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회가 ‘가짜뉴스’ 생산·소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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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10명 중 7명은 소위 ‘가짜뉴스’ 때문에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의뢰로 지난해 9월 1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가짜뉴스로 인해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다’고 답했다.

‘개신교인의 미디어 이용 실태 및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가짜뉴스가 타인에 대한 증오/혐오를 부추긴다’(82%), ‘사람들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80%)’고 봤다.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가짜뉴스라고 의심되는 뉴스는 보거나 읽지 않고 무시한다’는 응답이 71%(매우+대체로 그렇다)로 가장 많았고 그밖에 ‘정확한 사실을 알기 위해 추가 정보 검색’( 56%), ‘해당 뉴스의 진원지를 찾아가 정확한 정보·의견을 밝힌다’(23%) 순이었다. 이는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된다.

목데연은 이번 조사에서 교인의 70%는 ‘가짜뉴스’ 때문에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짜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는 23%에 불과했다는 조사 결과에 특히 주목했다. 이는 ‘가짜뉴스’가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한 뉴스라는 점에서 교회가 ‘가짜뉴스’의 피해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위험한 구조라는 것이다.

또 ‘뉴스 제공자 신뢰도’에 대해선 ‘목회자 및 교인이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매우+대체로 신뢰)가 44%로 가장 높았고, ‘언론사/기자 개인이 제공하는 뉴스’ 27%, ‘내 주변 지인이 제공하는 뉴스’ 26% 등의 순이었다. 이런 경향은 객관적 지표보다 주관적 지표를 맹목적으로 따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목데연의 분석이다.

교인이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보다 목회자 또는 교인이 제공하는 소식을 더 신뢰한다는 점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이다. 한쪽에서 보면 객관성을 상실하고 주관적인 판단에 기울어진 듯하지만, 그만큼 각종 언론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도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모든 책임을 수용자에게 돌리긴 어렵다.

교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가 ‘유튜브’(76%), ‘인터넷’(66%), ‘TV’(54%), ‘소셜미디어’(37%) 등의 순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가볍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너무 몰입할 경우 맹신의 위험성이 뒤따른다.

다만 목회자와 주변 교인들을 통해 얻은 정보는 그 경중을 떠나 취사선택의 폭을 키울 필요가 있다. 즉 목회자 또는 주변 교인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신앙적 메시지를 특정 목적을 위해 전달하고, 만일 그 정보가 그릇된 것이라면 복구하기 어려운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교회가 ‘가짜뉴스’의 공장과 소비자 역할을 자임한다면 사회적으로나 한국교회 공동체 전체에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교회 강단을 통해 살포되는 특정 메시지를 꼭 ‘가짜뉴스’와 연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특정 시기에 특정 정치적 성향을 무분별하게 드러내다간 그 피해가 교회에 돌아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교회가 ‘가짜뉴스’의 생산과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으므로 극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선거철에 출마자가 교회 또는 목회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예배에 참석하고 목회자가 교인들 앞에 소개하는 일을 마치 관행처럼 받아들이는 건 자칫 유권자인 교인들의 바른 선택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삼가야 한다.

특히 선거철에 교회를 기웃거리는 정치인 중에는 국회에서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악법 입법에 깊이 관여하면서도 지역구 관내 대형교회들을 돌며 자신이 교회 직분자 임을 내세우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뻔한 정치적 목적에 최소한 교회가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면 목회자부터 분명한 의식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못지않게 지혜로운 취사선택이 요구되는 분야가 각종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길잡이가 되기도 하지만 특정 목적과 수단에 동원될 경우 오히려 방해꾼이 될 수도 있다.

4·10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등록된 88개 여론조사 회사 중 34%에 해당하는 30개 업체를 퇴출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가 전문성과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여론조사로 여론을 호도했을 거란 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선관위가 부실한 여론조사 업체의 등록을 취소시킨다고 옥석이 다 가려질지 의문이다. 많은 대중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중엔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론조사 회사를 운영하며 ‘가짜뉴스’를 남발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결국, 판단은 유권자인 내 몫이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은 난무하는 ‘가짜뉴스’를 복음적 가치라는 거울에 비춰봐야 하고 나라와 교회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바른 선택인지 깊이 기도하며 마음을 정해야 할 성도로서의 의무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