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국전쟁>도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보게 되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무언가 마음 속 깊은 곳에 큰 울림이 일어났고, 영화가 마친 뒤 상영관에서는 여느 영화를 보고 나가는 사람들의 떠들썩함보다 숙연함이 느껴졌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책이나 영화, 드라마 '몰아보기'를 즐겨 본다. '몰아보기'란 독자들이 어떠한 콘텐츠에 대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유튜버가 요약적으로 편집하여 제공하는 콘텐츠의 한 형식이다. 무언가 보고는 싶은데 시간이 없거나 혹은 소위 정주행하기 귀찮아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몰아보기의 화자는 본인의 감상에 따라 그 핵심을 정한다. 그 감상의 핵심은 공통적인 부분도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에 요약된 역사는 누군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편집된 몰아보기와 같다. 또한 역사는 SNS의 해시태그(#) 같기도 하다. 마치 학생 때 배운 '이승만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독재자', '#4·19혁명'인 것처럼 말이다.
영화 <건국전쟁>은 내게 큰 충격을 줬다. 잘못 알고 있었고 처음 접했던 역사적 사실이 1차 충격이었고, 건국 대통령의 자료들이 창고에 탑처럼 쌓여있던 영화 속 장면이 2차 충격을 주었다.
천장에 닿을 듯 말 듯 높이 쌓여있는 물건과 그 물건에 반 정도 가려진 초대대통령의 초상화가 생각난다. 이승만 대통령의 종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장면이 너무나도 쓸쓸했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걸까? 나에게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전달했던 사람일까? 아니면 역사에 관심이 없던 나의 잘못일까?
누군가 가족의 역사를 묻는다면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건국에 대해 묻는다면 과연 얼만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창피하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바로 알아야 한다'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건국전쟁>을 통해 역사를 정독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귀한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또한 무관심 속에 방치된 대한민국 건국 역사의 산물들이 이제는 먼지를 털고, 다시금 국민 앞에 제대로 세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