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독교를 가장 많이 핍박하는 국가로 선정됐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가 지난 17일 기독교 박해지수 ‘월드 와치 리스트(World Watch List) 2024’을 발표하면서 세계 기독교 박해 동향을 보고했는데 북한은 20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인 ‘WWL’에 의하면 북한 수용소에 수감된 기독교인의 수는 약 7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강제 노동, 강제 재교육, 고문 등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한이 다른 기독교 박해국보다 훨씬 위험한 곳으로 분류된 건 박해의 형태와 유형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비인도적이고 잔인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성경을 소지하거나 기독교 관련 미디어, 물품을 소지하다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공개 처형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노동 교화형 처분을 받고 수용소에 수감되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ICC’(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도 북한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꼽았다. ‘ICC’는 북한에서 올해 초 집에서 성경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젊은 부모와 함께 두 살배기 어린아이까지 종신형에 처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김정은 정권의 기독교 박해 수준이 얼마나 잔인한지 가늠할 수 있다.
북한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그건 외부에 보여주기 용일 뿐 실제론 무자비한 탄압으로 종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은까지 3대 세습을 단행한 사실상 왕조 국가인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김씨 일가를 신격화한 ‘주체사상’을 종교처럼 신봉하고 있다. 성분(成分)체제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면서 기독교인들을 비롯해 종교를 가진 이들을 적대계층으로 분류한 것도 가혹한 처벌과 박해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북한이 주민의 집에서 성경책이 발견되거나 한국 TV를 시청했다는 이유 만으로 공개 총살에 처하는 등 갈수록 처벌이 가혹해지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 북한의 MZ 세대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K-Pop을 들으며 한국을 동경하고 북한 체제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을 당국이 최고의 체제 불안요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북한 김정은은 헌법에서 남북 한민족 개념과 평화 통일을 빼고 대한민국을 핵전쟁을 일으켜 무력으로 정복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는 북한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깨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북한의 젊은 MZ 세대는 그 이전 부모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부모와는 다르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특히 휴대 기기를 통한 미디어 콘텐츠 활용에 익숙해 한국의 영화, 노래, 패션 등 유행에 민감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이중 특히 기독교 문화의 유입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집행된 공개 처형된 주민들에게 적용된 죄목 중 남한 방송 시청이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 젊은 세대들이 단속을 피해 크리스마스까지 즐기는 현상까지 나타나자 당에 충성심이 없는 젊은이들의 풍조를 방치할 경우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기독교와 관련해 갈수록 박해 수준을 높이는 것도 북한 젊은이들에게 기독교 문화의 유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다. 선대로부터 ‘종교는 아편이다’라는 유훈을 물려받은 김정은 정권이 당장 체제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증거다.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개 총살형에 처하고 남한 방송을 시청했다고 반역죄로 처벌하는 건 그런 배경이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기독교인 말살 정책이 시간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지만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독교 신앙의 대를 이어가고 있거나 외부에서 복음을 전해 듣고 예수를 영접해 몰래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지하교회 신자가 40만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하 그루터기 신자, 중국에 나갔다가 복음을 듣고 돌아온 신자, 기독교 라디오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예수를 영접한 신자들이고 소수지만 기존 신자들의 전도를 통해 믿게 된 신자도 있다고 한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 김경복 사무총장은 “북한이 사실상 20년째 박해지수 1위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40만의 지하교회 성도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북한 내 신앙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특히 기독교 박해 중단을 위해 힘써야 한다. 그것이 한민족으로서, 주 안에서 하나 된 한국교회의 최소한의 책임일 것”이라며 북한을 위한 특별한 기도를 요청했다.
같은 말과 글을 쓰는 형제인 북한 동포들이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겐 커다란 큰 충격이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그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6.26 전쟁으로 남북이 분단 후 북한 동포와 평화적 통일을 위한 기도해 왔다. 하지만 이제 입술로 부르짖는 관념적 기도만으론 안 된다.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 40만 명의 지하교회 교인들과 수용소에 수감된 7만여 명의 기독교인들은 우리의 중보기도가 절실한 형제들이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해 한시도 기도를 쉬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