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목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전임연구원, 고신대학원 기독교윤리학, 분당우리교회 협동목사)가 22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소셜네트워크의 몰락과 현대인의 세 가지 욕구’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목사는 “지난 2월 4일로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SNS)인 페이스북이 설립 20주년을 맞이했다”며 “지난 20년 동안, 페이스북은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 세계 30억 이상의 사용자와 시가총액 1.2조 달러의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페이스북 등장 이후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소셜네트워크들이 개발되었으며,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네트워크 앱은 현재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의 1/4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초기 소셜네트워크는 개인과 개인의 사적인 의사소통과 개인과 불특정 다수 사이의 대중적 의사소통을 통합하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매체로 주목받았다”며 “소셜네트워크 이전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첫째는 편지, 유선 전화와 휴대 전화 등과 같이 개인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사적 매체들이 있었으며, 둘째는 신문, 라디오, 책, 텔레비전과 같은 개인 혹은 단체와 다수 간의 일방적인 전달을 위한 대중 매체 혹은 레거시 미디어로 이분화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이 두 미디어는 용도와 윤리적 책임의 정도, 사회적 의미에 있어 확연히 구분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셜네트워크 혁명은 긍정적인 면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도 있었다. 전통적인 소통 방식의 해체로 일어난 부정적인 결과도 있었다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첫 번째 결과는 대중매체와 레거시 미디어의 공적인 역할이 해체되고, 언론이 개인과 대중의 기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진실에 대한 전달과 비판 역할이 약해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 결과는 오히려 사적인 의사 표현에 공적인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게 되어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약화되고 자기 검열이 강화되었다”며 “공적 미디어는 대중에 영합하여 진실을 왜곡하고, 개인은 개인의 의견을 억압하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의 출현과 발전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구분이 불분명하게 되는 혁명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공적인 영역에서의 개인의 역할을 재발견하게 하였고 사적인 영역에서의 공적 책임감을 확대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서는 사실과 진실의 기준을 낮추고 기대하지 않는 상대주의적인 진리관이 강화되는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이것은 공적 영역의 축소를 의미했으며, 결국 서로 다른 의견를 제시하고 사실과 논리를 통해서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만을 강화하고 대결하는 정체성의 대결 정치를 강화하였다”고 했다.
이 목사는 “현재 젊은 층은 소셜네트워크를 탈출하여 자신의 의견을 더욱 강화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소규모 단위의 대화방과 모임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는 인터넷 가상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거의 반수가 소셜미디어를 떠나고 있으며, 텔레그램과 같은 메신저 내의 대화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메신저가 현대인의 의사소통에서 핵심 수단이 된 이유는, 단순히 문자 기능을 넘어서, 개인이나 작은 공동체의 생각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대화방’ 때문”이라며 “메신저 대화방의 최대 장점은 대화의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어서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메신저 대화방은 사적 매체가 지닌 거짓 소문의 진앙지가 될 수 있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동시에 자유와 안전을 보장한다는 긍정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적절한 범위의 사회관계망을 형성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의 약화와 메신저 앱이 강화되고 있는 현상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욕구들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유와 안전에 대한 욕구”라며 “사실 이 둘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욕구이다. 안전하게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는 현대인에게 늑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목장과 같은 위험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대인은 자유와 안전, 인정이라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디지털 유목민처럼 이런저런 미디어를 찾아 배회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진리의 영역은 더욱 축소되고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현대인에게 진리 안에서 자유와 안전, 인정의 욕구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환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와 메신저 앱과 같은 현대인의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와 가상 세계를 통한 소통의 강화는 진리를 희생하면서라도 자유와 안전과 인정을 얻으려는 현대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진리 없는 자유와 안전과 인정은 과연 진짜 자유와 안전과 인정일까”라고 했다.
이 목사는 “페이스북이 처음 나왔을 때 팀 체스터는 페이스북과 복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얼굴을 나타내며, 보여준다. 하지만 복음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얼굴을 보여준다. 성경은 진짜 페이스북이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도는 궁극적인 인스턴트 메시지이다. 교회는 진정한 소셜 네트워크이다. 복음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얼굴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의 지식의 빛을 보는 장소이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아울러 “복음은 이렇게 주장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 예수님의 말씀은 마치 기초 없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산의 어름 잔해처럼 곧 녹아 없어질 자유와 안전, 인정(‘좋아요’)의 세계 속에서 교회와 성도는 영원히 녹지 않고 떠다니지 않은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바로 이 진리의 소식인 복음이 현대인의 진정한 소셜네트워크와 메신저가 될 날이 오길 기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