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행방묘연] 대화록 없다면 정국 파장 클 듯…검찰수사 가능성도

북한·통일
뉴시스 기자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정국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전 정권에 대한 공격을 비롯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며 정국이 급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이 문제가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의 진실을 밝혀줄 대화록 원본 확인을 위해 여야 열람 의원 10명이 지난 15일과 17일 국가기록원에서 예비열람을 실시했으나 국가기록원에서 이를 찾지 못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여야 합의로 선정한 7개의 검색어 'NLL', '서해북방한계선', '남북정상회담', '군사경계선' 등을 입력해 대화록을 확인하려 했지만 원본 소재 확인에 실패했다.

현재 여야는 대화록에 대한 파기나 훼손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한편으론 대화록이 없는 '만약의 상황'과 관련 서로 상대방 책임을 언급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화록 원본 존재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국가기록원에서 보관돼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찾지 못하는 경우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화록 자체의 유실 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본을 찾는다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가릴 수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화록이 유실되거나 폐기됐다는 쪽으로 초점이 모아질 경우는 향후 정국은 급격히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누리당은 참여 정부측에서 폐기를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이명박 정권에서 대화록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폐기했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즉 정치권에서는 대화록 폐기와 관련한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며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은 ▲노무현 정권에서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보냈을 때 배달 사고가 났는 지 여부 ▲노무현 정권에서 최종본을 아예 작성하지 않았거나 작성된 최종본을 국가 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 ▲노무현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 중 어느 정권에서 폐기했을 지 여부 등이다.

현재로선 어떤 논란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을 지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만약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될 경우 정치권에서는 이 사안과 관련 국정조사와 함께 수사기관에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화록 폐기에 무게가 실릴 경우 당장 지난 6월 남재준 국정원장이 전격 공개한 대화록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남재준 국정원장을 상대로 한 사법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야권에서는 대화록이 공개된 직후부터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대화록 원본을 빠른 시간안에 찾지 못한다면 여야는 급속히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측에서도 대화록 폐기 논란이 확산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국회가 정쟁에 몰두할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관련 법안 입법, 예산안 처리 등은 차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화록 폐기 논란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록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대화록을 찾아냈는데 파일이 손상돼 있어 여야가 진위 여부를 파악 못하는 경우가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이어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를 파악하기 위한 정쟁 등으로 향후 정치적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것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며 "만약 검찰 수사로 이번 사태가 이어지게 된다면 여야는 수사 기관의 대상, 공정성 시비로 또 다른 정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2007년남북정상회담 #NLL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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