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자녀가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걱정하는 것이 있다. ‘내 자녀가 새로운 반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또는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내 아이가 잘 맞을까?’ 하는 걱정이 시작된다. 주위에서 보면 자녀와 신학기나 삶에 대한 소소한 부분까지 대화가 비교적 잘 되는 부모님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모님이 있다.
오래 전에 중학생이 부모와 진로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앙심을 품고 집에 불을 질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여동생 등 일가족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 학생은 정신 병력과 전과가 없는 평범한 중학생이고 중산층 형편의 자녀로, 생활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 학생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었고, 중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성격유형론 학자들은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다고 한다. 학습이나 환경에 의해 타고난 성격이 일부 통합되거나 변화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 타고난 기질은 평생을 좌우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고 경험도 다르니 고유한 인격과 성품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그 중학생의 아버지는 아들이 판검사가 되기를 어릴 때부터 강요했다고 한다. “너는 커서 법대에 가서 판검사가 되어라. 그리고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라. 그게 돈을 많이 벌고 명예도 얻는단다” 하며 자주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전공하겠다며 예술고등학교에 가길 원하는 자녀를 뜯어말렸다고 한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반복적으로 판검사가 되라고 잔소리처럼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녀가 잘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한 것이니 이해가 된다. 자녀가 잘못되고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 입장에서는 판검사가 대단한 직업으로 보였을 것이고, 어찌 보면 아버지 입장에서는 판검사에 대한 미련이나 주변 사람들 중에 판검사를 하는 친구나 선후배 또는 친척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아버지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판검사가 될 거야‘라는 바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성격이 돌변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 학교폭력, 가출, 품행장애, 불안장애, 심지어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상해를 끼치는 존속상해, 패륜 등에 이를 수 있다. 자녀가 점점 대화를 거부하고 기대하던 것과 다르게 행동하면 부모님도 역시 상처를 받는다. ‘내 아이는 왜 이럴까? 내가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 돼’하면서 자신을 탓할 수도 있다. 결국 부모도 자녀도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대화가 안 되는 가정, 갈등만 쌓이는 가정, 자녀의 소질이나 자질이 뭔지 모르고 막연히 추측하는 부모, 부모의 말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자녀, 이 모두가 상담하고 치유해야 할 대상이다. 치유되지 않으면 부모는 계속 자녀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자녀는 자기 방어의 차원에서 저항이나 보복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자녀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적성, 그리고 진로 등의 차원에서 상담이 필요하며, 부모님은 부모의 미해결된 마음을 치유하는 상담이 필요하다. 자녀만 상담 받는 것은 100% 효과적이지 않다. 부모의 양육 태도는 자녀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녀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차원에서 부모님이 오셔서 함께 검사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부모는 자신의 미해결 문제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담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녀는 당면한 감정, 학업, 진로, 건강, 친구 관계 등의 어려움을 전문가에게 지지받으며 상담의 시간이 필요하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