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대본 없어..분명 내 연기인생 최악의 여건 아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극적인 화해라..그래도 방송은 나가야하고 시청자와의 약속과 금전적인 계약서의 약속도 현실적으로 있기에 다시 열심히 끝까지 잘 마무리하자 모두 하이팅을 했지만 막상 이렇게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촬영을 이어가는 모두의 마음은 편치 않을 듯 싶습니다."
'한예슬 파문'과 관련해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남자 주인공 에릭이 17일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끈다.
에릭은 이 글에서 "사실 이런 큰 사건들에 관해서는 견해보단 사실들을 가지고 여러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게 생각하시면 되고 어느 쪽이든 백프로의 선과 백프로의 악은 없다고 본다"고 전제한 뒤 이번 파문과 관련한 사실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쪽대본? 없다" "감독님 욕설로 인한 불화설? '감독님 항상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해도 매순간 존대하신다"라고 말했고 명월 역의 한예슬에 대해서도 "밤샘 촬영으로 인한 명월씨의 노고. 사실이다"고 일정 부분 인정했다.
그는 또 '스파이 명월'의 스태프와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한예슬의 부적절한 행태를 기록한 일지에 서명한 것과 관련해 "스태프 성명서? 사실이다. 전 스태프와 촬영장에서 어제그제 촬영한 배우들은 사실 인정하고 서명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확인한 그는 "끝까지 서로 덮어주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공개된 마당에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고 잘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지만 오해로 인한 누명은 있어선 안된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에릭은 "제작 여건에 관한 아쉬움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제작 환경 개선이 누구를 위해서인지를 먼저 따져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자기 일에 대한 보수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내'가 편하고자 함인가. 함께 고생하고 적은 월급으로 배우들보다 많은 시간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해서인가. 미래에 '후배'들이 편하게 일하게 해주기 위함인가. 이 세 가지가 될 수 있겠다"고 구분했다.
에릭은 많은 이가 사전제작을 얘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작비나 편성 문제로 인해 쉬운 문제는 아니고 사전제작 되어도 편성되지 못해 손해보는 드라마들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저 역시 미래의 후배들이 좋은 여건 속에서 촬영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사실 매일 살 부딪히는 동생들 같은, 때론 형님들 같은 스태프가 누군지 모르는 제 미래의 후배보단 제 견해로선 더 소중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목은 이번 파문을 일으킨 한예슬이 "후배들이 저처럼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같은 희생자가 안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릭은 현실적으로 지금의 살인적인 드라마 촬영현장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장에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회식하며 단합을 다지는 것 외에는 많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저 역시 많은 작품들을 경험해봤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분명 지금이 내 연기 인생에서 최악의 여건은 아니다"며 '스파이 명월' 현장이 다른 드라마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끝으로 "한 인간의 과오를 덮어주는 건 분명 신실한 일이지만 용기있게 그 잘못을 지적해 바로잡아주지 않거나 그 과오로 인해 아직도 피 흘리고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실수의 '용서'가 아니라 '용납'이 될 것"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