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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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채 목사(케냐 멜빈대학교 총장)

서병채 총장
이해와 설득, 이 두 가지는 어떤 그룹이나 팀, 또한 교회에서도 필요하다. 회사나 사업에서도 설득의 기술 같은 책을 많이들 보기에 종종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일상적인 평범한 대화와는 다른 긴장감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큰 변화나 새로운 프로젝트 시도에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나는 최근에 학교 일로 설득하기도 하고 또 설득당하기도했다. 또 어떤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셋 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설득한 것에 대해 약간의 상처나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설득한 것은 어떤 프로젝트가 꼭 필요한데 상대방이 이해를 못해주는 것이다. 학교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다. 아프리카에 있는 학교들은 제일 시급한 것이 재정적인 것이다. 그것이 마련된다고 하면 도적질이 아닌이상 어떤 것이든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한 시간 정도 설득 끝에 동의가 되어 추진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제안한 나 자신, 즉 당사자도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이번에 감지했다. 바로 동의 안 해주면 힘 빠지고 맥 빠져서 하기가 싫어질 수도 있다. 열심히 며칠 구상하고 연구하여 거의 완성된 제안을 했는데 반대할 경우 당하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큰 상처 또는 작은 상처가 될 수 있다. 남을 설득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가를 이번에 새로이 겸험했다.

또 하나는 내가 설득을 당해줘야 하는 일이 있었다. 들어보니 너무 황당한 일이었다. 학교 구성원 추가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더 많은 정보를 듣고 나서 수긍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좀 더 많은 자세한 정보를 주었더라면 내가 더 빨리 이해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정보를 부족하게 주었으니 학교 부총장은 완전 반대, 다른 주임교수는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다. 내가 더 자료를 주고 얘기했더니 둘 다 더 이해가 되었다고 했다.

모든 새로운 사역이나 프로젝트에는 이런 이해와 설득의 단계를 피할 수가 없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누구나 다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에 대해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나친 비판보다는 이해의 시선을 갖는 것도 좋겠다. 누구나 다 자신의 배경과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말한다. 나 역시도 여기에 해당 될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질문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탐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더 질문하는 것이 번거럽기도 하지만 분명한 내용 전달이 필요한 경우는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좀 복잡한 문제일 경우에는 다양한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이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그들은 더욱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한 두 마디로는 안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설득이 필요한 경우에는 목적과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겠다. 좀 까칠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목적을 모르겠다고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좀 무리인 것 같다. 말을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그 물을 먹고 안 먹고는 그 말 자신의 선택이다. 그것까지 내 지시로 하라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습관은 지속적인 노력과 연습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관계성을 발전시키고, 더나아가 서로가 함께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면 더욱 더 좋을 것이다.

#서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