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캠프 희생학생 눈물의 합동영결식

사건·사고
뉴시스 기자

충남 공주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사설해병대캠프 희생학생들의 발인일인 24일 공주장례식장엔 이른 아침부터 소나기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고, 미처 비를 피하지 못한 수백마리 잠자리떼가 낮은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다섯 학생들의 시신은 공주장례식장을 나와 합동영결식이 예정된 공주사대부고를 향했다.

장태인군을 시작으로 진우석, 이병학, 김동환, 이준형군이 차례로 운구됐고 운구에 참여한 교사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백제큰다리와 시내를 관통해 10시15분께 모교에 도착한 운구행렬은 학교 운동장 임시 영결식장에 학생들의 영정을 내렸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영정을 부여잡은 채 오열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공주=뉴시스】홍성후 기자 = 24일 충남 공주시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학생 합동영결식'에서 고인과 같은 2학년 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3.07.24. hippo@newsis.com 2013-07-24

10시20분께 희생학생들의 영결식 소식을 듣고 모여든 시민들과 학생, 취재진 등 1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합동영결식이 엄수됐다.

장례위원장인 서만철 공주대총장은 조사(弔詞)에서 "차마 들 수 없는 얼굴로 고인이 된 다섯명의 꽃다운 청춘들과 마주하고 있다"며 "장마에 내리는 비로도 우리의 부끄러움을 가릴 수 없으니 고인들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좀 더 일찍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서 고인들의 질책과 분노의 회초리를 피하지 않고 달게 맞겠다"면서 "안전불감증과 무책임, 자기잇속 챙기기에 찌든 우리 사회를 맑고 순수한 그대들의 영혼으로 깨끗이 씻어내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서 총장은 덧붙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다시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이나라 교육의 책임자로서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고인들의 이번 사고는 대한민국의 사고이고 동료학생들과 유족들의 아픔은 대한민국의 아픔"이라며 추모의 뜻을 밝혔다.

【공주=뉴시스】홍성후 기자 = 24일 충남 공주시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학생 합동영결식'에서 한 어머니가 오열을 하고 있다. 2013.07.24. hippo@newsis.com 2013-07-24

공주사대부고 교사 대표로 추도사에 나선 이한재씨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그렇게(사고로) 떠나보내는 교사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피워내지 못한 꿈은 더 좋은 세상에 가서 부디 피워내기 바란다"고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학생대표 김현겸군은 "(사고뒤) 갈곳을 모른채 주저 앉아 나를 탓하고 바람을 탓하고, 바다를 탓하고 급기야 세상을 탓해왔지만 마침내 다시 부르게 되는 건 너의 이름 세글자더라"라며 친구들을 그렸다.

김군은 이어 "아직도 이 모든 게 믿겨지지 않지만 너희들을 가슴에 묻고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면서 "너희들의 눈물과 땀, 웃음을 거름 삼아 우리가 하늘에 닿는 나무가 되면 새가 되어 돌아와달라"고 염원했다.

종교의식과 헌화 등으로 11시38분께 마무리된 영결식 뒤 희생학생 5명을 태운 영구차는 학교밖 거리에 도열한 전교생 600여 명의 마지막 인사를 받으며 천안추모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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