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총회에서 동성애자 목사안수를 허락하는 등 친동성애 노선으로 급격히 기운데 따른 후폭풍이 심상치가 않다. UMC 내 한인총회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음에도 국내 감리교 관련 단체들은 “동성애를 허용하는 교단과는 함께할 수 없다”라며 “UMC와 절연하라”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를 압박하고 나섰다.
UMC는 지난 1일 열린 총회에서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조항’을 폐지했다.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조항은 UMC가 지난 40년 동안 숱한 논란 속에서 끈질기게 지켜온 일종의 불문율과도 같았다는 점에서 감리교 신학과 정체성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상징성이 있는 장정 규정을 전격 폐지한 것도 문제지만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성경의 가르침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결정에 따른 파장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이번 UMC 총회의 동성애와 관련한 주요 결의는 △“성적지향이나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 자유, 보호를 지지한다”고 선언(사회생활원칙 개정) △동성 결혼식이나 결혼식 주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성직자에 대한 무급 정직 1년 이상의 의무적 처벌 조항 삭제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조항 삭제 △교단 사회생활원칙에서 “동성애의 실천은… 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 문구 삭제 등이다.
여기서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조항 삭제’와 ‘동성애의 실천은… 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는 문구를 빼버린 것이다. ‘동성애자 목사안수 금지 조항’을 삭제한 건 다른 말로 바꾸면 앞으로 교단이 동성애 목사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동성애의 실천은… 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도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성경의 가르침과 배치돼 산하 교회와 교인들에게 미칠 충격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UMC 내 한인교회 총회를 비롯, 한인선교구, 한인목회강화협의회 등 관련 단체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3일 발표한 공동 목회서신에서 이번 총회의 성 소수자 관련 결정에 대해 “제한 규정을 없앴을 뿐, 지지하기 위한 결정이 아님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총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제한 규정을 없애면서 이를 지지하는 문구로 대체하지 않기로 한 것에 방점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이 밝힌 대로라면 UMC는 그동안 성 소수자들이 교단 내에서 안수를 받는 과정에서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장정의 일부 항목을 개정한 것이지, 결코 그들을 지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란 설명이다. 하지만 성경을 기반으로 한 교단의 교리와 신학에서 40년간이나 금지한 동성애를 ‘차별’이란 인위적인 잣대로 판단한 데 따른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성소수자에 대한 제한 규정을 없앴을 뿐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도 논리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교통법규는 도로에서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규범이다. 그런데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이들을 막을 규정이 없으면 도로는 무법천지가 되고 그 피해가 법규를 잘 지키는 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교회법(장정)도 마찬가지다. 성경에 명시된 죄를 범한 이들에 대해 교회가 방임하고 감싸면 교회가 세속에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UMC 총회에서 촉발된 동성애 파장이 미국을 넘어 한국 감리교회로 퍼지는 분위기다. 감리교회바로세우기연대(감바연),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감거협), 웨슬리안성결운동본부(웨성본) 등 국내 감리교 관련 3개 단체는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기감을 향해 “미 연합감리회와 교류를 속히 단절하라”고 촉구했다. 이 세 단체는 “동성애는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정서상의 문제가 아니라 변개할 수 없는 진리의 문제로서 동성애는 분명한 죄”라며 “한국 감리교회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미 연합감리회와 더 이상 함께 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한국의 기감 교단은 UMC에 소속된 교단이 아니므로 UMC 총회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양 교단 인사가 총회 때마다 상호 방문하는 등 긴밀한 교류를 이어온 전례가 UMC가 친 동성애로 기운 이후에도 그대로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교단 내부에서 계속해서 부정적인 여론이 분출할 경우 교단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감 관련 3개 단체가 교단을 향해 UMC 총회와 관계를 끊으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다른 게 아니다. 이들이 줄곧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기감이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의 공통분모가 동성애 옹호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장로교회와 미 연합감리교회는 130년 전 한국에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를 파송한 교단으로 한국교회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미국교회가 동성애 목사안수를 허용하는 등 친 동성애 기류로 흐르면서 양국 교회 간에도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미 양국 교회가 지난 1세기 동안 이어온 깊은 영적 교제가 ‘동성애’를 사이에 두고 갈라지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복음의 진리를 수호 측면에서 친소관계는 오히려 장애물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선택과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