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가 12일 ‘인간의 결정인가, 하나님의 섭리인가?’(왕상 12:12~17)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서 박사는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통일왕국을 이루었다가 솔로몬 사후 나라가 북쪽 이스라엘과 남쪽 유다왕국으로 갈라진다”며 “12지파 가운데 10지파는 이스라엘에 속하고 유다 지파와 벤냐민 지파만 유다왕국에 속한다. 이후 북이스라엘은 잦은 정변과 우상숭배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건국 후 약 200년 만에 앗시리아 대군에 의해 멸망당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상실하여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이어 “반면 다윗의 혈통을 이은 유다왕국은 70년간 바벨론 포로기를 거침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한다”며 “흔히 이스라엘 사람들을 가리켜 유대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12지파 가운데 유다 지파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본문은 솔로몬을 이어 왕이 된 르호보암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나라가 갈라진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며 “솔로몬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였던 여로보암이 돌아와 백성들을 모으고 르호보암왕에게 나아와 백성들의 고역을 덜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한 “르호보암은 아버지 솔로몬을 모셨던 원로들의 지혜로운 충고를 물리치고 자신을 받드는 젊은 신하들의 조언에 따라 포악한 말로 여로보암과 백성들의 요구를 거절한다”며 “이에 여로보암은 북쪽 10개 지파를 모아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어 르호보암을 대적한다”고 했다.
그는 “누가 보아도 어리석은, 르호보암 왕이 내린 결정의 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르호보암의 마음이 그의 아버지 솔로몬이 왕이 되었을 때 품었던 마음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라며 “솔로몬은 부친 다윗을 이어 왕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 ‘나는 어린아이입니다. 내게 듣는 마음을 주십시오’라는 기도를 하였고 이 기도가 하나님 마음에 꼭 들었다(왕상 3:9~10)”고 했다.
이어 “그렇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많은 신하를 거느린 왕은 자칫하면 독선과 독단에 빠지기 쉽다”며 “그러면 자신뿐 아니라 온 나라를 불행하게 만든다. 이에 솔로몬은 여러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하나님께 구했고 이것이 그가 전무후무한 지혜의 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왕상 3:12)”이라고 했다.
그러나 “르호보암은 왕이 되자 아버지 솔로몬의 영향에서 벗어나 왕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은 마음에 솔로몬을 모셨던 원로들의 지혜로운 충고를 무시하고 자기 말을 잘 듣는 또래 신하들의 조언에 따른다”며 “그 결과는 위에서 본대로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사악한 여로보암이 왕이 되어 결국은 이스라엘 10개 지파가 지상에서 사라지는 엄청난 불행을 초래한 것”이라고 했다.
서 박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대한 결정의 갈림길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때가 많다”며 “하나님께서 꿈이나 영감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직접 알려주시면 좋겠지만 대부분 우리 주위의 사람들을 통해 알려주신다. 우리에게 솔로몬이 구한 ‘듣고 분별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많은 개인적 실패의 경험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통해 절감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성경은 르호보암의 어리석은 결정이 결국은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이며 솔로몬왕이 말년에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일에 대한 심판이라고 한다(왕상 11:11~13, 12:5)”며 “여기에서 우리는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인간에 의해 결정되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섭리에 따르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비록 르호보암의 결정이 그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결국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졌음을 보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는 데 우리가 선하게 쓰임 받기를 축원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