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선교회 본부장 한수아 선교사는 '비거주선교, 그 기회와 한계'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21세기는 선교지에 직접 접근이 어려워진 반면 선교가 자유로운 국가로 이동하는 난민 이주자는 증가하는 등 전략적 비거주선교가 과거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적으로 선교의 지리적 요소가 강조돼 온 이유로 그는 "현대선교의 시작이 유럽의 세계항로 발견과 일치했기 때문"이라며 "그 시기 유럽은 완전히 기독교화 되어 있었고 선교는 대양을 건너 먼 나라에 사는 이방인들에게 가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랄프 윈터가 선교는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교회가 없는 곳에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선교 개념에 전환이 이뤄졌다. 한 선교사는 "선교는 결국 거주, 비거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어, 문화적 경계를 뛰어 넘어 모든 민족을 제자 삼는 것"으로 "특히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장기 체류하기 어렵고, 사역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 등으로 인해 비거주선교의 개념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비거주선교는 선교지의 제약조건 뿐 아니라 추방 등 선교사 개인의 이유로 거주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며 "한 선교지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하지 않고 사역하는 모든 선교사들을 통틀어 '비거주선교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선교사는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개념 확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거주선교와 비거주선교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끔 선교지를 방문해서 하는 선교활동을 비거주선교라고 부를 수 있어도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모두 비거주선교사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선교목표지역이나 종족이 분명하고, 선교 대상에 대한 지식, 언어능력 등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비거주선교가 선교하는 사람의 주된 활동이 되어야 비거주선교사라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선교지에 반드시 가지 않더라도 국내나 선교지 인근의 전략적 요충지에서 특정 민족, 이주자들을 제자 삼는 일을 지속적이고 전략적으로 감당하는 사람을 비거주선교사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선교와 비거주선교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선교도 특정 지역이나 종족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 선교지에 대한 지식과 언어 능력을 갖춰 지속적으로 한다면 비거주선교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별한 목표 없이 단회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단기선교는 비거주선교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 선교사 활동 금지 국가 '증가'와 교통·통신 '발달'이 비거주선교 가능케 해
한 선교사는 종교적 근본주의와 국수적 민족주의 등으로 선교사 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가 30여개 국, 선교사의 추방이 이루어지는 국가는 120여개 국(한국위기관리재단 추산)이라며 "기독교 배타지역이 늘면서 자연히 비거주 사역이 중요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그는 2010년 국제이주자는 무려 2억1400만 명에 이른다며 "선교지에서 비교적 선교가 자유로운 다른 국가로 이동한 미전도종족 이주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국가, 지역, 거점도시는 비거주선교의 전략적 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 역시 비거주선교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어디든지 하루 만에 갈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선교지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며 "선교지와 거주지 간 이동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정보의 교류와 네트워킹의 급속한 발전으로 비거주선교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래에는 선교사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성이나 방송선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최근에는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한 비거주선교 또한 활성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 노마드 시대…선교사들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역
비거주선교가 대두되는 또 다른 이유로 그는 신(新) 노마드(nomad, 유목민) 시대의 도래를 들었다. "정보화, 세계화가 만든 고독한 자유, 테이크 아웃 음식, 모바일 기기를 선호하는 신노마드족은 평생 직장이라는 정착민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여러 직장을 거쳐간다"며 "이런 시대적 현상은 비거주선교를 부축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10년~20년 후 선교의 주역인 10대, 20대도 신노마드 시대의 영향을 받고 자란 만큼 비거주선교는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향후 세대들은 한 선교지에 오래 머물면서 사역하기 보다 자기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선교지를 몇 개월, 몇 년 식으로 찾아 다닐 것"이라며 "그들은 이런 유동적 선교 패러다임을 훨씬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세대로 비거주선교(Non-residential Mission) 개념에서 멀티거주선교(Multi-residential Mission)의 개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바로 비거주선교의 수혜자라며 "한국에서 기독교의 전파가 금지되어 있을 때 인근의 전략적 지역인 만주지역에서 존 로스(Hohn Ross·1842-1915) 선교사 일행의 비거주선교 결과로 교회가 개척됐다"고 주장했다. 존 로스 선교사 일행은 만주에 거주하면서 이 지역 한국인 소매무역상(이응찬, 서상륜, 백흥준 등)의 도움으로 한국어 성경을 번역, 후에 소래교회의 출발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선교는 거주선교사가 아니라 비거주선교사의 사역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비거주선교 사례로 이란 난민들이 모인 터키나 말레이시아에서 이들을 훈련시켜 이란으로 보내는 사역, 시리아 난민을 위한 레바논에서의 사역, 아프간 난민을 위한 타지키스탄에서의 사역 등을 선교지 밖 이주자를 대상으로 한 비거주선교라고 설명했다. 한 선교사는 "중국선교를 위해서는 주변의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등이 전략적 비거주선교거점"이라며 "선교거점지역의 중국 이주자 사역과 동시에 선교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비거주선교 사역이 열매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 단순한 편의성 때문에 선택해서는 안돼…철저한 네트워크가 성패좌우
그는 비거주선교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과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비거주선교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하면서 현지 상황이나 교육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비거주 사역을 선택하는 등 희생을 피하려는 행태로 흐를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선교사만 선교현장에 거주하고 다른 가족은 생활, 교육환경이 좋은 타 지역에 두고 사역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한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사역과 거주가 자유로워져도 편의주의적으로 비거주를 선택한 사람은 여전히 비거주 사역을 고집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거주선교의 또 다른 한계는 열매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변방선교는 주변 국가 혹은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는 식으로 선교사역을 많이 한다"며 "비거주 사역으로 선교현장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나 대부분은 현장 거주선교사들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때로는 거주선교사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피해를 주는 결과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한 선교사는 "잠시 방문하는 경우 자신의 사역 결과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다"며 "비거주선교사는 사역할 그 순간 보이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거주선교사나 현지인 지도자들의 조언을 듣고 협력 사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신학적, 선교학적으로 '과연 함께 살지 않고 선교가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며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살며 본을 보여주신 것처럼 선교사도 말로만 아니라 삶을 통해 복음이 증거한다"며 "결국 비거주선교는 중요한 전략적 대안이나 거주선교를 대신할 수 없는 보완적 사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거주선교가 제자삼기, 교회개척 같은 장기적이고 삶의 공유가 필요한 사역보단 리서치, 비즈니스, 훈련, 강의, 의료, 문서, 방송 등 단기간 효과를 보거나 꼭 삶을 함께 할 필요가 없는 사역분야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라는 글로벌 선교의 확산은 비거주사역을 더 확산시킬뿐 아니라 선교편의주의에 대한 유혹도 증가시킬 것"이라며 거주, 비거주에 매이지 말고 오직 선교하시는 하나님에게 의지하여 선교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