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0년간 하나님의 은혜로 전례 없는 부흥을 경험한 한국교회는 얼마 전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모양새다. 교회의 세속화와 영적 침체, 교인 수 감소와 일부 지도층의 일탈 행위, 세상과의 소통 부재와 다음세대의 탈종교·탈교회 현상, 사회적 영향력 하락 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팬데믹 이후 교세의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넘을 수 없는 절벽을 마주한 것과 같은 한국교회의 위기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의미 있는 신학포럼이 최근 열렸다.
㈔누가선교회와 한국신학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한국신학포럼(대회장 김성만 목사)이 9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한국교회 140년, 절벽을 마주하다’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250여 명의 목회자와 선교사, 신학자, 평신도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본질에서 멀어진 한국교회에 회개와 반성을 촉구하고, 성령의 도우심 안에서 본질 회복과 실천적 행동이 강조됐다. 행사는 한국아가페기독여성협의회,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세계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누가서울줄기세포병원, 한국종교개혁세미나회가 공동 주관했다.
대회장 김성만 목사(누가선교회 대표회장, 한국신학연합회 대표회장)는 개회사에서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특히 팬데믹 이후 많은 과제에 직면하게 된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신학적 논의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신학적, 목회적 도전 과제들을 주제로 한국교회의 훌륭한 지도자들과 소장 학자들, 목회 현장의 소리를 듣고자 한다. 한국신학포럼을 통한 연구와 발제가 한국교회를 향한 주님의 뜻을 외치는 광야의 소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부 예배는 김성만 목사의 인도와 개회사에 이어 안상숙 권사(한국아가페기독여성협의회 회장)의 대표기도, 주대철 전도사(누가신대원 회장)의 성경봉독, 안주훈 목사(대전신대 총장직무대행)의 설교, 박춘희 권사(누가선교회 법인이사)의 헌금기도, 임찬양 목사(7천명 4개국어 찬송부르기선교회)의 인도로 찬양이 있었다.
안주훈 목사는 이날 ‘십자가의 능력’(롬 12:1~3)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한국교회가 변화되려면 먼저 예배가 회복돼야 하고, 세계화·지방화·정보화·여성화·복지화 등 21세기의 5가지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수도 진보도 아닌 복음적 감격으로, 믿음의 분량대로 십자가의 감격과 부활의 은혜로 승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목사는 또 “신학 없는 교회가 의미 없고, 교회 없는 신학도 의미 없다”며 “한국신학포럼이 이 땅과 민족에 꼭 필요한 포럼이 되고, 복음의 가치와 말씀의 능력이 있는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피종진 목사(세계복음화협의회 총재)는 권면을 통해 예배 회복과 젊은 세대로의 신앙 전수를 강조하며 “이 신학포럼 자리에서 성령이 지펴지는 역사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고, 곧이어 이여백 목사(주사랑선교교회), 손영철 목사(세계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박주환 목사(누가독립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 강영준 목사(예장합동연합총회 대표회장)가 각각 ‘나라와 민족’, ‘세계선교’, ‘국내선교’, ‘신학포럼 비전’을 위해 기도를 인도했다.
축사를 전한 장상근 서울바이오의원 원장(누가선교회 이사)은 전 세계에서 의료봉사를 하게 된 간증과 함께 한국교회의 방향을 모색하는 신학포럼의 개최를 축하했고, 윤영환 목사(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원장, 누가선교회 이사장)는 “지혜롭고 명철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님을 더 알고 순종(잠 9:9~10)하는 여러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엄신형 목사(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한국교회, 위기 극복 어떻게?
제2부 신학포럼은 김성훈 박사(기쁨의교회)의 사회로 탁명진 박사(한국신학연합회 직전 대표회장)의 기도에 이어, 민경배 박사(연세대 명예교수, 전 서울장신대 총장)의 발제와 박요한 박사(전 대전신대 교수)의 논찬, 정일웅 박사(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전 총신대 총장)의 발제와 주도홍 박사(백석대 신학연구소장, 전 백석대 부총장)의 논찬, 이승열 박사(예원국제대 교수)의 발제와 박신배 박사(전 강서대 총장)의 논찬으로 이어졌다.
‘한국기독교회사 –세계사적 전기’라는 주제로 발제한 민경배 박사는 “한국기독교회사는 중요한 전기들을 통해 세계사적 연맥을 거치는 특별한 길을 걸어왔다”면서 “1882년 한국 근대화의 ‘창세기’ 때는 군의 근대화와 임오군란, 세계에서 제일 강한 미국과의 한미수호조약이 있었고, 태극기의 창제와 최초 성경번역 간행, 그리피스의 한국 최초 근대식 한국관계 저서 간행 등이 있었다. (여기서 보듯) 우리는 어둡고 어려운 데서 새아침을 맞는 창세기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태극기와 성경을 만들었던 선교민족이었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민경배 박사는 “의료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와 세계 거대 기독교회로 부상한 1907년 평양 성령 대부흥운동, 한국의 ‘출애굽기’와 같은 3.1독립운동, 세계경제공황과 세계대전, 일제와 공산당의 기독교 박해 등 여러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한국교회가 창조적이고 진취적으로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한국을 일으키고 세계적인 교회가 되었다”라며 “기독교회 국가인 한국 역시 세계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요한 교수는 논찬에서 “한국기독교 100년의 역사는 그야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하나님의 엄청난 섭리 가운데 세계적 유례가 없는 교회 부흥을 이뤘고, 100년이 끝나고 40년 동안은 쇠퇴했다고 이야기 한다”라며 “선조들이 보여준 순교 정신과 세계 2위 선교대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교회가 새롭게 재건되려면, 자랑스러운 교회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한 의식화 작업이 필요하고, 교회론에 대한 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 참된 제자도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과 세계복음화를 위해 1907년 한반도에 불어닥쳤던 강력한 성령의 바람이 다시 한번 휘몰아쳐 오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믿음 소망 사랑의 신앙 본질에서 본 한국교회 구원 신앙의 반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정일웅 박사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루터가 중세 카톨릭 교회의 선행 구원론에 대항하여 주장한 이신칭의 명제를 오늘날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믿음, 소망, 사랑’의 신앙 본질의 회복을 통하여 믿음과 행함의 분리 문제 극복과 비본질적 논쟁으로 분열했던 과거를 이기고 새로운 교회 연합의 가능성을 열고자 했다.
