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산하 인권센터의 같은 듯 다른 태도가 논란거리다. NCCK 회원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 재판위원회(총재위)가 인천퀴어축제 때 성 소수자를 축복한 이동환 목사의 출교를 확정하자 NCCK 인권센터가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NCCK가 이를 방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논란을 격화시키는 모양새다.
기감 경기연회 소속의 이동환 목사는 지난 2019년 인천퀴어축제에 참석해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축복식을 집례해 교단법인 교리와 장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돼 지 연회 재판위에서 정직 2년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정직 기간에 자숙하는 모습 대신 동성애 찬동을 반복함으로써 교단 최고의 징계인 ‘출교’ 처분을 받았다. 교단 총재위에 제기한 항소마저 지난 4일 기각되면서 ‘출교’ 처분이 최종 확정됐고, 이로써 교단 목사 신분마저 박탈당하는 처지가 됐다.
논란은 NCCK 인권센터가 지난 11일 ‘신앙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소속 교단의 재판 결과를 “성 소수자와 그 이웃들에 대한 혐오”라고 규정해 비난을 퍼부은 게 발단이다. 인권센터는 이 목사 출교를 결정한 기감 교단을 향해 “교회가 신앙의 길을 잃고 복음의 정신을 훼손한 참담한 사건”이라고 했다.
NCCK 인권센터가 한국교회의 보편적인 정서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 온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제21대 국회 개회 직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자 바로 다음 날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21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인권상을 수여한 것도 인권센터의 전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NCCK 인권센터의 동성애 관련 행적은 그게 다가 아니다. 2014년에 성 소수자인 임태훈 당시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인권상을 수여하는가 하면 2016년 4월엔 국내 최초 동성 결혼식으로 논란이 된 퀴어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를 초청, 토론회를 개최해 교계에 큰 반발을 샀다.
이런 NCCK 인권센터의 행보를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기능적 역할 수행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하지만 교단의 결정에 개입하는 건 전혀 다른 성격이다. 더구나 NCCK 산하 기관이 NCCK 회원 교단의 법적 판단에 대해 비난하고 나선 건 교단의 시각에선 월권이고 선을 넘은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질 여지마저 있다.
NCCK 인권센터가 이동환 목사 재판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게 지난 2020년 10월이다. 당시 이 목사가 경기연회로부터 정직 2년 징계 처분을 받자 “이동환 목사는 죄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이 목사를 감쌌다. 그런데 거기서 그쳤으면 최소한 선을 넘었다는 지적은 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동성애를 찬동하는 목회자를 징계하는 기감 교리와 장정 3조 8항이 개정돼야 한다”라며 교단법 개정까지 들먹인 데 있다.
기감은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에 대해 교단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교단이 퀴어축제 축복식을 거행한 이동환 목사에 대해 초지일관 흔들림 없는 자세로 징계한 건 걸 보면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알 수 있다. 그런 교단을 향해 대놓고 법을 고치라는 건 받아들이는 쪽에선 충분히 모욕적일 수 있다.
기감은 최근 NCCK 탈퇴 문제를 놓고 교단 안팎이 어수선하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022년 10월 열린 기감 행정총회에서 총대들이 NCCK의 동성애·차별금지법 옹호 및 종교 다원주의적 경향성 의혹 제기와 함께 NCCK 탈퇴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일부 연회들이 NCCK와 WCC 탈퇴를 결의하며 교단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NCCK 인권센터가 기감측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낸 건 기감 교단 내에 흐르는 NCCK의 탈퇴 여론을 다시 격화시킬 수도 있다. 다만 NCCK 측이 이런 논란이 일 때마다 매번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는 식의 태도를 취해왔다는 점에서 회원 교단 내의 반발 기류가 NCCK의 근본적인 개혁과 변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CCK는 인권센터의 차별금지법 찬성과 동성애 옹호 행적에 대해 우리와는 별개라는 자세를 유지해왔다. 인권센터는 NCCK 유관기관일 뿐 그들의 입장이 곧 우리의 입장은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기감 교단의 공문이 NCCK에 전달되는 등 일련의 사태에 심적 압박을 느낀 이홍정 총무가 지난해 중도에 사임한 일로 볼 때 그냥 흐지부지 덮일 사안도 아니다.
사실 NCCK와 인권센터가 분리돼 있으니 별개라는 NCCK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계에선 ‘인권센터’ 앞에 ‘NCCK’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는데 별개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NCCK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말 별개라면 이참에 인권센터 앞에 붙은 ‘NCCK’라는 간판을 떼라는 것이다.
NCCK는 과거 어두운 세상을 밝히며 시대정신을 깨우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한 한국교회가 걸어가는 지향점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한 입으로 두말을 할 것인가. 올해 100주년을 맞은 NCCK가 일부 진보사회 운동권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교회연합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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