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포럼이 올해도 변함없이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매년 설날과 추석 등 민족 고유의 명절 때마다 ‘고향교회’를 찾아 예배드리는 운동을 펼쳐 온 미래목회포럼이 ‘공교회성 회복 운동’ 차원에서 추진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미래목회포럼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캠페인의 목적은 ‘교회의 본질 회복’과 ‘선한 청지기 의식 고양’에 있다. 어려운 농어촌교회에 관심과 사랑을 유도해 도시와 농어촌교회 간의 거리를 좁히고 도농교회가 서로 손잡고 동행하자는 의미다. 정기적으로 ‘고향교회’를 방문해 감사헌금 드리기, 고향교회 목회자에게 감사 선물하기, 온라인 카카오톡 커피 한잔 보내기 운동 동참 권유 등의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교인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 출신이다. 이들에게 ‘고향교회’는 어릴 적 추억이자 마음 한구석에 짐으로 자리하고 있다. 설날 등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지만, 그 기간 중에 일부로 ‘고향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온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요인 중 하나는 현재 출석하는 교회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주일은 반드시 출석하는 교회에서 예배드려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친 영향일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주일예배를 드리고 난 후 귀향하거나 고향에 갔다가 본 교회에서 예배드리기 위해 서둘러 귀경하는 성도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명절 때 ‘고향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는 운동은 한국교회나 성도 개개인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교인들은 반드시 출석교회에서 예배드려야 한다고 강요하는 목회자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하는 게 순서다.
명절 기간 주일에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건 감사한 일이지 누군가 등 떠민다고 의무적으로 할 일은 아니다. 그 당연한 일이 농어촌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 캠페인이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 또한 커질 것이다.
크리스천에게 명절과 귀향은 제사를 중시하는 고유의 전통과는 궤를 달리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아닌 살아있는 부모와 가족 친지와의 우애와 친밀한 교제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명절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형식에 얽매인 제사와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명절에 ‘고향교회’에서 가서 예배드리는 것은 성도로서의 마땅한 일이지 베푸는 차원의 시혜가 아니다. 도농교회가 상생하는 의미에서 특정 시기에 국한한 캠페인성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실천으로 뿌리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시선을 교회 밖으로 돌려보면, 고향에 가고 싶어도 귀향을 꿈도 못 꾸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북에 고향을 둔 탈북민은 매년 명절 때마다 부모와 형제에 대한 그리움으로 속앓이를 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명절은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설 연휴에는 공장 등 산업시설이 모두 멈추는 바람에 출근하지 않지만, 딱히 갈 곳도 없다.
MZ 세대들의 사정은 어떤가. 취업 한파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도 명절 귀향은 호사일 뿐이다. 이들은 하루 24시간을 쪼개 2~3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푼이라도 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뿐 아니라 사회 양극화와 급격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독거노인 등 도시 빈민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한국교회가 유념해야 할 지표가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기독교 청년의 사회 인식 조사’를 했는데 기독청년 중 교회에 나가지 않은 ‘가나안 성도’ 비율이 24%로 나타났다. 이들이 교회를 떠난 시기를 물었더니 대학 졸업후(42%), 대학생(31%)로 전체의 73%가 청년기에 교회에서 멀어졌다고 답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들 청년세대 가나안 성도 3명 중 1명(33%)이 교회에 다시 나올 의향이 있다고 한 점이다.
한국교회가 명절에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을 전개하는 건 내 신앙의 못자리를 확인하고 성도가 업어 문을 닫아야 하는 농어촌교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상생을 도모하는 의미가 있다. 이에 못지않게 한국교회가 관심을 쏟아야 할 이들이 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탈북민, 이주노동자. 취업 한파에 가슴 시린 청년들, 독거노인 등 도시 빈민들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잊어서도 포기해서도 선 안 될 사람들이 바로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이다. 이들에 한국교회가 다시한번 따뜻한 가슴을 내어준다면 교회로 돌아오는 그들의 발걸음 또한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설 명절에 고향에 간 성도들이 ‘고향교회’를 찾듯이 한국교회가 마음의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고향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