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교회와 거꾸로 가는 NCCK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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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등 기독교계와 정반대되는 행보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내부에서까지 문제가 된 NCCK 인권센터가 이번엔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규탄하고 나서 다시 구설에 싸였다. 교계 반동성애 단체들은 NCCK에 참여하는 교단을 향해 “인권센터를 NCCK에서 퇴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재석의원 60명 중 찬성 60명, 반대 0명, 기권 0명)을 가결했다. 충남에 이어 두 번째고, 2012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2년 만이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조례 폐지 결정은 지난해 발생한 ‘서이초 교사 투신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가 교사들의 교권을 위축시켰다는 논란이 촉발된 뒤 9개월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조례가 지나치게 학생 인권 보장에 편중된 데다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등 사실상 ‘차별금지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태생적 문제점으로 인해 제정 초기부터 폐지 요구가 빗발쳤다.

그런 학생인권조례 폐지 결정에 NCCK 인권센터가 또 딴지를 걸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폐지 당일인 26일에 “학생의 인권은 폐지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비판하더니 지난 29일엔 직접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항의 농성 천막에까지 찾아가 서울시의회의 결정을 규탄했다.

NCCK 인권센터는 성명에서 “노동자,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이제 학생들 인권마저 훼손하고 있다”며 “참으로 참담하고 비극적”이라고 했다. 이어 “나이, 성별, 국적 등 모든 것을 떠나 삶의 존귀함은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인권센터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조례와 아무 관련도 없는 “노동자 장애인 인권 유린”까지 거론한 건 좀 다른 뜻으로 해석된다. 즉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결정을 현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억지로 꿰맞추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서이초 교사 투신 사망 사건으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게 된 게 현 정부 탓일 리 없다. 굳이 정치적 해석을 한다면 진보 교육감들에 의해 만들어진 조례의 폐해를 알게 된 시·도민을 대표해 시·도의회가 폐지를 결정한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NCCK 인권센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몇몇 교회의 목소리는 결코 신앙의 메시지가 아니”라고 했다. 또 “얼마 되지 않는 몇몇 소수의 과대표된 목소리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교계 전반의 목소리와 폐지청구안을 제출하는 데 앞장선 기독교계 시민단체들을 반 신앙적인 소수로 규정해 몰아세운 것이다.

조례 폐지를 놓고 찬반 의견을 말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관점에 따라 각자의 생각과 주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 내 견해와 다르다고 이를 신앙의 메시지가 아니라 하고, 또 소수라며 무시하는 건 오만이고 영적인 독선이다.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다 틀렸다는 생각이 한국교회 사분오열 분열의 씨앗이 된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굳이 숫자를 따지자면 NCCK야말로 한국교회 소수집단이 아닌가.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이런 논리야말로 에큐메니칼 정신에 어긋난다는 쓴소리를 들어도 싸다.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기감·기장·예장 통합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반대 목회자 연대’는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에서 NCCK를 향해 “더 이상 기독교 연합단체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반성경적 인권 주장에 동조한다”며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에 발맞추어 당장 폐지하라”고 했다. 이어 “예장 통합은 이번 109회 총회에서 NCCK 총무를 소환하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라”며 “기감과 정책적으로 연대하여 NCCK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CCK는 인권센터가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마다 매번 똑같은 말로 방어에 나서 왔다. 차별금지법 찬반 논란 때도,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기감의 이동환 목사 재판 때도 NCCK 인권센터가 NCCK 산하에 있지만, 독립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자체 기구임을 인정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 당연시 하는 건 자기 부인이자 NCCK 스스로 모순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예장 통합과 기감은 NCCK 100년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심 교단이다. 그러나 NCCK 내부에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교단 총회에서까지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이들 교단 목회자들이 주축이 된 반(反) 차별금지법·동성애단체가 자기 교단을 향해 NCCK를 탈퇴하라고 요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NCCK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동안 NCCK 인권센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국교회 전체 정서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100주년을 맞은 NCCK의 오늘과 앞날에 결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없다. 안고 갈 것인지 정리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NCCK가 자체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요 교단으로 하여금 NCCK를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NCCK 100년 역사에서 가장 후회할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