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12일 발표했다.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을 하다 북한 당국에 억류된 지 11년째 생환 소식이 없는 안타까운 마음과 한국교회가 이들을 잊어선 안 된다는 차원이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 국적의 선교사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세 명이다. 김정욱 선교사는 지난 2013년 10월 8일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밀입북했다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국가전복음모죄 등으로 기소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국기 선교사는 2014년 10월, 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 12월 간첩혐의로 체포되어 각각 국가전복음모죄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정욱 선교사 등 세 명의 선교사는 탈북민 등 어려움에 처한 북한 동포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던 이들이다. 통일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성명에서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 여섯 명이 본인 의사에 반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 북한에 장기간 억류되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한 당국의 불법적, 반인륜적 조치를 규탄하며, 국제인권 규약 당사국이기도 한 북한이 하루 속히 북한내 억류 우리 국민들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지난해 10월 8일은 김정욱 선교사가 북한에 강제 억류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정부가 북한이 강제 억류 중인 국민을 잊지 않고 있으며, 무사 귀환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9월엔 통일부 장관 직속으로 억류자·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납북자대책팀’을 설치했다.
북한 당국이 온갖 죄명을 뒤집어씌워 외국인을 강제 억류한 사례는 세 선교사가 다가 아니다. 미국 국적의 한국계 여기자를 억류했다가 풀어준 적이 있고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는 지난 2015년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17년에 풀려났다.
미국인과 캐나다 국적의 한국인 목사 등은 모두 풀려나 가족 품으로 돌아갔는데 한국인만 10년 넘게 억류돼 있다는 사실은 그간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통일부가 관련 성명을 발표한 게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의 해결 의지를 따지는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다.
가까운 문재인 정부만 봐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 정도로 북한에 우호적으로 기울었다. 북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욕해도 제대로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민 보호에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보면 이런 소릴 들어도 싸다. 문 대통령 재임 중 3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평양에 대규모 방문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보는 앞에서 한국가수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순간에도 이들의 존재는 철저히 잊혀졌다. 대북 인권단체들이 문 대통령의 방북에 앞서 강제 억류된 국민과 납북자 송환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줄 것을 호소했으나 문 대통령은 끝내 이를 외면했다.
한복협도 성명에서 “자국민 보호는 정부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우선적 책임”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유독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만 여전히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석방을 위한 역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북한 당국과의 협상을 비롯한 최선의 정책적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세 선교사뿐 아니라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구상의 어느 정부, 어떤 권력자도 자국민을 내팽개치곤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사 생환은 고사하고 최소한 생사확인조차 안 돼 가족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와 공조 등 가용 방법을 모두 동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할 일 못지않게 한국교회가 할 일도 중요하다. 한복협은 “북한 동포들을 돕는 사역에 앞장서던 분들이 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합심해 기도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억류 선교사 석방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주 한 끼 이상 금식기도를 하고 △교회 주보에 선교사 억류 사실과 송환촉구기도 내용을 정기적으로 싣고, ‘북한억류 선교사 석방과 복음통일을 위한 특별예배’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평화한국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1층 로비에 3명의 선교사를 위한 ‘기도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억류 선교사님들의 석방과 한반도 복음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3명의 선교사에 대한 소개와 기도제목 등을 공유했다.
정부는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든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며 세계교회 등 종교계를 통한 해결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여소야대로 국정 운영의 책임을 갖게 된 민주당도 이 문제 만큼은 인간의 존엄성과 동포애 차원에서 정부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반드시 필요한 게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다. 한국교회마저 이들을 잊는다는 건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세 선교사의 간절한 소망을 꺾는 것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