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재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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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남에 따라 22대 국회 개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계로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쟁점화 될지 예의 주시하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는 비례를 포함해 총 175석이다. 압도적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지난 21대에 이어 또 다시 정국 주도권은 쥐게 됐다. 범야권까지 포함하면 190석 안팎이 돼 개헌만 빼고 뭐든 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국회에서 압도적 과반수를 가진 정당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여당이 반대해도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고, 본회의 의사진행을 막는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시킬 수도 있다. 어떤 법안이든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상황이 현실로 닥치자 교계의 근심도 덩달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1대 국회 개원 초에 정의당과 민주당 등 진보진영이 잇따라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은 장혜영 의원(정의당) 등 모두 4명이다. 이중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한 사람이다. 첫 발의자였던 장혜영 의원(녹색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평등법’을 발의했던 이상민 의원(국민의힘), 권인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모두 37명이다. 이중 앞서 박 의원을 포함해 고민정·김용민·남인순·박성준·이수진·이재정·전용기·진선미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이 진보진영과 연합해 만든 더불어민주연합의 용혜인 의원까지 합해 총 10명이 2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진보 성향이 뚜렷한 정의당이 사실상 주도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초선의 장혜영 의원이 개원 초부터 대표발의자로 나서자 이어 민주당 소속의 3명의 의원이 대동소이한 내용의 법안을 연달아 낸 게 말해준다.

당시 민주당은 ‘연동형비례제’에 정의당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정책적 연대를 시도했다. 그런 측면에서 21대 국회의 ‘차별금지법안’ 발의도 진보 성향의 정당 간 공조 차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동성애 이슈를 선점했던 정의당은 이번에 녹색당과 합세해 녹색정의당이란 이름으로 총선에 나섰으나 한 석도 얻지 못해 원외 정당 신세가 되고 말았다.

친 동성애진영의 지지를 받았던 정의당의 몰락을 동성애 관련 법안 발의에 대한 동력 약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민주당이 진보진영과 연합해 만든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비례 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이들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 젠더 관련 이슈에 있어 정의당 못지않게 노골적인 색채를 드러낼 것이란 건 누구도 예상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진보 진영과 소위 ‘빅텐트’를 구성했다. 이들 중에 과거에 헌법재판소의 명령으로 강제 해산된 과거 통합진보당(통진당) 세력이 다수 포함된 점을 교계는 특히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각종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설 뿐만 아니라 대북 안보관련 정책에까지 관여하게 되면 어렵게 회복한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교계 일각에서 국회에서 기독교 정치를 실현할 정당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와 바람을 안고 22대 국회에 도전했던 자유통일당이 이번에도 지지율 3%대를 넘지 못해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동안 차별금지법 등 동성애 관련 입법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자유통일당의 국회 진출 무산으로 교계의 ‘차별금지법’ 대응 또한 한층 버겁게 됐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11일 발표한 총선 관련 논평에서 “21대 국회에서 보여준 거대 야당의 무리한 악법 입법 시도가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직접 동성애 옹호, 차별금지법 등 거론했다. 그러면서 만약 22대 국회에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있었던 불의한 악법 제정 시도가 다시 재연된다면 “한국교회는 순교를 각오하고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 개원도 하지 22대 국회에 교계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진보진영이 각종 악법을 밀어붙였던 전례로 보아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국회의 순기능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총선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지방선거와 대선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압도적 다수당이라도 사회를 혼란케 하는 법안을 함부로 남발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다만 교계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기도에 전심전력하되 연합기관과 교단, 단체들까지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한국교회의 분명한 의지를 정치권에 각인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