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원인은 정신사회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게릴라식 연출”의 시위에 떠밀려 동성애가 정신장애가 아니라고 결정한 이후, 동성애는 유전한다는 주장이 등장하여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정신분석은 1900년 전후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가 개발한 정신치료 기법이다. 이로써 “노이로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정신분석은 그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되었다. (노이로제란 psycho-neurosis(정신신경증)의 준말로, 정신적 원인에 의한 신경병(뇌병)이라는 의미이며, 히스테리가 대표적 노이로제이다) 이는 정신의학과 인간 심리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현대의 정신치료나 상담은 많은 부분 정신분석에서 유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철학 사조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과 정신분석적 막시즘(freudo-marxism)은 1960년대 프리섹스와 성혁명(sexual revolution) 사조의 발달에 일조하였다.
어쨌든 정신과의사, 임상심리사, 및 교회 지도자들이 정신분석 이론을 잘 이해하는 것은 업무를 위해 대단히 유익하다.
동성애의 이해와 치료에 대해서도 정신분석이 크게 기여하였다. 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꾸는 정신분석적 치료를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라 한다. 그러나 동성애 옹호자들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자기들 좋도록 곡해하고 있다. 동성애의 전환치료에 관련된 정신분석 이론들은 유사과학(pseudo-science)이라고 하며 거부하지만, 프로이트가 동성애를 “정상적 변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권위를 내세우며 옹호하고 있다.
그러면 프로이트 자신은 동성애에 대해 실제로 무어라고 했는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핵심은, 인간 행동은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치료기법으로서 정신분석은 “말로 하는 치료”(talk therapy) 기술이다. 즉 의사와 환자 사이 대화와 자유연상과 꿈의 해석 등으로 “노이로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무의식(내면)에 대해 통찰하게 함으로, 원인되는 무의식적 갈등이 해소되고 노이로제는 치유된다고 본다.
프로이트가 초기 정신분석 이론에서부터 그의 사후 1940년에 출판된 「The Outline of Psychoanalysis」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에 대해 여기 저기에서 언급한 바를 종합해 보면, 그의 동성애에 대한 이론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태어날 때 양성적(inherent bisexual)인데, (무성애 또는 범성애라고도 할 수 있다) 자라는 동안, 사회로부터 인류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해 생식해야 한다는 “문명적 압력”을 받으면서, 동성애를 억압하고 이성애를 발달시켜 나간다. 그런데 성장 과정 중 어떤 이유로 이성애로의 발달이 중단(arrest)되면 억압되어 있던 동성애적 요소가 드러나게 된다.
정신분석 이론에 따르면, 어린 아이의 인격은 구강기-항문기-남근(성기)기-잠재기-사춘기라는 정신성 발달(psychosexual development)의 위계적 모델(hierarchical model)에서 성장(development) 내지 성숙함으로 성인이 되어간다. 각 단계의 소아가 쾌락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단계에 관련된 트라우마를 받으면, 정신성 발달이 억압, 퇴행, 또는 고착될 수 있다. (문제는 프로이트는 이 소아기 쾌락을 성적인 것으로 표현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강기에 젖을 먹고자 하는 욕망과 그 만족은 성적인 것이 아니다. 또한 소아기의 트라우마란 예를 들어 구강기에 젖을 못먹게 한다던가, 항문기에 과도하게 배변훈련을 한다던가, 남근기에 부모가 학대한다던가 해서 트라우마를 받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성적인 것이 아니다) 특히 남근기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대표적 트라우마가 된다. 이 트라우마로 인한 갈등이 무의식화되어 성인기에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여러 “노이로제”들 뿐 아니라 성장애들(sexual disorders)과 동성애, 성정체성장애, 및 여러 성도착증들이 발생한다. 즉 동성애는 성인의 성숙한 성기적 성교(mature genital intercourse) 수준으로 발전 성숙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동성애자의 인격은 미숙할 뿐 아니라, 성적으로도 억압되어 자기애(narcissism, auto-erotism)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동성애자들에게 자기애와 발달장애인 자폐증적 경향이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동성애는 일종 “노이로제”로서 정신분석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동성애 옹호론자들은 프로이트의 연구논문들을 조사하여, 프로이트의 동성애에 대한 “묻혀있는 견해”를 발굴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2개의 문헌이 거론되는데, 하나는 1920년에 쓴 “The Psychogenesis of a Case of Homosexuality in a Woman”이다. 이 증례보고에서 프로이트는 젊은 레스비언에 대해 전환이 어렵다고 보았다. 부모는 전환을 원하였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가 보기에,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에서 얻는 쾌락이 동성애보다 못할 것이라 보는 것 같았고, 또한 전환을 원하는 사람은 사회적 차별을 피하기 위함일 뿐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흔히 치료실패를 핑계로 도로 동성애자로 돌아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1935년 프로이트가 쓴, 동성애자인 아들을 치료해 달라는 한 미국인 부인의 부탁에 대한 회신으로, 1951년에 발견되어 유명해진 편지이다. (논문이 아니다) 이 간단한 편지에서 프로이트는 동성애를 “정신성발달이 중단(arrest)된 결과 나타난 미숙한 상태(즉 노이로제)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동성애가 “정상적 변이”(normal variation)라 하였다. 그리고 전환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도 하였다. 그는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좋은 점은 없지만, 수치스런 것도, 악도, 퇴화도 아니고, 병도 아니라고 하였다. (당시 프로이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애매하다. 아마도 그 어머니를 위로하고 치료 책임을 기피하는 핑계로 보이기도 한다)
이 편지에 대해 현대 동성애 옹호론자들은 프로이트가 동성애를 정상으로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언급한 “변이”와 미숙성은 동성애가 병적이라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즉 (정신분석으로 치료하여) 성숙한 인격으로 발달시키면 동성애도 치유된다는 의미이다. 바로 이 관점이 그의 후계자들로 하여금 전환치료를 발달시키게 한 것이었다.
프로이트는 동성애를 정신분석으로 치료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았다는데, 아마도 그가 동성애를 치료한 경험이 적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 프로이트에게는 전통적 반동성애 경향이 있었다. 우선 프로이트는 자신의 후계자들이 동성애를 병적으로 보고 전환치료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제자 Ernst Jones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성애가 병적이다”라고도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그의 후계자들의 반동성애 경향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자연스런 논리적 확장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도 프로이트는 전반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제자들보다는 관용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 크리스천은 무신론자 프로이트나 그의 정신분석을 신봉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그는 진화론을 옹호했으며,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성혁명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인간 심리 이해에 대한 이론이나 전환치료 이론은 우리가 참고할 가치가 있다. 말하자면 그의 “의사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치료기법은 성 어거스틴의 “고백”(confession)의 유산이기도 하다. 이는, 이방인 페르시아왕 고레스처럼, 비기독교인인 과학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사용된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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