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계-통일부 정례협의회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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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기독교계와 정례협의회 체제를 가동한 후 그 첫 회의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있었다. 이날 통일부 김영호 장관 등 통일부 실무자들과 예장 통합, 고신, 개혁 등 8명의 교단 총무(사무총장)들 간에 정부의 통일정책과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통일부-기독교 정례협의회가 공식 출범한 건 지난해 12월 13일이다.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요청할 목적으로 통일부가 기독교계와의 소통에 나선 건데 그 첫 회의가 출범 후 4개월이 지나서야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통일부는 출범 당시 참석한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무들에게 협의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 석방을 위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을 전하며 개신교계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교단 총무들은 안보의 위협이 가중되고 분단이 고착화하는 현실에서 국민적 통일 의지의 약화를 우려하며 한국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또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돕는 일 등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일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가 개신교계와 정례적인 협의체를 가동하게 된 건 정부와 종교계 간의 소통에 주안점이 있다. 하지만 기독교뿐 아니라 불교, 천주교 등과도 비슷한 정례모임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독교계에만 특별한 방점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한국교회가 선교 140주년을 맞기까지 남북한 평화 통일을 위한 기도와 실천에 앞장서는 등 민간 차원의 통일 운동을 주도해온 것에 통일부가 주목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첫 협의회 자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한국교회는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했다”며 교계의 평화 통일 운동을 높이 평가했다.

김 장관은 “국민의 통일 인식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통일을 위한 작은 실천들을 해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통일을 위한 기도와 사역, 봉사와 헌신들이 하나하나 모여 통일을 위한 큰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수장으로서 이번 정례협의회가 정부와 기독교계 간의 거리는 좁히고 자유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공감대는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이날 “올해는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님들이 북한에 억류된 지 10년째 되는 해”라며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 문제를 언급했다. “정부가 자국민 보호라는 확고한 원칙과 책임감 아래, 억류된 분들의 건강과 생사 확인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억류된 선교사들과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억하고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해 온 교계로서는 정부의 이런 노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정부의 노력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협의회 자리에서 좀 더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나온다면 좋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바라는 건 성급한 통일 낙관론이나 북한과의 직접적인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게 아니다. 역대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한 물자를 오로지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부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몽상적인 접근이야말로 통일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독교계가 정부에 바라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일관성 있는 대북·통일 정책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널뛰듯 정책이 바뀌면서 한국교회 등 민간 차원에서 추진했던 모든 노력들이 소포로 돌아가게 해선 안 될 것이다.

통일 해법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독일교회다. 독일교회는 동·서독 통일을 위해 요일과 시간을 정해 지속적으로 기도했을 뿐 아니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통일을 위한 화해 노력을 꾸준히 기울였다. 여기에 서독 정부의 일관된 평화 통일정책이 밑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신뢰하기 힘든 체제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마음에 품어야 할 대상은 북한 주민이지 김정은 3대 세습 독재정권이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이를 간과함으로써 통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말았다.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북한 당국자가 아닌 북한 동포에 맞춰져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북한 동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그들에게 줘야 지금의 고난을 견디며 통일의 날을 기다리지 않겠나 말이다.

남북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일관된 기도 제목으로 기도해 온 한국교회로서는 통일부와의 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있다. 따라서 모임 자체에 의미를 둔 형식적인 협의체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정부와 교회가 각자의 위치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함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해 내는 생산적인 협의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