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신학회(회장 박보경)가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소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분쟁과 갈등시대의 선교’라는 주제로 2024 제1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은수 교수(전주대)가 좌장으로, 이규영 명예교수(서강대 국제대학원)·김아영 교수(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한동희 선교사(PCK 요르단)가 발제했다.
◆ 지구촌 갈등·분쟁·전쟁에 관한 대안 가능성 모색해야
먼저, ‘지구촌 갈등, 분쟁 그리고 전쟁: 국제 정치적 이해와 접근’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규영 교수는 “냉전 종식으로 지구촌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 대신 역설적으로 지엽적 갈등·분쟁·(국지) 전쟁 그리고 빈도수의 증가로 평화적 질서 유지의 어려움 지속되고 있다”며 “지구촌 갈등·분쟁·전쟁의 요인은 다양하고 복잡한 양태로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기존 문제해결을 위한 이론·방법의 세심한 숙지가 필요하다”며 이론과 방법으로 협상(교섭, negotiation), 거중조정(mediation), 사실조사(inquiry), 화의(conciliation), 중재(arbitration), 재결(adjudication), 국제사법재판소(ICJ 국가 간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국제기관) 등을 말했다.
아울러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갈등·분쟁·전쟁에 관련된 대안으로서 가능성 모색에 노력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 및 인도적 개입의 개별 국가 주권보다 우월적 인식에 주목할 필요성, 도덕적 차원에서 ‘국제평화운동’의 강화 필요성,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체제의 확산 등을 말했다.
◆ 기독교인들 환대 실천, 그 대상에 경계 없어야 할 것
두 번째로 ‘갈등을 넘어 환대로: 이슬람-기독교 만남에서 배우는 선교학적 교훈’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아영 교수는 “오랜 세월동안 갈등의 관계를 이어 오고 있는 이슬람과 기독교는 종교 그 자체가 문제이기 보다는 종교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또는 무지와 오해로 맹목이 된 사람들에 의하여 종교의 본래적 선함과 정의로운 기능이 왜곡되고 훼손되어 왔다”고 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오랜 세월을 걸쳐 갖가지 시험을 이기고 살아남은 종교 안에서 수세기 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 의미를 부여해준, 생명을 긍정하는 신앙’을 부정하려는 모든 노력들을 온 힘을 다해 막아내야 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으로부터 환대받은 은혜의 표현으로서의 마땅한 환대를 실천해야 하며, 그 대상에 경계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무슬림들은 선지자이며 인류의 가장 모범적인 인간, Al Insan Al Kamil(인 무함마드가 말한 ‘알라에게 사랑받는 종교는 가장 관용적인 종교이다’라는 가르침에 따라 이슬람의 땅에 거하는 비무슬림들과 여성들을 향한 유·무형의 폭력과 차별을 근절하는데 공동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무슬림으로 태어나 기독교인으로 개종한 후에 다시 이슬람으로 개종한 무슬림 신학자 마후무드 아유브는 ‘꾸란 알 마이다 장 48절(5장 48절)’에 근거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 시대에 한 가지 도전을 주고 있는 데 그것은 ‘우리는 모두 한 분 이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며 선한 일에 경쟁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알라의 종(Abd Allah)이요 하나님의 자녀(Children of God) 된 우리 모두의 삶과 신앙의 방식이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아랍 세계 선교에서 보여지는 독특한 현상은?
마지막 세 번째로 ‘분쟁과 갈등 시대에 아랍 민족들을 향한 선교: 팔레스타인, 시리아 내전을 향한 선교적 고찰과 실천’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한동희 선교사는 “분쟁과 갈등의 현장에서도 아랍 민족들을 향한 선교는 지속되어 왔다”며 “팔레스타인의 대재앙 가운데에도 난민들은 정착지에서 기독교 기관을 세웠고, 목회자가 되어 교회 공동체를 이끌었다”고 했다.
