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기독교의 상황은 다소 암울하다. 물론 여전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일부 지역에서 기독교가 왕성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기독교는 다소 그 역동성을 상실한 모습을 보인다. 1900년에 전 세계 인구의 34.5%를 차지하던 기독교는 2000년에 32.5%가 되면서 점유율에 있어서 오히려 감소하였다. 특별히 기독교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서구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기독교는 심각한 퇴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비서구 세계에서 선교의 핵심 주자 역할을 하던 한국교회마저 심각한 약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종교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서구 등의 지역에서는 기독교가 세속화와 포스트모더니즘의 강력한 도전 앞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속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종교 기관들의 범위와 영향력이 축소되고, 신앙에 대한 인기도와 영향력도 감소하며, 자연스럽게 교회 참여가 축소되고 있다. 한편 이슬람과 공산권 등의 기독교 핍박 지역에서는 선교에 대한 강력한 핍박과 저항 등으로 선교의 열매가 거의 맺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선교관에 있어서 복음 전도 중심의 선교개념보다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간화와 샬롬을 이루는 폭 넓은 의미의 통전적 선교 개념이 많은 지지를 얻으면서 기독교 자체 안에서도 선교 열정이 많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기독교 선교는 내부적으로 복음전도의 열정이 약화되고, 외부적으로는 강력한 핍박 또는 세속화의 저항을 맞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첩첩산중의 다양한 장애물들을 맞이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에 타종교의 경우 왕성한 성장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특별히 이슬람의 성장은 참으로 놀랍다. 이슬람은 1900년에 12.4%를 차지하던 비율에서 2000년에는 21.1%로 늘어나 점유율로만 해도 2배 정도의 성장을 하였으며, 숫자로만 보면 1900년에 2억이던 무슬림이 2000년에는 12억 3천만 정도로 성장하여 6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어내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퓨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이슬람은 2050년에 29억 명 정도로 성장하여 기독교와 비슷한 교세를 이룰 것이며, 2070-2080년에 기독교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종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는 자체의 건강한 발전 방향과 전략을 두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약화가 지속되어 기독교가 쇠퇴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구 유럽의 경우 기독교가 약화되고 그 자리를 타종교가 대체하면서 매우 많은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특별히 이슬람과 같은 종교가 한 사회를 차지하게 될 때 그 사회의 모습은 대부분 폭력과 강압으로 얼룩진 사회의 모습으로 변하며, 특별히 기독교를 탄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복음주의 진영의 대표 기구 중 하나인 로잔에 거는 기대가 참으로 크다. 특별히 로잔은 WCC와 다르게 처음부터 세계복음화를 기치로 내걸고 태동된 운동이다. 로잔은 세계복음화를 목표로 삼고 태동되었고,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들과 네트워크 그리고 그 동안에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약화되어 가는 기독교를 살리고 펼치는 일에 로잔이 기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로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목소리들을 낼 것이다. 한 쪽에서는 복음의 우선성을 더 분명히 하고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한편에는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잔의 핵심 리더들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리더들은 그 다양한 생각들을 그냥 다 한 울타리에 넣어 적당히 봉합하고 모두가 화합하고 멋있는 분위기 속에서 끝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별히 로잔의 핵심 가치가 ‘경계 안에서의 포용(breath within boundaries)’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마음을 넓게 가지고 그냥 서로 다른 점을 발견하면서 서로 배우고 가면 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하면 행사는 모두가 축하하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무난히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5천명이 넘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엄청난 재원을 쓰고 7일이나 되는 기간을 머물면서 그냥 좋은 행사로만 끝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행사라면 WCC 총회 하나로도 족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로잔은 WCC와는 달라야 한다. 로잔은 복음주의 진영의 대표적인 운동 중의 하나이고, 복음주의란 그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복음이 세계 구원과 변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요 출발점이라는 믿음을 가진 신학이다. 이러한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로잔은 이 믿음을 더욱 분명하게 하고 확산하는 일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복음주의 운동이 되는 것이다. 위에서 기술했듯이 오늘날 기독교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고,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복음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복음주의 로잔 4차 대회는 복음의 우선성을 다시 한 번 더 분명하게 정립하고, 복음의 불씨를 강하게 확산하여 위기에 처한 기독교를 새롭게 일으키는 일에 기여하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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