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자인 칼뱅은 시편을 인간의 다양한 정서를 반영하기에 ‘거울’이라고 불렀다. 시편은 희로애락, 절망과 소망, 확신과 의심, 승리와 패배 등 인간사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감정을 거울처럼 가감 없이 모두 드러내기 때문이다. 루터, 칼뱅, 본회퍼 등 믿음의 선진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음송하고 낭독하며 대대손손 내려온 시편의 세계는 깊고도 광대하다. 개인이 드린 기도뿐 아니라 나라와 공동체가 드린 기도들이 한데 묶여 있어 개인이 인간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이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 김영봉 목사(와싱톤사귐의교회)는 시편 전편 해설과 묵상집을 엮어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시편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밝히면서 시편형 인간이 되어 시편의 공동체로 나아가도록 독려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각 시편 안에는 한 개인이 인생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동시에 그 안에는 이스라엘 신앙 공동체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시편은 개인이 골방에서 읽고 묵상하여 자신의 기도로 올리기에 적합하고, 예배 공동체가 한목소리로 기도하기에 알맞은 ‘공동 기도서’이다. 예배의 자리에서 울려 퍼지는 시편 낭송은 영혼 깊은 곳에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시편은 믿음의 공동체의 영성을 만들어 간다”고 했다.
이어 “시편은 하나님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가장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그래서 파스칼과 단테가 이 시편을 인용했고, 다석 유영모 선생은 12절을 따라 매일 살아온 날수를 일기에 적어 놓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창조주 하나님을 아는 것이고 그분 앞에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된다. 그럴 때 유한하고 덧없는 인생이 하나님의 영원성에 잇대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편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세상에서 고난을 자초하는 삶으로 이끌리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 삶을 사모하는 것은 그것이 이 땅에서 하늘을 살고 죽어서 하늘에 이르는 삶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나를 살리고 나를 통해 이웃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믿음의 사람이라면 시편의 사람이 되고 그렇게 살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시편 음송과 묵상으로 하루를 열고 시편의 사람으로 살다가 시편의 사람으로 죽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공동체의 예배에 시편이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소위 은혜로운 시편만을 골라서 낭송하지 말고 시편의 순서대로 전체를 읽으라고 권면한다. 사실, 공동체로 모여 저주시를 교독하는 것은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편집자들이 그 시편을 포함한 이유가 있다. 그것까지 읽고 묵상해야만 시편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시편 교독이 예배의 중요한 순서로 회복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배자들이 시편 교독의 의미를 알고 마음 다해 참여하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