, 한세대 신대원 등도 마찬가지다. 통합 교단 신학교인 장신대 신대원의 경우 아직 미달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곧 그런 현실에 직면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각 교단의 목회자 지원 추세가 이처럼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 요인으로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를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 하락에 따른 MZ 세대들의 소명감 상실 등을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우리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여파를 한국교회라고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적인 현상이고 사회적인 추세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특히 교회에 대해 실망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목회 지원자까지 소명의식을 버리고 세속의 직업으로 전환하는데 교단이 수수방관해선 안 될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엔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 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소명 의식의 결여 문제다. 각 신학대 교수들은 목회 지원자들이 과거엔 목회자의 직분을 소명과 헌신의 개념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직업의 개념으로 바뀐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직업적 관점에서 목회자가 그리 매력적인 직업인으로 비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목회자를 직분이 아닌 직업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성직자 또한 수많은 직종 중 하나의 직업인이 될 수밖에 없다. 성직자가 아닌 스피치 강사가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교양강좌를 한 시간 때우고 내려간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이 무슨 수로 성도들의 영적 갈급함을 채워주겠는가. 교단과 신학교들이 사명감이 있는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고 양성하는 데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온 힘을 쏟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대원에 입학하는 목사후보생이 줄어들고 강도사 목사고시 응시자가 급감하면 각 교단마다 목회자 수급에 차질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양적인 개념에서 교단의 목회자 수급 차질은 걱정스럽지만 반대로 양질의 목회자를 배양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되려 한국교회의 건강성이 신장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한때 목회자가 되겠다고 지원하는 학생들을 각 신학교가 다 수용할 수 없어 걱정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방만한 운영, 부실 경영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목회자가 되겠다며 신학교에 들어오려는 모든 이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뚜렷한 소명의식 없이 직업적으로 목사직을 택한 사람들이 목사 안수를 받은 후 한국교회에 입힌 피해 또한 적지 않다.

목회자 지원자가 넘쳐난다고 그것이 곧 신학교 운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교육부 인가 신학교의 경우, 해마다 뽑아야 할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운영에 보탬이 되는 건 사실 그리 없다. 우수한 인재를 가려서 발굴하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정원 미달은 다르다. 곧바로 신학교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어서 교단 목사(강도사)고시 응시율이 줄어드는 등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이것이 신학교 지원을 기피하고 목회자 지원율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면 교단이 부단히 자성하고 개혁과 갱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저출산 등 자연적인 감소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한 때 신학교와 교단이 소명의식 없이 직업적으로 목사가 되려는 소위 무자격자들의 신분 세탁소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럴수록 불필요한 군살을 빼고 신학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오늘의 위기가 장차 한국교회에 실이 아닌 득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