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임원택)가 27일 지구촌교회(담임 최성은 목사) 분당채플에서 ‘복음, 부흥, 민족’이라는 주제로 제82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피영민 총장(한국침신대)이 ‘복음에 대한 이해가 충돌되는 영역들’ △박용규 박사(총신대 명예교수)가 ‘복음, 부흥, 민족: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인간의 의지가 구원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피영민 총장은 “복음주의 안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 복음의 사실적 측면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복음의 체험적인 측면에 관해서는 이해가 충돌되는 영역이 많은 것”이라며 “복음의 이해와 체험에 관한 충돌이 일어나는 영역은 많이 있지만, 주로 세 가지 영역에 국한된다”고 했다.
피 총장은 “먼저, 인간의 의지가 구원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문제”라며 “이 문제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구별되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할 때 세 집단과는 단절하였다. 첫째는 인문주의자들이었고, 둘째는 신령주의를 추구하는 급진 종교개혁가들이었고, 셋째는 농민전쟁을 주도하던 농민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는 개신교 내부에서도 갈등요인이 되었다. 1609년부터 1618년 동안에 소위 ‘고전적 알미니안주의’(Classical Arminianism)라고 불리우는 아르미니우스와 그의 추종자들인 항론파(Remonstrants)가 제시한 사상은 기존의 칼빈의 신학과는 다른 것이었다”며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인간이 본성상 타락한 존재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을 택할 수 없는 존재라는 어거스틴이나 칼빈의 사상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하나님은 우주적인 사랑으로 인하여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에게 아무도 예외 없이 예수를 믿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도 있는 자유의지의 능력을 은혜로 베풀어 주셨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의 핵심사상인 소위 ‘선행적 은혜’”라고 했다.
더불어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선행적 은혜라는 개념을 거치면서 모든 인간은 예외없이 소위 ‘자유지상주의적인 자유’(Libertarian Freedom)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복음주의 신학은 과연 선행적 은혜가 성경적인 개념인가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속죄의 범위, 제한적인 것인가 일반적인 것인가
그는 “둘째로, 속죄의 범위가 제한적인 것이냐 일반적인 것이냐 하는 문제”라며 “속죄의 범위에 대한 이해가 다르면 선택론 혹은 예정론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는 것이다.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하나님이 예외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셔서 선행적 은혜를 따라 자유의지를 주셨고, 자유의지를 따라서 믿음의 선택을 할 사람을 미리 아시고, 미리 예정하셨다는 소위 ‘예지예정론’을 취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제한속죄설을 믿는 사람들은 인간 편의 아무런 조건도 없이 하나님의 주권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 때문에 속죄를 받고, 속죄받은 사실을 성령의 역사로 확신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이런 예정을 ‘무조건적 예정’ 혹은 ‘절대예정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정론의 차이는 또한 더 큰 주제에 대한 이해의 차이를 낳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 하나님의 ‘예지’의 성격은 어떤 것인가?
피 총장은 “셋째로, 하나님의 ‘예지’의 성격이 어떤 것이냐 하는 문제”라며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앙을 택할지 불신앙을 택할지는 인간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데, 선택의 자유는 인간에게 달려있으나 하나님은 단지 누가 믿음을 택할지는 미리 아신다고 하였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하나님의 전지성을 훼손하는 이론이기도 하고, 논리적인 헛점도 많은 이론이기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지예정론의 논리적 약점에 의문을 품고 약점을 파고든 신학이 소위 ‘열린 유신론’이다. 열린 유신론은 하나님은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아시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일이 인간의 자유의지로 결정될 때까지는 하나님은 정확히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주장”이라며 “열린 유신론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과정신학’으로 전개된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Whitehead의 제자인 Hartshorne은 시카고대학을 중심으로 과정신학의 시카고학파를 형성했다”며 “과정신학자들은 대단히 동력적인 신관을 제시하였다. 하나님과 세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Hartshorne은 이런 사상은 ‘만유내재신론’이라 불렀다. 하나님은 가능한 한 최고도로 변화하시는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은 피조물의 행위에 의해서 유익도 얻으시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하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전지성, 하나님의 불변성, 하나님의 섭리 등의 개념들은 열린 유신론에서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과정신학에 와서는 완전히 부인되었다”며 “열린 유신론은 그나마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의 범주에 머물러 그 논리적인 약점을 지적해 보려는 것이지만, 과정신학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부활과 같은 전통신학의 모든 개념들을 부정하기 때문에 복음주의 신학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복음주의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와 개혁주의를 모두 포함하는 사상”이라며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복음제시가 용이하고 잃어버린 양을 찾는데 효과적인 신학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신학과 목회는 잃어버린 양을 찾는다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찾은 양에게 올바른 꼴을 먹이는 측면도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고전적 알미니안주의가 가진 복음의 이해에 대한 약점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조직신학은 종교철학으로 변하고, 열린 유신론과 과정신학으로 전개된다”며 “성경적인 복음의 제시, 그리고 좀 더 성경적인 복음의 교육을 위해서 계시지향적인 연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 1960~1988년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
이어서 두 번째로 발제한 박용규 박사는 “1960년부터 1988년은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으로 특징되는 한국교회 제2의 부흥성장기였다”며 “이 일에 수많은 지도자들이 쓰임 받았지만 한경직, 김준곤, 빌리 그래함, 빌 브라이트는 분명 두드러진 지도자들이었고,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공과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는 일련의 시대 속에서 당시 한국교회는 반공의 기치를 강하게 내걸고 체제안정을 도모하며 국가의 경제발전, 민주주의 발전, 세계화에 동참했다. 그 결과 짧은 기간에 한국은 이 셋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민족이 되었다”고 했다.
