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한 여러 의학적 방법들이 제시되어 왔었다. 20세기에 이르러 고전적 전환치료(정신분석 또는 역동적 정신치료), 혐오치료, 회복치료(역동적 방법과 인지행동치료를 합친 것), 등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래 미국정신의학회가 동성애를 병이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동성애를 “치료한다”는 말을 못하게 하였다. 이런 사회적 압력에 대해 전환치료를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정치적 올바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현재 상담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 미국심리학회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다양성, 평등, 인권, 차별반대 등을 주장하는 이념이다. 그러나 전환치료를 받을 권리도 인권이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에 대응하여, 여전히 동성애 연구와 치료를 위한 전문학술단체와 개인 정신치료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동성애 연구와 치료를 위한 전국연맹”(NARTH. the National Alliance of Research and Therapy of Homosexuality)과 임상심리학회 전회장이자 the Kaiser-Permanente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의 정신건강분야 책임자였던 Nicholas Cummings 박사, 및 http://www.voicesofchange.net/에 소개되고 있는 엘리트 상담가들, 그리고 다수 기독교 탈동성애 사역단체들이 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에는 이미 “동성애”는 빠져 있으나, Z-코드라하여, 의료보험으로는 카바되지 않으나, 상담치료할 수 있는 길은 열어놓고 있다. 즉 “성교육, 성행위, 성지남, 성정체성, 성태도(당황 또는 소심), 기타 성에 관련된 행동, 성을 즐김, 기타 성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상담을 원할 때,” Z70.9 성상담(sex counseling)이라는 항목을 사용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9판에는 F66.1 자아이질적 성적 지향(동성애)이라는 병명이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이는 ICD-11에 근거하여 조만간 개정될 수정판에서는 없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상담을 위해서는 “QA15.1 성행동과 성적 지남 및 성적 대인관계에 관련된 상담”이라는 항목이 유지될 것이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전문가들이 권하는 확인치료(affirmation therapy)-동성애 행동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치료-는 결국 Z70.9 또는 QA15.1가 말하는 성상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전환”치료라 해서 색다른 것이 아니다. 그냥 정신치료이다. 정신치료, 또는 상담치료란 정신건강을 위한 치료이다. 전환치료는 개념적으로나 기법적으로 일반 정신치료 또는 상담과 다를 바가 없다. 즉 우울증이나 불안을 정신치료할 때와 다르지 않다. 정신치료란 결국 “대화”인데, 잡담이 아니라 “치료라는 공동목적을 가진 대화”이다. 환자(내담자)가 말하는 문제를 정신치료자(상담자)는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명료화하거나 직면시키거나 해석하거나 가이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환치료나 회복치료 또는 SAFE-T는 동성애자가 동성애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청할 때 시행하는 치유적 대화인 것이다.
“동성애”라는 말이 대화 주제로서 불편하다면, 그냥 삶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치료적 대화를 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 동성애자들이 정신치료를 받으러 왔을 때, 처음부터 동성애를 주제로 삼기보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치료를 원한다고 말한다.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환자-치료자 사이 신뢰감 내지 라포(rapport), 치료동맹이 어느 정도 확립된 후 비로소 동성애 때문에 치료받으러 왔다고 고백한다.
전통적 또는 정통 정신분석적 치료는 기법상 “무의식적” 원인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 주 목표는 환자가 자신의 무의식 또는 억압하고 있던 문제를 통찰하게 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전이와 저항의 해석, 꿈의 해석 등이 있다. 치료자는 자신의 견해를 조언하거나 행동할 바를 지시해 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통찰에 이른 환자가 “이제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으면, “그게 무슨 의미이냐?”라고 도로 묻는 식이다. 끝내 “비지시적”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이런 전통적 비지시적 방식은 타협되고 있다. 전통적 분석방식을 불편해 하는 환자에게는 방식을 다소 완화하여 정신치료자가 향후 행동에 대해 다소간 암시할 수 있다. 환자가 “이제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으면, “그래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라고 묻는 식이다. 이런 방식보다 더 지시적일 수도 있다. 환자가 “이러 이러하게 해 보면 어떨까요?”하고 물을 때 “그렇게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고 하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또는 단순히 ”그게 좋겠다“라고 제안할 수 있는데, 이는 보다 더 지시적이다.
이상 간단하게 설명한 정신신료 기법은, 전통적 정신분석적 치료에 기반한 ”역동정신치료“ (dynamic psychotherapy)라고 부른다. 지지적 역동치료라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치료자는 환자의 무의식을 이해한 상황에서, 현재의 행동을-전환치료의 경우 전환노력을- 지지해 주는 것이다.
어떤 순간에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 하는 것은 상황마다 다르다. 그러나 정신치료자가 어떤 수준의 해석을 하든 또는 어떤 수준의 지시를 하든, 어떤 수준의 지지를 하든, 환자의 무의식에 대한 온전한 해석 내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섯부른 해석이나 지시는 전체 치료과정을 망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치료자-환자간 긴 시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역동적 정신치료 기법에 인지행동 기법을 통합하기도 한다. (Dr. J. Nicolosi는 이를 회복치료라 불렀다) 인지행동 기법은 인지심리학과 행동(학습)이론을 통합한 것이다. 우선 인지치료는 이성적으로 또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를 가이드하는 것이다. 행동치료는 구체적 행동을 지시하고 숙제를 주고 연습시키는 것이다. (혐오치료도 이에 해당된다) 이런 효과적인 모든 이론과 기법을 모두 통합한 방식이 회복치료이다. 즉 무의식에 대한 분석적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가 깨닫도록 교육하고, 특정 행동을 숙제로 지시하여 연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흔히 eclectic- 절충하고 취사선택하는 방식-이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전환치료라고 해서 색다른 특수한 치료 테크닉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신치료자나 상담가도, 자신의 숙련된 일반적 정신치료적 기술을 사용하여 동성애자를 도울 수 있다.
현재 전환치료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의 압박에 대응하여, 동성애 전환치료를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전환치료를 “성지남 변화노력”(sexual orientation change effort. SOCE)이라 부른다. 치료가 아니라 “노력”이라는 것이다. 2016년에는 다시 SOCE를 “치료에서 성적 끌림 유동성 탐구”(Sexual Attraction Fluidity Exploration in Therapy. SAFE-T)로 바꾸었다. 즉 동성애 옹호 학자들도 인정하는 성지남 유동성(fluidity. 성지남이 저절로 바뀔 수 있다는 이론)을 내세워, 그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NARTH도 “치료적 선택과 과학적 통합을 위한 동맹”(the Alliance for Therapeutic Choice and Scientific Integrity. ATCSI)으로 그 명칭을 바꾸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믿는다: 동성애는 하나의 ”신경증적“ 행동(behavior)이며, 타고나는 상태(condition)가 아니다. 동성애는 많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벗어나야 하는 행동이 또한 벗어날 수 있는 행동이다. 그 방법으로는, 스스로 노력할 수도 있고, 신앙으로 실천할 수도 있고, 정신치료(상담)이라는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탈동성애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필자도 전환치료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동성애적 쾌락을 경험한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하나의 ”행위중독“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당연히 사전에 예방하거나 또는 초기에 벗어나기를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전환치료를 받을 권리도 인권이다. (다음 칼럼은 탈동성애 사역에 대한 것이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