이어 “시리아 내전의 고통 속에서도 무슬림 난민 지역에 교회가 개척되었고, 유럽으로 이주한 난민들 사이에 디아스포라 예배 공동체가 형성되었다”며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강성할 때에도 회심자들은 타국으로 피난하여 복음 공동체의 보호를 받았다. 중동은 전쟁과 대립의 현장이었다. 근대에 유대인 국가의 설립 이후로 아랍 세계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겪었으며, 긴장과 갈등 속에서 수차례의 중동 전쟁과 국지전을 경험했고, 대재앙이라 불리는 팔레스타인 난민 사태를 목도했다”고 했다.
또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대립 속에서 팔레스타인의 주권은 해결되지 못했고, 이스라엘의 점령지로 남게 되었다. 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 세력은 이스라엘의 파멸을 목표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을 촉발시켰고, 이스라엘은 보복 작전으로 가자 지구에 대부분의 건물들을 파괴했다”며 “이 전쟁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무수한 인명 살상과 내부 난민을 발생시켰다”고 했다.
더불어 “최근에 부정부패에 저항하는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이후로, 시리아는 정부군와 무장 반군이 대립하는 내전을 겪었다”며 “이 전쟁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정치적 분쟁으로 격화되었고, 시리아 영토는 시아파 정부, 수니파 반군 정부, 쿠르드 자치 정부로 나뉘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시리아 난민들은 주변국으로 피난하거나, 고향을 떠나 여타 도시에 정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내전의 와중에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은 ‘이슬람 국가’를 선포했으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북부 지역을 장악했다가 쇠퇴했다”며 “기독교인들은 이들의 핍박을 피해 내부 도시들과 타국으로 이주했고,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최근까지 아랍 세계는 지속되는 갈등과 반목 속에서 전쟁의 고통과 난민의 이주를 경험해 왔다”고 했다.
그는 “난민에 직면한 아랍 세계는 선교의 현장이었다. 전쟁과 죽음을 피해 이주한 난민들은 새로운 정착지에서 복음을 접했고, 교회로 나아와 예배에 참석했다”며 “이들은 성경 공부와 제자훈련을 통해 신앙이 성장했고, 다른 아랍 민족들과 교회들을 섬겼다”고 했다.
이어 “전쟁의 고통과 신앙의 핍박 가운데에도 난민들은 복음으로 인해 회심했고, 예배를 통해 신앙이 성장함으로서 아랍세계의 선교는 지속되어 왔다”며 “아랍 세계 선교에서 보여 지는 독특한 현상은 첫째로 팔레스타인 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난민 가족이 세대를 넘어 정착지의 교회를 세워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 “둘째로 극단주의 이슬람의 발흥 속에서도 난민들은 꿈과 환상을 통해 복음을 접하고, 목숨의 위협과 가족의 핍박 가운데에도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관점에서 아랍 민족들의 선교를 위해 고려해야 할 현실들을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 선교사는 “분쟁과 갈등의 현장에서 아랍 세계 선교를 위해 실천되어야 할 과제로는 첫째로 아랍 세계의 교회가 기독교인과 무슬림 난민들을 품고, 신앙 성장과 복음 전파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며 “둘째로 아랍 세계의 난민들이 기독교 기관을 섬길 수 있도록 인도하여 아랍 민족들 모두에게 영적인 유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어 “셋째로 핍박을 받은 회심자들이 인권 보호를 받고, 성경 교육을 통해 신앙이 자라나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넷째로 분쟁이 상존하는 아랍 세계의 현장을 위해 기도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다섯째로 무슬림 난민 지역으로 사역자를 파송해 교회를 개척하고, 환대와 공동선을 통해 개방적인 복음 전도를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여섯째로 유럽으로 이주한 아랍 세계의 난민들이 교회 공동체를 통해 예배하도록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세워 나가야 하며, 일곱째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난민 가족들에게 구제를 실시하고, 우정과 대화를 통해 정기적으로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며 “여덟째로 가족의 핍박을 경험한 난민들이 정신적인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고, 신앙생활을 지속하도록 일자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전쟁과 대립 가운데에도 아랍 세계의 선교는 진행되고 있다”며 “분쟁과 갈등에 마주하여 선교적 고찰을 통해 도출된 선교적 실천은 아랍 세계의 복음화를 촉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행사는 발제 이후 토의 및 질의응답, 연구윤리교육, 광고 및 폐회 순서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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