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회가 5년만에 새 수장을 맞이하며 그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마련된 '일치와 화합의 자리'에서 김선도 전 감독회장은 "예수님도 제자들과 배 타고 기적을 행하시고 풍랑을 잠잠케 하셨듯 이 교회는 큰 함대와 같다"고 강조하며 이날 공식 취임한 전용재 새 감독회장과 감리교회를 향해 축복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감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정동제일교회(담임 송기성 목사)에서 제30회 총회 '임시총회' 열어 전용재(64·불꽃교회) 감독회장과 서울남연회 임준택(65·대림교회) 감독, 동부연회 이철(60·강릉중앙교회) 감독의 취임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여곡절 끝에 5년만에 새 감독회장을 맞이한다는 사실에서 일까, 총대와 취재진을 비롯해 수많은 성도들까지 몰리면서 행사장은 발디딜 곳도 없이 꽉 찼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자리가 부족해 2시간 이상을 서서 행사를 지켜보는 이들도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서울연회 김영헌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제27대 감독회장 취임 및 성루남·동부연회 감독 이·취임식'은 시종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하게 진행됐다.
오후 2시가 되자 기수단을 앞세운 가운데 의장인 전용재 신임 감독회장을 필두로 서기와 부서기가 뒤를 이어 입장하고, 총회 개회 선언과 함께 본 행사의 문이 열렸다.
남선교회전국연합회장 한재룡 장로의 기도에 이어 설교를 전한 김기택 전 임시감독회장은 고린도후서 5장17~19절을 본문으로 '함께 웃는 감리교회'란 주제로 "우리 감리회 모든 교역자와 평신도들의 감리교회를 향한 사랑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다 똑같다는 것을 느겼다"면서 자신이 임시감독직에 있었던 지난 1년 간의 소회(所懷)를 풀었다.
김 전 임시감독회장은 "주님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우리를 화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이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며 "기감의 존재 목적도 이것이며 이 용서와 화목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조직과 감독회장도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화목한 감리회 된다면 우리 문제 하나하나 해결되고 감리회 새역사가 시작될 것이다"고 축원했다.
제21대 감독회장을 지낸 김선도 감독은 '취임감독에게 부탁하는 말씀'을 통해 "요한웨슬레는 '세계는 나의 교구'라 했다. 이 시대는 세계가 내 교구 안에 있는 시대 됐다"며 "세계는 큰 바다 위 전용재 호라는 큰 항공모함과 함께 세계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고 선언한 뒤 전 감독회장에게 함장으로서 ▲진리의 '나침반' ▲모든 정황을 살피는 '레이더' ▲멀리바랄 볼 수 있는 '망원경' 등 이 3가지를 고려해서 감리교회를 이끌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또 함장(감독회장)과 함께 배를탄 감리교도들은 ▲관계성 ▲커넥션 ▲헌신 등 이 3가지를 기억해서 "모두가 기도하는 가운데 승리하자"고 말했다.
이날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축사였다. 감리교회가 모처럼 맞이하는 새 수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에큐메니칼(일치·화합) 정신에 입각해 성공회와 장로회 등 다른 교파 수장들이 함께 했다.
대한성공회 전국의회의장인 김근상 주교는 "크게 웃는 감리교회가 되길 바란다"며 "주교(bishop)의 어원이 히브리어·희랍어 '하늘에서 본다'는 뜻에서 나온 것처럼 일상과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이들의 선택이 하늘이 보는 세상이라 생각하고 모두 박수 쳐주고 성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인 손달익 목사는 "기감의 역사는 한국교회사 그 자체일뿐 아니라 우리 민족 근대사와 맞닿은 자랑스런 역사다"고 의미를 전하고 "새 감독회장의 탁월한 지도력 아래 기감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큰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한다"고 축사했다.
기감 목사로서 감회가 남다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특별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세 분의 모습을 보니 '비 온 후 햇살 비친 듯' 눈부시다"며 "소명 받은 자로서 사명 잘 감당하고 하나님께서 '잘했다'고 칭찬하시는 음성 든기 바란다"고 당부한 후 "5년 동안 고통스런 지난날을 잘 극복한 감리교인들의 위기관리능력과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 위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실 것이다"고 축원했다.
중부연회 고신일 감독의 '성별의 기도'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오른 전용재 감독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감독회장 출마하면서 갈라지고 분열된 감리교를 하나 되게 하기 위해 기도하고 고민했다"며 "고질적으로 괴롭혀온 학연과 계파 문제에 대해 가슴을 맞대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어 전 감독회장은 "앞으로 제가 관여하는 정책과 행정, 인사에 주목해 달라"면서 "원칙이 있고 올바른 지도력 통해 화합 정신 드러나도록 모든 일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정 감리교회 변화와 개혁, 혁신 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며 "쉽지 않겠지만 소명감과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도하면서 확실히 바꿀 때까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감독회장은 "120년 감리교 역사에 어울리는 위상도 바로 세워나갈 것"을 천명하고 "세상에 따라가는 감리교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감리교가 되어서 세계 속 자랑스럽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감리교로 만들겠다"는 각오와 함께 "하나님 기뻐하시고 역사에 길이 빛나는 감리교를 만들기 위해 (성도)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시간30분을 훌쩍 넘기며 이어진 이날 이·취임식 및 임시총회에서는 성찬식을 통해 전교인들이 함께 주님의 희생과 은혜를 묵상했고 정계와 재계, 교계에서 많은 인사들이 참석 또는 축하화환을 통해 감리교회의 발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