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가 ‘사립학교법’(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통합 총회는 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가진 ‘기독교교육 회복을 위한 연합 기도회 및 세미나’에서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에 필수적인 자주적 인사권을 금한 개정 사학법을 ‘개악’이라고 비판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요청했다.
이날 통합 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기독교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하지만 잘못된 법과 제도로 기독교학교를 비롯한 많은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교육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했다. 김 총회장은 “‘사학 공영화 정책’ ‘2022 개정교육과정’ 등 잘못된 제도로 인해 기독교학교에서는 더 이상 신앙과 복음의 진리를 가르칠 수 없을뿐더러 채플조차 드리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총회장이 이날 지적한 개정 사학법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사학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의 침해다.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선 신규 임용과정에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원을 선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데 법이 이를 가로막아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된 사학법은 기독대안학교를 비롯해 사립학교에서 신규교사를 임용할 경우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기독교학교 건학이념에 맞는, 즉 기독교신앙을 가진 교사를 뽑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 종교 가치관·건학이념 등에 부합하지 않는 교사가 임용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사학미션이 지난해 3월 21일 전국 36개 기독사학 소속 82개 초·중·고등학교를 상대로 실시한 ‘기독사학 신규교원 임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교육청 실시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한 대상자의 평균 4.1명이 기독사학에 임용됐다. 문제는 이들 중 건학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교원이 72.5%나 됐다는 점이다.
이런 법과 제도적 맹점으로 인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심각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기독 사학의 경우 교사정원 대비 기간제 교원의 비율이 48.4%에 이르는 데 이는 일반 사립학교 기간제 교원 비율(27.4%)에 2배 육박하는 수치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기독교 사학이 교육청의 인사권침해를 우려해 정교사 채용을 유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사 신분의 불안정이 학생들의 책임 지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가 된 사학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에서 통과돼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이 끝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사학의 교원 임용권자가 교원 신규임용 시 1차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감에 위탁해야 한다고 규정 때문이다. 이 법 제정이후 실제로 72%가 넘은 교원 임용자가 건학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기독교 사학의 위기를 말해준다.
그러나 교육청은 개정 사학법으로 인해 사립학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전에 다수의 사학법인이 공동으로 정교사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재단관계자가 문제를 유출하는 등 비리가 발생했었는데 이젠 그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리는 일부 사학에서 일어난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는 게 사학미션의 주장이다. 지난 2018년 5월 감사원이 전국 17개 시·도 사립 초·중·고등학교를 상대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교직원 채용에 대해 실시한 감사 결과 전체 사학 법인의 약 1%인 9개 법인에서 불공정 사례가 나왔다. 지난 10년간의 감사에서 적발된 곳은 전체 학교의 0.6%에 불과한 11개 교에 불과했다.
이를 마치 모든 사학이 다 그런 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 곤란하다. 교육청이 임용 비리 근절을 목적으로 1차 시험을 주관한다면 비리가 발생한 일부 사학에만 적용하는 게 합당하다. 일어나지도 않은 범죄 행위를 예단해 미리 범인 취급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법은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라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진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그런데 극소수의 학교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선량한 대다수 학교를 모두 범법자 취급하는 것은 법의 형평에 맞지 않다. 0.6%의 극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마치 모든 사학에 다 임용비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건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법제처는 지난 2010년 6월 30일 사립학교의 교원 임용 방식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교원 선발 등의 인사권이 사학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해석에 비쳐볼 때 교사 채용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 실시하도록 한 개정 사학법 관련 조항은 사학의 자주성을 정면으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
사학미션 등은 지난 2022년 3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된 위헌적 요소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2년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예장 통합 이 새해부터 교단적으로 나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헌재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이 땅의 기독교 사학들은 100여 년 전 암흑기에 세워져 나라와 사회의 등불이 된 숱한 인재를 양성 배출했다. 그 모든 건 기독교사학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건학이념에 깊이 뿌리내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본질이 법에 의해 흔들리고 흐려진다면 누가 사학을 운영하려 하겠는가. 헌재와 여야 정치권이 부디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혜안을 지니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