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잠언 22장 6절
초등학교 입학 시기의 자녀를 둔 부모님은 아이의 등·하교로 몸과 마음이 바빠지고, 형제 아이들과의 시간 조정을 위해 부모 자신도 모르게 자녀의 TV나 디지털 기기 시청을 조장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뇌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 생후 3세까지는 신체, 인지, 정서 등의 뇌 발달이 결정적 시기를 맞는다. 이 시기에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어떤 정보라도 잘 흡수하는 시기이다. 좋은 정보가 뇌에 들어오면 좋지만, 나쁜 정보가 들어오면 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유아기의 뇌는 그 어떤 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쁜 정보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의 결정적인 시기인 생후 3세까지는 특히 유해한 정보는 뇌에 해로운 것이기 때문에 뇌에 해가 되는 자극물을 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폭력적인 영상물,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TV 프로그램, 과도한 언어학습, 간접흡연, 알코올 등이 영유아기에 피해야 할 자극물이다. 이러한 자극물은 뇌세포를 직접 파괴하기도 하고, 결정적 시기인 뇌가 스펀지처럼 흡수해 각인하기 때문에 피해야 하는 것이다.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말하는 오감의 반응이 극대화 되어야 한다. 텔레비전에 대고 아무리 “우유!”라고 외쳐도 텔레비전은 아이 말에 반응할 수 없고 일방적이기 때문에 상호관계로 연결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TV를 많이 보게 되면 사회적 관계 형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기분 변화가 심해지고 짜증을 많이 부리는 등 정서 조절 능력에도 많은 문제를 보이게 된다. 언어 이해력이나 표현력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요즈음 유아 자폐증의 아이들에게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바로 영상물을 과도하게 시청했다는 사실이다. 뇌가 급진적으로 발달하는 이 시기에 텔레비전이나 영상물에 직접 노출되면 뇌는 그대로 그것들을 흡수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한다.
어떤 3살 된 남자아이가 생후 8개월부터 영유아 디지털기기를 접하면서 병이 들기 시작한 사례이다. 이 엄마는 영어 영상물을 접하면서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되었는데, 어릴 때부터 영어 교육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외국인처럼 영어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이를 영어 영재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기회 있을 때마다 영어 영상물을 자주 틀어 주었다. 아이가 이 영상물을 열심히 보는 것 같아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TV 앞에 앉히고 보게 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세 살이 넘었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없고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일체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는 오로지 영상물에만 관심을 보이고 TV를 켜 주지 않으면 짜증과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장난감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 급기야 병원과 상담소를 찾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유아 디지털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유아 디지털증후군은 현대의 아이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질병으로 모든 디지털 기기를 비롯해 텔레비전 시청이 그 원인이다. 유아 디지털증후군은 자폐아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자폐증으로 착각하기 쉽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은 전혀 하지 않고 유일하게 디지털기기나 텔레비전에만 반응을 하는 게 특징이다. 또 환경이 변하면 불안과 공포를 보이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부모의 따뜻한 말과 행동, 그리고 가슴이 필요하다. 아이를 강렬한 시각적 자극 속에 버려두면 뇌의 특정 부분, 특히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후두엽 신경 세포망의 과잉 발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영유아기의 뇌 발달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부모가 그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뇌가 자동적으로 잘 발달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은 기쁨을 조절하는 기저핵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코카인을 흡입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기도 하다. TV 화면은 전환이 빠르게 때문에 전두엽에서 영상 처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TV 화면의 파장은 야외에서 물체를 볼 때보다 아주 좁은 편이기 때문에 시각은 풍부하게 자극하지 못한다. 그리고 TV나 디지털 기기들을 계속 볼 경우 음소의 변별이 어려워진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동공이 확대되지 않으며 화면을 수동적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시각 체계가 제대로 자극을 받지 못해 훗날 읽기장애가 올 수 있다.
또 TV나 디지털기기 시청은 오감 중 시각과 청각만 자극한다.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3세에서는 시냅스 형성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대뇌의 4개 엽이 물리적 공사를 완수해서 뇌의 무게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풍요로운 환경이 절대적이다.
TV나 디지털기기 시청은 화면에서 본 의미나 심상을 자꾸 놓치게 되어 훗날 정보를 대충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 학습 곤란의 지름길이 된다. 이것이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게 된 이유이다. 특히, TV 시청은 1일 1시간 시청하는 경우 10% 확률로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가 발생될 수 있으며, 1일 5시간 시청할 경우 ADHD 발생 확률이 50%가 된다고 보고된다. TV는 뇌가 필요 없는 활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부모나 가까운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면 애착 형성도 잘되고 아이의 뇌도 건강하게 발달된다. 거울 신경세포의 발견을 통해 영유아기인 생후 8~9개월부터 오감을 통한 다양한 자극으로 아이의 뇌 발달이 촉진되고 사회성을 습득하는 사실이 더욱 확증되었다. 그래서 TV나 디지털기기가 아닌 부모를 통해 사회성이나 정서, 인지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