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교회는 시골에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어느 날 목회자가 부임했다. 목사님은 교회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본당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 위치를 옮기고 싶었다. 피아노 위치를 바뀌면 예배가 훨씬 더 은혜로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목사님은 이 문제를 놓고 장로님들과 당회로 모였다. 그런데 한 장로님이 이렇게 말했다.
“저 피아노는 100년 동안 그곳에 있었습니다. 절대 옮길 수 없습니다. 피아노의 위치를 옮기면 예배가 은혜로워지지 않습니다. 그냥 두었으면 합니다.”
이 일로 분쟁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목사님은 더는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일 년이 지난 후 그랜드 피아노가 옮겨져 있었다. 알고 보니 목사님이 매일 조금씩 옮겼던 것이다.
참 웃지 못할 이야기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본질이 아니라 비본질적 문제로 분쟁하고 있다. 본질은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 삼는 일이다. 이 일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비본질적 문제로 분쟁하느라 생명 살리는 일에 쓸 에너지가 없다.
송전교회는 역사가 참 오래되었다. 1910년에 시작된 교회이다.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송전리에 있다. 용인시의 인구는 110만이 넘는다.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송전 지역은 참 발전이 늦다. 아파트보다 논밭이 많다. 교회 성장학적 측면에서 보면, 부흥될 조건이 없는 곳이다. 한마디로 송전교회는 100여 년 넘은 시골 교회이다.
나는 젊은 나이에 송전교회에 부임했다. 담임목회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송전교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 전 셀 리더들에게 과제를 냈다.
“셀 리더 여러분, 송전교회 이야기를 책(‘100년 시골 교회 젊은 교회 되다’)으로 내려고 합니다. 어떤 제목이 좋을지 생각해 보고 제출해주세요.”
한 주 후에 셀 리더들이 제출한 책 제목이 다음과 같았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살리는 교회’, ‘순종과 섬김이 문화가 된 교회’, ‘비전이 살아 숨 쉬는 그 교회 이야기’, ‘떠들썩한 교회’, ‘코로나 시대 역동적인 교회’, ‘코로나를 집어삼킨 영혼 구원’, ‘눈물이 멈추지 않는 교회’, ‘좋은 군사 교회’, ‘소문난 교회 되어지는 교회’, ‘멈춤이 멈춘 교회’….
이 제목들은 송전교회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송전교회는 역동적인 교회가 되었다. 젊은 교회가 되었다. 지역을 섬기는 교회가 되었다. 순종이 문화가 되는 교회가 되었다. 제자훈련에 목숨 거는 교회가 되었다. 관리집사가 없어도 섬김이 습관이 된 교회가 되었다. 교역자가 많이 없어도 평신도들이 사역하는 교회가 되었다. 송전교회는 전 교인이 전도하는 교회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전도하는 교회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셀 모임이 진행되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지역사회를 더 많이 섬겼다.
처음 부임 이후 나는 빠른 성과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건물도 짓고, 각종 전도 집회를 진행했다. 대부분 목회자처럼 빠른 성장, 빠른 부흥이 목표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의 마음속에 이런 마음을 주었다.
“빠르게보다 바르게 목회해라!”
빠르게보다는 바르게 목회하자! 나는 이 마음으로 지금까지 목회를 해왔다. 그동안 빠르게 하고 싶은 유혹이 많았다. 하지만 본질 하나만 붙들고 묵묵히 지금까지 왔다.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려는 기록이다. 20여 년간 평신도가 사역하는 교회를 세우려는 외침이다. 시골 교회를 전도형 교회와 양육형 교회로 세우려는 고백이다. 전도되지 않는 지역에서 한 영혼을 세워 제자로 삼고 셀 리더로 세우려는 몸부림이다.
나는 제임스 딘의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
한국교회에 건강한 교회가 많이 세워지길 기도한다.
권준호 용인 송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