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통합)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합동) 두 교단이 여성의 위치와 역할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자타 공인 한국교회 최대 교단인 두 교단은 장로교를 대표할 뿐 아니라 교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교단이 방향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은 30년 전에 총회에서 ‘여성 안수’가 통과돼 시행중인 교단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 안수’에 있어 첫 걸음도 떼지 못한 합동과는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통합은 교단적으로나 연합사업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사역 파트너로 이미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성 안수’가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는 끝이 아닌 시작점이라고 본다면 통합은 30년 전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해도 별반 틀린 표현이 아니다.
통합이 총회에서 여성 안수를 허락하기까지의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통합과 합동, 두 교단으로 분열된 직후부터 여성 안수 문제가 총회 단골 의제로 부상했지만 처음 논의의 물꼬를 튼 1961년에 시작된 대장정은 1994년 총회에서 통과되기까지 무려 33년의 산고를 겪었다.
그러나 여성안수가 시행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통합은 교단 내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중과 역할 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때 뚜렷한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겉으로 보기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와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오랫동안 뿌리내린 남성 중심 조직 문화의 틈을 여성들 스스로가 비집고 들어가기엔 아직 그 벽이 높고 견고한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통합의 총회 의결기구인 총대는 전국의 노회에서 선출된 1,500명의 목사·장로로 구성된다. 그런데 지난해 총회에 여성총대 수가 역대 최다인 42명을 기록했음에도 전체 총대 수의 2.8%에 지나지 않았다. 성비의 균형이 얼마나 한쪽에 치우쳐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 제102회 총회에서 소위 ‘할당제’를 통과시켰다. 각 노회마다 여성총대 1인 이상을 뽑도록 하자는 건데 이마저도 총회에서 통과되고도 헌법위원회가 권고사항으로 해석해 노회 수의를 거치지 못하는 바람에 법제화엔 실패했다.
전국 노회 수가 69개인 통합은 각 노회가 한명씩 여성총대를 뽑으면 69명의 여성총대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실제 여성 총대 수가 50명을 넘은 적이 없다는 건 대부분의 노회에서 여성 총대가 단 한명도 뽑히지 않는 현실을 말해준다.
합동의 ‘여성 안수’는 이슈에 비해 행동방식이 여전히 더디기 만하다. 지난 총회에서 숙제로 내준 여성 사역자의 호칭과 신분 문제를 놓고 여전히 논란 중이다. 교회 수에 있어서는 국내 최대 교단이지만 남성과 여성 사역자 간의 지위와 신분의 격차로 유능한 여성 사역자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는 게 합동 교단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그런데 고민의 무게에 비해 해결방안이 막힌 혈을 뚫어주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들에게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을 부여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의를 해놓고 이틀 만에 번복한 게 대표적이다.
합동이 총회에서 결의한 안건을 바로 뒤집게 된 속사정은 이렇다. 여성에게 ‘강도사 고시’ 응시자격을 줄 경우 ‘여성 안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교단 지도부의 현실적인 우려가 작동해 총회 결의까지 파기하고 대신 총회에서 여성사역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면 좋을지 다른 방안을 찾도록 TF팀을 구성해 맡겼다. 여기서 나온 안이 ‘동역사’라는 호칭인데, 문제는 이 호칭이 총회 헌법이나 전례에도 존재하지 않고 사전에도 없는 용어라서 개념 정리조차 안 된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총신신대원여동문회는 TF팀이 내놓은 구상에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교단이 신학적인 이유로 여성에게 ‘목사’ ‘강도사’와 같은 직분은 줄 수 없으니 새로운 호칭으로 불러주겠다는 건 데 여성을 배제하고 여성 사역자의 처우 개선을 논의한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TF팀의 구상대로 ‘동역사’가 총회 문턱을 넘는다면 여성 사역자의 역할에 있어 이전과는 분명 다른 위치로 불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교단 안에서 남성 사역자와 동등한 신분 보장이 안 될 경우 다시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여성 사역자들은 교단이 여성을 남성 사역자와 비등한 관계를 설정하기 노력하는 거라면 ‘동역사’라는 새로운 호칭이 아니라 기존의 ‘강도사’를 여성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남녀 차별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성 안수’는 교회라는 제도의 틀과 다양한 목회 현장에서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무시를 견뎌야 했던 시간에 대한 교단의 자성과 각성에서 비롯된 결과물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교회 최대 교단인 통합과 합동의 고민의 방향과 크기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교회를 섬기는 문제가 교단이 다르고 목회자와 평신도의 지위, 남성과 여성 사역자의 신분 차이에 좌우될 문제인가를 다시 생각할 볼 때가 됐다.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가 신학적 해석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건강한 파트너십이기 때문이다.
통합 부총회장을 역임한 김순미 장로는 최근 교단 기관지에 기고한 ‘여성안수 허락 30주년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앞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는 각자의 리더십의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며 더욱 온전한 리더십을 갖추도록 함께 협력하여 선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리더십의 불균형이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겠지만 한국교회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일 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