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 “신앙 진리 지키되, 신학·과학·문화에 충분한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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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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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은 목사 ©기독일보 DB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법인이사회(이사장 백운주)가 ‘창조신학’에 대한 문제로 박영식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가운데, 서울신대가 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총회장을 역임한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가 이와 관련된 글을 최근 교단 기관지인 한국성결신문에 실었다.

지 목사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창세기 1장 1절과 사도신경의 첫 문장”이라며 “이 두 문장은 과학적 진술이 아니다. 신앙을 고백한 내용이다. 성경 66권은 인류와 존재하는 모든 것을 구원하시려고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주신 유일하고 완결된 구원의 계시다. 성경은 기독교 신앙의 유일무이한 기준이며 토대다. 성경은 글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신앙 고백”이라고 했다.

이어 “창세기 1장에,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기록이 있다”며 “여기의 엿새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하루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는 해석한다.’ 창세기 1장의 엿새를 태양이 뜨고 지는, 정확히 말하면 지구가 자전(自轉)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公轉)해서 생기는 하루로 해석하면 창세기 1장 1절의 창조는 6천 년 전의 사건이 된다. 나는 태초의 창조가 6천 년 전에 일어났다고 해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사실과 신앙의 고백은 기독교 역사에서 종종 충돌했다. 갈릴레오 재판이 대표적”이라며 “이탈리아 파두아대학 교수였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고배율의 망원경으로 관찰한 끝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했다. 그는 이 발견을 ‘두 가지 주요한 체계에 관한 대화’라는 책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또 “당시에 교회는 천동설(天動說)을 가르쳤다. 과학적 발견과 신앙의 교리가 충돌했다”며 “갈릴레오는 69세인 1633년에 종교재판에 회부됐고 파문의 위협 속에서 자신의 과학적 발견을 철회했다. 그의 책은 금서 목록에 올랐다. 로마가톨릭교회는 1992년에 갈릴레오를 정죄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선언했다. 359년에 걸친 긴 종교재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은 대상을 관찰, 검증, 추론하면서 과학적 사실을 규명해 간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가진 신앙의 내용은 그 시대의 과학과 문화적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중세에 혜성(꼬리별)은 신의 심판으로 여겼다. 1600년대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혜성의 출현과 그에 따른 인력의 변화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이 천체의 물리적 현상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갈릴레오와 동시대 인물인 경건주의 창시자 필립 야콥 스페너(1635~1705)는 이런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혜성이 물리적인 현상이지만 여기에서 신앙적인 교훈을 얻는다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신학의 임무는 66권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의 진리를 각 시대와 문화권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라며 “신학적 작업이 신앙의 내용을 구성해 간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신학 자체가 곧 신앙은 아니다. 둘은 분리되지 않지만 구별된다”고 했다.

더불어 “제도적인 교회는 신앙의 진리, 신학, 과학과 문화의 세 가지를 사려 깊게 분별해야 한다”며 “신앙의 진리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그러나 신학과 과학 및 문화에 관해서는 충분한 자유를 주어야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다변하는 문화적 상황에서 양자가 자유롭게 토론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 목사는 “우리 교단의 신학 교육 기관인 서울신학대학교에서 박영식 교수의 창조에 관한 신학 논의를 두고 이사회의 징계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학교 내 교수협의회에서 징계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현재 이 문제가 학교의 범위를 벗어났다. 신학과 89학번 동기회에서 징계 반대의 입장문을 냈다. 신학계, 일반 학계, 교계에서 1400명이 넘는 사람이 신학적인 논의를 이유로 징계하면 안 된다고 서명했다. 한국기독교교양학회, 한국문화신학회, 연세대학교 신학교수 40명 등 공적인 단체들에서 같은 방향의 입장을 발표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사회와 학교 측에서는 교단 신학의 창조론을 지킨다는 것 같은데, 우리 교단의 창조론이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정하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들의 학문적 양심과 소신, 이사회 행정의 신중함과 정당성, 이미 외부로 확대된 여러 상황의 원만함이 절실하다. 우리 교단 외부에서 온통 얘기들인데 교단이 떠밀려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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