박 박사는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와 이 민족을 놀랍게 축복하셨고, 이 민족을 하나님의 영광의 도구로 사용하셨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그러나 그것은 개인과 민족이 죄악을 떠나 하나님께로 돌아갈 때 가능한 것이다. 죄악 가운데 하나님을 떠난 백성을 하나님이 축복하신 역사는 없다. 한국기독교는 지금이라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역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족이 하나님의 은혜를 외면할 때 참된 선지자들이 준엄하게 시대를 향해 하나님의 심판을 외쳤다는 사실을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1960~1988년으로 특징되는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을 통해 놀라운 역사를 이룩했지만 동시에 부정적이고 비평적인 과제도 남겼다는 사실을 한국교회는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특별히 1960~1988년으로 특징되는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이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과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이 기간 이후 한국교회의 급속한 침체와 사회와 민족으로부터의 처절한 외면이 이어졌다는 사실에서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과 지도자들은 더욱 더 냉정하게 역사를 돌아보고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이 한국만의 독자적인 현상이 아니라 분명 당시 전 세계에 강하게 일고 있던 세계복음주의운동과의 교류 속에 진행된 복음주의운동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이라며 “1973년 빌리 그래함 한국전도대회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교회였다. 1959년 WCC 에큐메니칼운동으로 이를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로 대별되어 첨예하게 대립했던 한국교회가 세계복음주의운동과 세계복음주의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한국교회의 신앙적 체질이 복음주의 방향으로 점차 이동했다”고 했다.
이어 “1965년 전국복음화대회부터 1974년 빌리 그래함 한국전도대회까지의 대중전도대회가 세계복음주의운동과의 긴밀한 호흡과 교류 속에 세계복음주의운동의 흐름의 일환으로 진행된 데다 외국 초청 강사들이 모두 복음주의 지도자들이어서 전도대회 기간 동안 철저한 복음주의 메시지가 선포되었다”며 “당시 한국교회의 투철한 반공의식과 복음적 민족복음화 열망은 자연스럽게 본래의 한국선교사들이 심어준 자립 자치 자전의 정신을 강화시켜주었으며, 한국교회로 하여금 성경적 기독교 신앙의 중요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고, 성령의 인격적 체험에 의한 개인의 회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예장합동이나 고신교단을 비롯한 분리주의적 근본주의 성향이 강했던 교회들이 역사적 복음주의 신앙을 견지하면서도 건강한 연합운동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WCC 에큐메니칼운동을 지지하던 한경직과 예장통합의 경우도 세계 에큐메니칼운동과의 교류를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베를린선교회, 로잔대회 등 복음주의운동의 세계복음화전대회에 참여하는 등 과거에 비해 상당히 복음주의 노선으로 움직여 나갔다. 그 결과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을 통해 성서적 복음주의 신앙이 한국교회 안에 널리 뿌리를 내린 것”이라고 했다.
◇ “복음주의 책무 충실히 감당해야”
박 박사는 “이런 현상은 예장합동이나 예장통합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에 참여한 한국교회의 교단들이라면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며 “이것은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이 한국교회에 가져다 준 가장 값진 선물 중 하나였다. 그 결과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은 한국에 복음주의운동의 저변을 확대해주고 복음주의 해외선교운동의 붐이 일어나 세계선교를 앞당기는 선교대열에 한국교회가 선두에 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중전도운동은 복음의 정체성, 부흥의 성격, 기독교의 민족적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한국교회에 남겨주었다”며 “복음주의는 단순히 성경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만 아니라 동시에 건강한 연합운동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구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또한 “한국의 복음주의교회들과 지도자들은 복음주의 책무를 충실하게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신학과 신앙, 신학교육과 목회현장이 괴리되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신학교의 교수들이 복음주의 자의식을 가지고 주님이 하셨던 것처럼 가르치고 전파하고 치료하는 본래의 교회의 사명을 충실하게 실천적으로 감당하며 교회를 위한 신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기도하며 경건을 실천하는 가운데 정말 성경을 사랑하고 묵상하고 암송하고 삶으로 살아내면서 신학교 강단에서 담대하게 외치는 일을 지속적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신학교 강단이 말씀이 살아 있고 성령께서 역사하는 채플과 강의실이 될 때 그곳에서 살아 있는 복음주의 신학을 배울 것이고 그런 훈련을 받고 배출된 목회자들에 의해 한국교회는 살아 있는 말씀과 기도와 성령의 역사가 지속되는 생명력 있는 교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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