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민 의원, ‘평등법’ 철회 용단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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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에 대해 후풍폭이 거세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되던 이 의원이 지난 8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자 교계는 그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평등법’을 대표 발의한 인물이란 점에서 이를 철회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5선 의원인 그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된 건 민주당이 친명 비명으로 나뉘면서 민주정당으로서의 기본 질서에서 이탈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1인이 지배하는 사설 정당으로 전락했고, 소위 극렬 지지자인 ‘개딸’들이 당을 좌지우지해 왔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이 의원도 국민의힘 입당식에서 이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가 충청권을 대표하는 야당의 거물 정치인이란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중부권의 표밭을 넓히는 기대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그가 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2021년 6월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대표발의한 인물이란 점에서 당 안팎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어디까지나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준비하며 중도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일환의 하나지만 이러다 당의 보수적 가치와 기조까지 변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민주당 내부에까지 이 문제를 트집 잡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위해 정치신념도 포기하실지 궁금하다”라고 썼다. 그러자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며 “왜 다수이면서 그 법 통과를 못 시키나.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응수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 입당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평등법’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법안에서) 형사처벌 등 조항을 다 뺐는데도 성 소수자와 동성애 이런 문제로 인식이 안 좋다”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자신이 발의한 ‘평등법’이 ‘차별금지법’과는 다르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법안 통과의 의지가 여전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국민의힘 다른 의원들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기독교 눈치 보느라 입 밖에 꺼내는 것도 안 한다”고 한 점도 법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모든 걸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다른 이름일 뿐 내용에서 차이점이 없다는 게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의 중론이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함에 따라 이를 반대하는 다수의 표현·양심·종교·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교계도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교계는 ‘평등법’ 대표발의자를 영입한 국민의힘에 대해 “보수 정당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조차 내팽개치는 일”이라며 입당설이 나돌 때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은 지난 8일 성명에서 “이상민 의원이 주장하는 평등법안은 겉으로는 인권과 평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거짓 인권과 거짓 평등”이라며 “(이 의원이) 가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고 한다면, 이 의원은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철새처럼 처신하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것”이라며 양쪽 모두를 싸잡아 비난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주도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대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과거 한 교계 행사에 참석해 “제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았던 작년(2021년), 우리 당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당론을 이미 정했다. 그 당론은 지금 그대로 유효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의 이런 기조가 ‘평등법’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청년층과 중도 외연을 꾀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진보적 이슈를 수용하는 등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이 의원이 자신이 발의한 ‘평등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이런 혼란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이 수차례 차별금지법 입법에 반대해 온 것과, 민주당 소속으로 ‘평등법’을 대표발의하고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에 앞장서 온 인사를 받아들인 건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수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당 안팎에서 혼란이 이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으로선 국민의힘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으로 간판을 바꾼 이상 동성애를 조장하고 다수의 인권을 억압하는 ‘나쁜’ 법안 발의를 스스로 거두는 용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