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방글라데시의 보건 소외지역에서 추진한 모자보건 사업 1차년도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고 5일(금) 밝혔다.
매년 4월 7일인 ‘세계 보건의 날’은 유엔이 전 세계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1945년 지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올해는 76주년을 맞아 ‘나의 건강, 나의 권리(My health, my right)’를 주제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어디에서든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받고, 건강 관련 교육과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알린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건강증진법을 바탕으로 보건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보건의 날을 지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유엔은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에서 건강과 복지 증진 목표를 3번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모성사망비 10만 명당 70명, 신생아 사망률 1천 명당 12명까지 낮춘다는 세부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같은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과 협력하여,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방글라데시 랑푸르 주 전략형 모자보건 시스템 강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5년 간 코이카가 100억 원을 지원하는 중장기 전략 사업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이 67억 원을 추가해 총 167억 원 규모로 진행된다. 사업을 통해 방글라데시 랑푸르 주의 모자보건을 증진하고, 지역주민의 모자 보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방글라데시 정부 보건 시스템과 정책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방글라데시는 비전문 인력에 의한 분만율이 높고, 임신과 출산에서 여성의 낮은 의사결정권이 두드러지며, 보건전문인력 부족과 열악한 보건 시설 및 접근성으로 모자보건 서비스의 개선이 필요한 국가이다. 지표상으로도 방글라데시의 모성사망비는 10만명 당 123명, 신생아 사망률은 1천명 당 17명으로 SDGs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 북서부의 랑푸르 주는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이 47.2%로 가장 높고, 조혼율 역시 67%로 국가 평균 수준보다 높다. 모성사망비는 10만 명당 223명에 달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모자보건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사업에 착수한 뒤로 공공 보건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더욱 많은 임산부와 아동이 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고 있다.
우선 보건소 개보수, 보건 인력 및 물품 지원을 통해 모자보건 서비스 공급 체계를 개선한다. 랑푸르 주에 속한 랑푸르 군과 랄모니핫 군에 거점 보건소 40개소를 선정해 현재까지 20개소의 개보수를 완료하고 주 7회 24시간 운영해 응급의료체계를 확보했다. 향후 40개소로 확대해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을 단위 보건소부터 상급의료기관까지의 협력 체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조산사 45명과 보건소 관리 인력 36명을 배치하고 의약품 및 의료 물품을 지원했다. 이 외에도 보건 서비스 소외 지역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이동 진료를 실시한다.
더 나아가 임산부들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산전 후 관리를 받아 스스로의 건강과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모자보건 인식 개선을 진행한다. 여성과 청년 그룹을 대상으로 라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모자보건과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성·생식 건강, 임신과 출산, 조혼 및 청소년 임신 관련 교육과 대학 토론 대회를 진행해 총 9,919명의 지역 주민들이 인식 개선 활동에 참여하도록 했다. 또한, 마을 보건 요원의 가정방문을 통해 1:1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지역 사회 내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도록 독려했다.
이와 같은 사업 결과로 안전하게 보건 시설에서 분만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랑푸르 군의 시설분만율은 12%에서 18%로, 랄모니핫 군은 19%에서 24%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랑푸르 군 내에서 출산 전후로 합병증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산후 검진을 받은 산모의 비율이 74%에서 81%로 늘어났고, 48시간 이내 생후 관리를 받은 신생아는 73%에서 75%로 증가했다.
랑푸르 주에 거주하는 수마이야(20세, 가명) 씨는 올해 2월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보건소에서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수마이야씨는 3년 전 가정 분만으로 출산하던 중 처치가 늦어져 첫째 아이를 잃었다. “보건시설에서 출산하는 것의 장점을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크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인식 개선 교육을 통해 임신 검사, 산전후 관리, 가족계획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 출산에 대한 상담도 충분히 받고 전문적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둘째를 낳을 수 있었다. 출산이 악몽과 고통이 아닌 기쁨과 행복으로 바뀌는 경험이었다. 이웃에도 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더 나아가 모성사망비와 신생아 사망률을 지속해서 감소하기 위해 지역 정부와 모자보건 정책 개선에 나선다.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리더십과 책무성 강화 교육을 제공하고 마을 보건소 관리 감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진행하고 보건소 상급 관리자와 운영위원회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지역 정부와 사업 성과를 공동으로 모니터링해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공공정책 개선책 수립에 기여할 계획이다.
방글라데시 모자보건 사업을 총괄하는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사업1팀 김지혜 팀장은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2년간 방글라데시에서 모자보건 사업을 수행해 왔으며 지역 내 모성 사망비와 신생아 사망률 감소에 크게 기여해왔다. 보건 분야에서 축적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모성사망비와 신생아 사망률이 높은 랑푸르 주에서 양질의 모자보건 서비스를 제공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랑푸르 주 모성사망비를 10만 명당 223명에서 206명까지 낮추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공 정책 개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와 방글라데시 국민을 대상으로 옹호 활동을 추진해나갈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모성과 아동의 건강 증진이 곧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지역 내 차별을 없애는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