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훈 목사(발안예향교회)가 최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불확정성의 원리와 평강’이라는 주제의 글을 올렸다. 전 목사는 “우리의 미래는 확률적으로 예측할 뿐이지, 결코 결정되어 있지는 않다”며 “과학과 같은 결정론적 사고관에 불확정성의 원리를 제시한 양자역학이 있듯이 인간에게도 ‘의지’라는 또 하나의 축이 있어서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의지라는 놈은 결과를 분명하게 만들지 못해서 ‘진인사대천명’ 즉 최선을 다하나 결과는 하늘에 맡기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하늘’이 불교에서는 ‘인연’이고, 기독교에서는 ‘주님의 뜻’이 담당하고 있다”며 “결국 미래는 ‘의지’에 ‘하늘’이 합쳐서 만들어 내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평강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장 기본적인 평강은 물리학에 기초한 세계에 있다”며 “여름에 눈이 오면 안 되고, 겨울이 더우면 안 된다. 낮은 환해야 하고, 밤은 캄캄해야 한다. 물은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어야 하며, 자동차의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나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서야만 평강이 생기는 법”이라고 했다.
이어 “인간의 평강은 물리학적인 평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낙관적인 세계관이 또 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밤의 잠이 달콤한 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공부해 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인내는 쓰고 결과는 달다고 믿는 사람이 평강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목사는 “낙관적인 세계관이 불확정성의 원리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도 뿌리 깊게 내려있다. 그것도 결정론적 사고관으로 위장해서 말이다”라며 “‘예수 믿으면 부자된다’ ‘기도하는 사람은 망하지 않는다’ ‘기도는 만사를 변화시킨다’ ‘십일조하면 복 받는다’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예수 믿는 사람이 가난하게 된 예를 알고 있다. 운전하기 전에 항상 기도하시던 분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것도 봤다. 십일조 열심히 하는 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교인들보다 반드시 더 잘 살지는 않는다”며 “기독교 신앙은 철저하게 불확정성의 원리에 갇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기독교 신앙 안에 결정론적 사고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와 같이 분명하고도 확고한 절대 진리가 존재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죽음 이후의 문제가 현재의 평강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평강을 주겠지만 당장 오늘 먹을 것을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과학의 세계에도 불확정성의 원리가 있듯, 신앙의 세계에도 불확정성의 원리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불안이 깃들고, 낭패와 실망을 겪게 만든다”며 “하지만 과학의 세계에서 지동설이 진리이듯, 신앙의 세계에서도 분명하고도 확고한 결정론적 진리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언제든지 나를 사랑하신다’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평강은 바로 ‘하나님의 사랑’에 기인한다”고 했다.
아울러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그 사랑 변함없으신 거짓 없으신 성실하신 그 사랑’을 믿을 때 ‘세상이 줄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평안’이 깃들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