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깊은 계곡에 희귀한 한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연못 위로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허구한날 비치는 소나무 그림자를 보고 자기 몸에 무늬 마저 그 그림자와 같게 새겨지게 한 ‘가사어’ 라는 물고기 입니다. 사시장철 낙락한 소나무의 기상을 닮은 그 고기는 아주 희귀 어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순절을 지내고 있는 요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으로 인한 깊은 사랑이 가사어가 자신의 무늬를 소나무 그림자 같게 만들려는 열망을 갖고 그렇게 한 것처럼 우리 가슴에 찬양으로 새겨지고 싶은 열망을 담게 하는 도전을 줍니다.
우리가 부르는 찬송 가운데 사순절 기간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는 대표적인 찬양 중 하나는 “날 위하여 십자가에(How Can I Keep From Singing)”입니다. 이 찬양은 원래 미국의 제 삼차 대각성 부흥 운동(Third Great Awaking) 시기에 가스펠 찬송을 많이 작곡하며 교회음악에 큰 공헌을 했던 미국의 침례교 목사요 작곡가인 로버트 로우리(Robert Lowry, 1826-1899) 가 1869년 그의 노래집 ‘Bright Jewels for the Sunday School’ 에 ”How can I keep from singing“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곡입니다 .
이 곡의 원래의 내용은 시편 96편의 내용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시편 저자는 주님의 의로우심 - 광대하심, 존귀와 위엄, 진실하심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판단하실 공의의 하나님으로 표현하며 온 세상이 마땅히 찬양해야 할 당위성을 이야기 합니다. 이것을 묵상한 로우리 목사님은 “내 삶은 끝없는 찬양 속에 흘러가고 어떠한 폭풍이 내 마음의 고요함을 흔들 수 없습니다. 이 어찌 찬양을 안 할 수 있겠습니까? ” 라는 고백을 담아 찬양을 만들게 된것입니다.
이 찬송을 가지고 19세기 후반 일본의 찬양 사역에 힘썼던 사사오 테쓰 사브로(T.Sasao, 1868~1914) 목사님이 원제목을 소제목으로 붙이고 제목을 “날 위하여 십자가에”로 만들어 전체 가사를 페러디 하였습니다. 그리고 1897년 교회에 소개하여 이 찬송이 대중화 되게 된 것입니다.. 원 저자인 로버트 로우리가 의도한 찬양을 드려야 할 그 당위성을 좀 더 구체화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나누어 고백을 합니다. “그리스도 십자가 구속의 복음”, “말씀을 통한 축복”, 그리고 “어떤 환경 속에서도 천국 소망으로 인한 기쁨의 찬양”을 지속해야 한다는 짧고 간결한 메시지이지만 복음으로 사는 자들이 갖추어야 할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사도바울 선생님의 서신들 가운데 그의 사역 철학을 한 절로 표현하라면 필자는 갈6:14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
이 말씀 속에 사사오 목사님이 만든 찬양의 핵심 즉 “십자가 복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바울 선생님이 직접 복음을 전한 갈라디아교회에 편지를 마무리 해가며 복음 이외에 다른 할례와 율법도 지켜나가야 전적으로 성숙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다른 선생들의 유혹에 혼돈하고 있는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오직 십자가 복음만”이라고 정의 해 주는 명 장면이 펼쳐지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마틴 로이드 존스(David Martyn Lloyd-Jones, 1899-1981)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이것이 바울이 전파한 전부였습니다. 기독교는 오직 이 한 가지 메시지만 있을 뿐입니다. 십자가를 전하고 십자가 상에서 죽임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전파하는 것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며 기독교 메시지의 진수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 위에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십자가입니다.” 이것이 또한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복음 사역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찬송을 한국의 조혜영 작곡가가 이 사사오 께서 써놓은 십자가 복음으로 연관된 세 절 구를 가지고 절묘하게 편곡하여 스토리를 펼쳐놓은 합창곡이 있습니다. 먼저 일절에 나타난 “그리스도 십자가 구속의 복음”을 서정적인 주 선율을 대입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구슬프게 읊조리듯 하게 합니다. 이것을 여성에 이어 남성이 반복을 하며 강조합니다. 보배로운 피로 인해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구하셨으니 어찌 찬양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찬양의 당위성을 담게 합니다.
두 번째는 말씀을 통한 축복, 음악의 형태를 케논(돌림노래) 형식으로 바꾸어 표현을 하다가 이 부분의 중심이 되는 “말씀을 통한 축복”은 호모포니 형태로 바꾸어 강조를 둡니다. 이어 두 번째 찬양의 당위성을 표현할 때 다시 케논으로 돌아가 울림을 강조하다 마지막 절 강조를 향해 전환시킵니다.
마지막 삼절, “어떤 환경 속에서도 천국 소망으로 인한 기쁨의 찬양을 끊지 않겠다”는 강렬한 다짐을 표현합니다. 이를 위해 호모포니 형태의 강한 다이내믹 그리고 음정을 2도 반 이나 격상시켜(F-Ab Major) 복음으로 인한 천국의 소망, 그 환희를 표현하며 절정에 이르게 합니다. 이어 케논형태를 다시 등장시켜 찬양의 당위성을 큰 울림으로 남게 하며 아르페지오의 반주 속에 아름다운 화모니를 등장시켜 종결을 합니다. 세계의 절에 나타난 이야기를 조화롭게 음악으로 펼쳐 “십자가 복음”을 찬양해야 하는 당위성을 하나의 드라마로 펼쳐놓은 곡입니다.
십자가는 언제나 사람들을 불쾌하게 한 것이었습니다. 1세기에도 사람들은 십자가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도들이 전한 설교의 핵심은 바로 십자가였다는 마틴 로이드죤스 목사님의 말에 필자는 깊은 동의가 됩니다. 이에 소나무 무늬를 자기 몸에 새기며 사는 가사어처럼 우리의 몸에도 기독교 메시지의 진수인 복음의 십자가를 한 수 한 수 가슴에 새기는 찬양을 드리려는 열정을 갖게 하는 올해의 사순절 기간입니다.
#윤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