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금지법’ 반대 1인 시위, 한국교회에 새로운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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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매주 목요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1인 시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영락교회 김운성 목사를 필두로 대형교회 목회자와 사회 저명인사 등 100여 명이 참여한 릴레이 1인 시위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한국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한국교회의 의지를 국회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된 1인 시위는 지난 11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3문 앞과 6문 앞, 두 군데로 나눠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111 연합기도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기도회는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을 이끌어 온 길원평 교수와 한국교회다음세대지킴이연합(한다연) 안석문 상임총무가 참석한 사회 저명인사와 목회자들을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지난 1년 4개월간의 의미와 성과를 평가했다. 그후 ‘111 연합기도회’ 참석자들이 국회의사당 1문에 함께 모여 ‘다음세대 교회가 지킨다’,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모든 일정을 마쳤다.

참석자들은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막아내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한국교회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성애는 가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악법을 막아냄으로써 우리나라를 하나님이 기쁘시게 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111 연합기도회’를 주관한 단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6백여 교회들이 모인 한국교회다음세대지킴이연합(한다연)으로 지난 1년4개월간 매주 목요일마다 국회의사당 앞 1인 시위를 주도해왔다. 거리시위 등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동반연이 함께 했다지만 연합기관, 교단 중심이 아닌 순수 교회 목회자들로 구성된 모임이 이 시위를 끝까지 이끌어왔다는 건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 목회자들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고 할 때 누가 1인 시위에 선뜻 나설지, 또 언제까지 시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22년 9월 26일 영락교회 김운성 목사가 시작한 1인 시위는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김은호 목사(오륜교회),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 김정석 목사(광림교회) 등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무려 1년 4개월간동안 매주 국회의사당 앞을 지켰다.

이들은 지난 1년 4개월간의 1인 시위를 “한국교회의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21대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끝내 상정되지 못한 것과, 국회를 드나드는 의원과 시민들에게 한국교회의 의지를 분명히 알린 것에 대한 의미 부여일 수 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악법을 겨냥한 한국교회의 침묵 투쟁이 도중에 끊기지 않고 매주 같은 장소에서 이어졌다는 것에 대한 스스로를 향한 위안이 아닐까 싶다.

사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라는 한 가지 주제로 같은 장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1인 시위를 했다는 건 한국교회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평생 강단에서 말씀을 전해온 목회자가 갑자기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가진 정서 밑바닥엔 어떤 문제에 목회자가 투쟁적으로 나서기보다 말씀과 기도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그런 분위기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의 경우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는 게 매우 중요하고, 이 일에 한국교회가 앞장 서는 데는 동의하지만 나는 강단에서 교인들을 상대로 깨우치는 건 몰라도 직접 시위에 나서는 건 곤란하다고 사양할 법도 하다. 이런 일을 위해 동반연 등 동성애반대 단체들이 나선다면 뒤에서 적극 후원하겠다는 이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시위를 계속 이어왔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지만 이런 의지와 힘만 있으면 그 어떤 불의한 정치적 시도라도 쉽게 한국교회를 넘어뜨리지 못할 것이란 일종의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한다연은 오는 2월 20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 7천인 동역자 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된 것을 평가하고 다시 한국교회의 의지를 모아 미래를 대비하는 성격의 기도회로 보인다.

다만 이번 시위를 “한국교회의 성공”이라고 단정하는 건 좀 더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 제22대 총선 일정에 들어간 마당에 제21대 국회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을 다룰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제로에 가깝지만, 만약 22대 국회에서도 지금처럼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진다면 진보진영에서 이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이전보다 더 강하게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올 4월 10일 이후 출발할 22대 국회가 동성애자를 위한 악법이 아니라 병들고 장애를 가진 이웃, 진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에 충실한 국회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교회가 국회 앞에서 이어온 1인 시위는 얼마든지 역사 속에서 사라져도 좋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