정 박사는 특히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구원론에서 두드러지는 ‘믿음, 소망, 사랑’을 연결한 통전적 구원신앙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분부한 복음전파의 핵심 주제이고, 초대교회 사도들이 이해하고 전파했던 복음의 진수이며, 사도바울과 교부 시대 어거스틴을 통해 이어져 온 역사적인 기독교 신앙 본질의 구원론”이라면서 “종교개혁 이후 17세기 신학자 얀 아모스 코메니우스 역시, 성경 66권 어느 것도 ‘믿음, 소망, 사랑’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고, 믿음만이 아니라 믿음으로 시작하여 언제나 소망과 사랑으로 순환되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믿음, 소망, 사랑의 신앙 본질로 이해한 구원론’은 루터가 오해했던 대로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성령의 은혜 아래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응답이며, 역사적으로 이어진 신앙 본질의 구원론임을 확인해 준다”고 말하고 “이는 지금 한국교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기에, ‘믿음, 소망, 사랑’의 신앙 본질의 회복을 통해 구원신앙의 원동력 회복과 역동성의 발휘로 교회를 새롭게 하는 일에 기여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주도홍 교수는 논찬에서 “코메니우스는 실천적이고 목회적 관점에서 양자택일이 아닌 믿음, 소망, 사랑의 칭의와 성화를 동시에 내세우면서 총체적 구원론을 보여준다. 루터도 ‘구원은 여정 가운데 있다. 성도는 의로워진 자이면서 동시에 의롭게 되어가는 자’라고 말했다”라며 “한국교회는 통전적 구원을 향한 역사의 교훈을 받아 믿음, 소망, 사랑에 확고히 서서 아름다운 공동체적 신앙의 열매를 맺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인구절벽을 마주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 –다양한 접근으로 방향성 제시’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승열 교수는 2024년 여성 한 명의 합계 출산율이 0.68이며, 1년에 평균 1만 5천여 명이 자살하는 시대에 인구절벽의 원인으로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집값 상승 등 현실적 요인 △식습관에 의한 불임과 늦은 결혼과 출산 등 생물학적 요인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고 가정의 가치에 대한 변화 등 문화적 요인 △지나친 경쟁 사회, 극단적 비교사회, 물질만능주의 등 정신적 요인 △청년 세대의 이기심에 기초한 개인주의 성향과 물질만능주의 등 성경(딤후 3:1~2)적 접근 방식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구절벽 시대에 교회는 △이주민 정책이 필수가 되면서 이주민 선교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하고(선교적 방향성)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뜻있는 부모와 사명의식을 가진 교회에서 대안학교, 홈스쿨링 등으로 전인교육을 하며(윤리적 방향성) △사행심을 조장하고 싱글들의 삶을 응원하는 프로그램, 비정상적 삼각관계를 부추기는 드라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보도와 기사, 자유분방한 성문화, 동성애를 지원하는 정치 이념 등 가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대중문화와의 싸움을 해야 하고(문화적 방향성) △성령이 충만한 교회와 예배, 성도, 기도로 하는 ‘생명목회’와 교회 간식부터 자연적 먹거리로 바꾸어 ‘생명의 음식’을 제공하며, 다음세대에 올인하고 젊은 가정들과 교회가 함께 자녀를 키우는 공동체 구조로 만드는 등 ‘사람’을 세워야 한다(목회적 방향성)고 제안했다.
박신배 교수는 논찬에서 “한국교회 인구문제는 다니엘같이 비전을 보고 요셉같이 꿈을 보고 앞날을 내다보는 영적인 사람을 통해 풀린다고 생각한다”며 “신학대, 신학교, 기독교대학에서 오늘 제시된 영적 해결책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가 한국교회의 절벽 문제와 상통하기 때문에 결국 교회가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앞장서서 움직여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회개와 부흥, 각성 운동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 논평을 한 최흥영 박사(한국신학연구원 원장)는 이날 “한국교회가 앞으로도 순교적인 마음 자세로, 또 본질적인 신앙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교회가 고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믿음, 소망, 사랑의 본질을 찾고, 실천적인 목회에 게으르지 않으며, 성령을 통해 한 몸처럼 정확하게 선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시대에 함께 절벽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본질적 마음으로 성령을 통해 이 일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박사를 좌장으로 패널로 윤사무엘 박사(겟세마네신학교 총장), 박만진 박사(전 한교연 총무협의회 회장), 최성대 박사(기독학술원 교수), 홍순원 박사(협성대학교 교수)가 각각 토의했으며, 이종득 장로(국제선교협의회 이사장)의 폐회기도 등으로 일정을 마쳤다.
㈔누가선교회와 한국신학연합회는 앞으로도 매년 한 차례 한국신학포럼을 개최하여, 한국교회의 연합과 변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신학적, 목회적 노력에 앞장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