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라는 단어는 신앙인에게 무척 친숙한 용어이다. 그리스도인 자신의 삶이나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면서 자주 되뇌는 말이 하나님의 섭리이다. 그렇지만 섭리의 개념을 제대로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섭리의 교리를 제대로 파악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섭리라는 말을 적확하게 사용하지도 못하고, 자주 모호하게 쓰고, 심지어 잘못 쓰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섭리라는 말을 덜 사용하거나 주저하거나 할 수는 없다.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의 삶의 구석구석에, 그리고 온 세상 온 우주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성경조차도 하나님의 섭리로 이루어진 책이고, 섭리를 기록한 책이고, 섭리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한국동남성경연구원은 2024년 윈터 세미나의 주제로 방대하고 포괄적이면서도 실제적인 하나님의 섭리를 선택하였는데, 이 주제가 다양한 문제들을 소환할 것을 예상하고 기대하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는 창조하신 모든 것에 대한 하나님의 ‘지탱시키심’과 ‘다스리심’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일들에는 당연히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역사하며, 세상의 어떤 일도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것이다. 실로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아니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보존시키신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든 일일 것이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섭리는 때로 인간에게 죄를 허용하시거나 악한 마귀가 악한 일을 하는 것을 허용하실 때가 있으나 그 역시 하나님의 큰 일, 곧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위한 큰 계획가운데 오묘하게 포함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것은 하나님이 죄의 조성자이거나 죄의 협력자가 되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빛이시므로 그분 안에는 어둠이 전혀 없으신 분이며(요일1:5), 또한 누구도 죄를 범하도록 시험하지 않으시는 분(약1:13)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섭리의 교리는 단지 개인의 삶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한 그것은 우리에게 현실에 순응하고 인내하라고만 가르치지도 않는다. 우리의 구원을 이루시는 하나님은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이시며, 그분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목적을 위해 오늘도 역사를 운행하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다. 그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은 이 땅의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을 도외시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며, 그를 위해 맡기신 사명들을 감당한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성경이 말하는 섭리의 종류는 하나이다. 섭리는 입자이며 파동이다. 섭리는 하나님의 일이며 동시에 우리의 일이다. 삼위(Three Persons)가 계시나 한 분으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은 그분의 존재하심과 다르지 않게 일하신다. 그분과 인간이 한 섭리를 이루어 하나가 되도록 함께 역사한다. 모두가 합력하여 함께 일하는(롬8:28) 방식, 그것은 가시, 곧 십자가이다. 가장 오묘하고 경이로우며 놀라운 신비인 예수교의 섭리, 측량할 수 없이 높고 깊으며 넓은 그 섭리가 역설적이게도 가장 단순한 2×3m의 크로스(cross) 모양임은 신비중의 신비요 역설의 역설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