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약(임협)에 나서는 금융권 사용자 대표들이 오는 23일 비공식 모임을 갖고 임금 인하방안을 논의한다.
8%대 임금 인상을 제시한 금융노조 측과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협상위원들은 23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모여 임협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사측 협상대표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김종준 하나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김종화 금융결제원장이 참석한다. 당초 참석할 예정이었던 성세환 부산은행장은 일정상 부행장이 대리 참석키로 했다.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도 해외 체류 중이어서 불참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내일 사측 대표간의 비정례적 모임이 갖는 것은 맞지만, 일주일 전부터 예정돼 있던 것으로 긴급회동 성격이 아니다"라면서 "지난해에도 임단협 도중에 의견 조율을 위해 사측 대표끼리 만난 적이 서너번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상황을 볼 때 임금을 올려줄 형편이 안된다"고 말해 임금 조정이 '동결'이 아닌 '삭감'으로 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8.1%(정규직 기준)로 제시했다. 이는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임단협 지침에 따른 것이다.
다음날인 24일에는 금융노조 36개 지부 대표자 회의를 열어 사측 논의안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키로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당초 제시한 8% 인상안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 상호간의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겠다는 의향을 이미 (사측에) 전달했다"면서도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을 감안할 때 임금 동결이나 삭감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간의 극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그동안 노사 양측은 지난 5월 상견례를 겸한 1차 교섭을 시작으로 총 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교섭 과정에서 홍기택 산업은행장과 성세환 부산은행장 등 일부 사측 대표가 사전 통보없이 불참해, 임협에 나설 의향조차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박병원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5차 교섭일은 다음달 13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