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작은 수정된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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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생명윤리(8)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낙태 행위가 생명을 죽이는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질문은 낙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전제가 된다. 전제를 무시하고 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다. 낙태에 관해 제일 첫 쟁점인 생명은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생명의 시작에 대한 쟁점은 성경적으로나, 생명학적, 의학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1) 성경적 관점

기독교에서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된 시점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생명의 시작으로 본다. 수정된 순간부터 출산할 때까지의 전 기간에 걸쳐서 자궁 속 태아를 어떤 특정한 시점도 명시하지 않고 연속선상의 인격체로 본다. 주의 천사가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에 나타나 모태로부터 성령충만함을 받을 자라고 했다. 성령충만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격체에게만 있는 일이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았을 때 복중의 아이가 문안하는 소리를 듣고 기뻐 뛰놀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그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눅1:15)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눅1:44)

2) 생물학적 관점

생물학적인 관점(과학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연구 발표가 있었다. 2019년 ‘생명은 언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에 생물학자의 96%가 ‘수정’부터 라고 응답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자기복제와 단백질 생성 활동을 해야만 한다. 이 작용들은 수정 순간부터 시작되어 생명이 끝나는 시간까지 계속된다. 미국 시카고대학 스티브 제이콥스(Steve Jacobs) 박사는 5년 동안 실시한 연구의 일환으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기관에 설문을 보내 5,577명의 생물학자들에게 답변을 받았다. 그중 96%에 해당하는 5,337명이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된다고 응답했다.

3) 의학적 관점

의학적으로도 유전자 구성이 난자와 정자가 만나 46개의 염색체를 소유하게 되는 수정란이 생명의 시작으로 본다.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도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라고 기술되어 있다.

4) 일반인의 생각

2019년 미국 생명운동 단체인 Save the Stock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언제부터 생명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냐는 설문을 실시했다. 미국인들의 67%가 심장이 뛰기 시작할 때를 생명의 시작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심장이 멈추는 시점이 생명이 끝나는 때이기에 심장이 뛰기 시작할 때가 생명의 시작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일반인의 관점을 기반으로 미국 여러 주에서 발의되고 있는 일명 심장 박동법( heart beat acts)이 만들어 지고 있다.

5) 낙태 합리화에 이용된 여러 가지 주장들

⓵ 원시선설

원시선설은 수정 이후 14일 무렵 X-Ray 촬영에 의해 척추선이 검게 감지되는 시점을 뇌 형성의 첫 시점으로 보는 이론이다. 원래 뇌와 척수는 한 선에 놓여 있다가 이후 뇌와 척수가 분리되기에 이 시점을 뇌 형성의 시작점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원시선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뇌는 척수와 붙어있는 채 이미 존재했을 뿐이다. 뇌의 시작점으로 볼 수 없다. 원시선설은 수정후 14일이내에 배아파괴 연구를 허용한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일명 생명윤리법) 29조 ① 제25조에 따른 배아의 보존기간이 지난 잔여배아는 발생학적으로 원시선(原始線)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체외에서 다음 각 호의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허용하고 있다.

⓶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자의 경우 잉태 후 40일째 되는 날, 여자의 경우 잉태 후 90일째 되는 날 영혼이 신체에 들어온다고 봤다.

⓷ 토마스 아퀴나스의 40-90일설

아리스토텔레스의 잉태설의 영향을 받은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주장된 설이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뒤 루터와 칼빈은 아퀴나스의 40-90일설이 성경적 근거가 없고,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이 영혼이 들어와 생명이 시작한다는 입장을 지지했다. 카톨릭에서도 19세기 로마 교황 피우스 9세가 토마스 아퀴나스의 40-90일 설은 사변적 생물학에 근거한 이론이라며 주장하며 수정란설을 공식 인정했다.

⓸ 뇌파설

뇌활동을 나타내는 뇌파가 감지되는 시점부터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이다. 뇌파가 영혼의 활동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 뇌사 판정에 뇌파의 존재 유무로 판단하듯 태아에게서 뇌파가 감지되지 않는 시기는 생명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⓹ 출생시점설

태아가 모체의 밖으로 출산된 시점을 생명으로 보는 관점이다. 이 주장을 근거로 중국과 뉴욕에서는 출산 직전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⓺ 모체 분리 후 생존능력 가능 시점

태아가 모체로부터 나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이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의 기준이 된 기준이 되었다. 당시 의학적 수준으로는 임신 3분기(초기,중기,후기)중 중기까지는 출생해도 아이를 살릴 수 없었다. 현재는 임신 23주까지도 살릴 수 있다.

크리스천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이라는 절대기준을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 이 기준에서 후퇴하게 되면 인간의 생명을 미끄러운 경사길을 타고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 의사평론가,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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