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으로 의심되는 현금성 자산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 소유의 빌라도 압류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전날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의 은행 대여금고 7개에서 현금성 자산을 압수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은행 관계자 등이 입회한 가운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으며 이 가운데 예금통장 50여개와 금·다이아몬드 등 고가의 귀금속 40여점, 자금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송금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전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뿐 아니라 처남 이창석씨 등 7명 명의로 된 대여금고가 압수수색 대상으로 전 전 대통령 내외 명의로 된 건 없었다. 이 가운데 이씨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대여금고를 압류 당하자 1억원이 넘는 체납 세금을 납부하고 봉인을 해제한 바 있다.
대여금고는 화폐나 유가증권, 귀금속 등 개인의 귀중품을 은행에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만들어진 서랍 형태의 작은 금고로 고액 자산가들이 밀집한 지역이나 시내 주요 거점에 설치돼 있다.
주로 신용도가 높거나 자산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 전 대통령 측이 고액 예금을 은행에 예치해놓거나 은닉재산을 대여금고 안에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다른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도 전 전 대통령 일가, 친인척 명의로 된 대여금고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로 대여금고 현황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이들 대여금고에 보관된 통장이나 귀금속 등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연관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원칙대로 전액 추징할 방침이다.
아울러 증권사 여러 곳에도 전 대통령과 장·차남인 재국·재용씨 명의의 증권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의 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검찰은 1993년 1월1일~2013년 7월3일 기간에 이뤄진 거래내역과 고객기본정보서, 대여금고 가입내역 등의 자료를 분석한 뒤 비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밝혀지면 환수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 고급 빌라 3채를 압류했다.
재용씨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에관한몰수특례법이 통과되자 서울 이태원동 고급빌라 2채를 자신이 운영하는 '비엘에셋'을 통해 급매로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 2채의 시가는 총 40억원대에 달하지만 재용씨는 훨씬 싼 3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두고 압류에 대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재용씨의 매각대금 이동흐름을 포착하고 비자금과 관련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빌라를 매입한 A씨를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매입경위와 거래액수 등을 확인했다. A씨는 재용씨 가족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이외에 거래에 관여한 다른 관련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의 잇따른 압류, 압수수색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순자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30억원짜리 개인연금보험에 대한 압류를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소명자료를 검찰에 냈다.
이씨는 변호인을 통해 "납입 원금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하며 상속세 납부내역, 계좌내역, 형제간 상속재산 내역 등의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식 이의신청보다는 압류 해제를 요청하는 취지"라며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