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이 발발한 지 9년이 지났다. 예멘 정부를 돕는 아랍 동맹군과 반군 후티(안사룰라)의 전쟁은 2014년 촉발된 뒤 2015년 본격화됐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9년간의 분쟁과 휴전이 예멘 아동의 교육에 미친 결과를 담은 보고서 ‘균형 속에 매달리기: 예멘 아동의 교육 투쟁(Hanging in the Balance: Yemeni Children’s Struggle for Education)’을 발표했다고 25일(월) 밝혔다.
보고서에는 현재 예멘 아동 5명 중 2명에 해당하는 450만 명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으며, 실향민 아동은 또래보다 학업을 중퇴할 가능성이 2배 높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예멘 분쟁은 2022년 유엔의 중재로 4월부터 6개월간 내전 양측이 휴전을 합의했으며, 이후 대규모 전투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폭력과 붕괴한 경제로 인해 예멘 인구의 3분의 2는 빈곤선 아래로 밀려났고, 전체 인구 14%가 폭력을 피해 실향민이 되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여러 차례 피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 ‘균형 속에 매달리기: 예멘 아동의 교육 투쟁’은 아동과 양육자, 교사 등 1,1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응답한 가정의 3분의 1이 지난 2년간 학교를 중퇴한 최소 1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인 휴전으로 사상자 비율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아동 4분의 3이 느끼는 안정감은 증가하지 않았으며 예멘 가정의 14%는 학교 중퇴의 직접적 원인으로 폭력을 꼽았다.
보고서는 장기간의 분쟁 이후 예멘 아동이 학업 위기를 겪고 있으며, 즉각적인 개입이 없다면 국가의 회복과 발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분쟁을 피해 집을 떠난 실향민 아동은 학업 중단에 2배나 취약하다. 출신 지역으로 돌아가는 경우 학교 중퇴율이 20%나 감소하지만 남아있는 불안정이 귀환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업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것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한 아동노동이다. 응답자의 44%가 가족의 소득 창출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어 학업을 중단했다고 응답했다. 매달 내야 하는 학비와 비싼 교과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응답한 가정도 20%에 달했다.
예멘에서 교사로 일하는 하니(48세, 가명) 씨는 "높은 학비 때문에 딸 네 명 중 두 명을 중퇴시켜야 했다. 자녀 한 명당 들어가는 학비가 월급의 25%에 달한다. 교사 월급이 한 달에 76,300리알(한화 약 6만 원)인데 이 돈으로는 필요한 음식을 감당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예멘에서 한 달 동안 7명의 가족을 부양하는데 들어가는 최소한의 식량 바구니는 평균 85달러(한화 약 11만 원)이다.
12살 소년 라미(가명)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를 중퇴해야 했다고 말했다. 라미는 “가족이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고 동생들은 음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학교에 갈 수 없었다. 학교를 떠나서 일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사무소장 모하메드 만나는 “잊혀진 분쟁이 9년에 이른 지금, 예멘은 전에 없던 교육 비상사태를 직면했다. 최근 연구 결과는 아동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일시적인 휴전으로 폭력은 줄었으나 아직은 가족들이 삶을 재건할 만한 안정감이 찾아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정전 없이는 가족들의 삶이 계속해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예멘의 모든 아이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고 안전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다. 배움을 통해 미래를 꿈꾸고 싶어 하는 예멘 아이들의 가능성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