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나님!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며 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시기입니다. 예수님의 모욕당하시고 수난받고 고통받으시는 그 고통 속에 함께 참여하고 그 고통을 느끼는 사순 시기로 부활의 날개를 펴기 위한 죽음이라고 삶 가운데서 깨치게 하옵소서. 매일 죽어 매일 새롭게 사는 부활의 삶이 되게 하옵소서. 온몸에 재를 뒤집어쓰고 비참하고 못난 자신을 고백하게 하옵소서. 숨 쉬고 사는 동안 삶을 노래하며 영광을 누릴지 모르지만 결국 한 줌의 재로 없어질 것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창3:19) 재를 머리에 얹을 때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선을 베풀게 하옵소서. 인생이 홀로 사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옵소서. 자기가 가진 것이 자기의 것이라는 이기적 주장을 버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앞에서 고통을 느끼게 하옵소서. 내게 소중한 것을 흔쾌히, 기꺼이 나누게 하옵소서. 기도하게 하옵소서. 하나님과 가슴 설레는 데이트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과의 은밀한 만남을 기뻐하게 하옵소서.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시기입니다. 단식을 통해 나를 비우게 하옵소서. 부유하고 편안하고 배부름에 빠진 저를 깨우는 단식이 되게 하옵소서. 생명을 내어놓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옵소서. 생명이 나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자신의 본 모습을 회복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옵소서. 위선과 거짓과 음모의 술수가 아니라 맑고 청아하고 진솔하고 정직한 마음을 갖게 하옵소서. 하늘처럼 맑은 영혼으로 새로 태어나기를 갈망합니다. 저에게 은총을 내려주옵소서. “그 갈릴리 오신 이 능력이 나를 놀라게 하였네.” 예루살렘으로, 골고다로, 그리고 죽음을 이기신 최후 승리의 자리로, 주님의 길을 가게 하옵소서. 욕망을 따르고 싶은 음성들에 귀를 막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하옵소서. 무디어져만 가는 저의 마음을 위해 울게 하옵소서. 저를 부르시는 부드러운 음성을 들려주옵소서. 저의 삶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게 하옵소서.
사랑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송가 134장)
■ 연요한 목사는 숭실대와 숭의여대에서 교수, 교목실장으로 일했으며, 한국기독교대학 교목회 회장, 한국대학선교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기도시집 香〉, 〈주를 대림하는 영성〉, 〈성서다시보기〉(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