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에게 축복식을 했다가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동환 목사가 교단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무효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들의 축복을 허용한 것을 이 목사의 사례에 대비시키며 개신교단의 변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동환 목사는 2020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2022년 10월 기감 총회재판위원회로부터 정직 2년 징계를 받았다. 기감 교단의 헌법인 ‘교리와 장정’에 규정된 처벌 조항인 ‘동성애 찬성 및 동조’ 했다는 이유에서다. 교단의 징계 처분에 불만을 품은 이 목사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징계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교단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 목사가 교단의 정직 처분을 수용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성소수자 환대 예배를 여는 등 친 동성애 행보를 계속하자 기감 경기연회는 지난 8일 재판을 열고 목사에게 있어 최고형인 ‘출교’를 선고했다. ‘출교’란 교단에서 완전히 추방되는 걸 의미한다.
이 목사가 자신이 받은 교단의 징계를 사회 법정으로 끌고 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교단의 징계로 인해 직업 수행의 자유와 노동권, 생존권, 양심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교단의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처벌하는 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므로 징계가 무효라는 것이다.
반면 기감 측은 이 목사의 징계 사유가 교단의 법에 규정된 ‘동성애 찬성 및 동조’에 있는 만큼 법원이 교단 교리 해석의 문제를 심사할 수 없고, 교단의 징계 또한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으므로 재판부가 이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 측이 제기한 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이원석)가 심리 중에 있다. 재판부는 심리에 앞서 이 목사와 교단 측에 각각 의견서를 제출토록 하고 그 의견서를 토대로 내년 3월 20일 양측을 불러 직접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소송은 ‘교단의 징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재판부가 교단의 내부 결정에 개입해 어떤 판단을 하려 한다면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교단의 징계가 절차상 큰 하자가 없는 한 법원이 교단의 징계를 뒤엎는 판단을 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사법부는 종교단체의 징계 결의 등 내부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심리·판단하지 않고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의 종교관련 판례에도 나와 있다. 예외적으로 교단의 결정이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와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교단 결정 절차 등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심사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교단 결정이 종교상의 교의나 신앙의 해석과 깊이 관련된다면 심사 대상이 안 된다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있다. 이 목사 측에선 교단의 징계를 사회 법정으로 끌고 간 이유가 있겠지만 그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목사가 제기한 소송을 사회적 이슈화하려는 측에선 이 목사의 퀴어축제 성 소수자 축복식을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 커플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허용한 것과 비교하며 한국교회도 동성애를 포용해야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와 가톨릭은 전혀 다른 종교다. 교리나 예식 등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종교를 단순 비교하는 자체가 무지다. 하나님이 죄로 규정한 동성애를 교황이 축복하든 말든 그건 가톨릭 내의 문제일 뿐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 교황청의 발표를 보면 동성 결혼식 관련이나 가톨릭 미사 등 교회 의식이 아닌 상황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일상적 축복’은 허용하지만 동성애가 교리상 죄악이며, 따라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오히려 내부 반발과 혼란만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부 교단은 산하 신학대학에서 재학생들이 축제 때 동성애를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해 시끄러웠다. 통합측은 이 문제로 총회에서 장로신학대학 총장을 경질하고 학교 측이 해당 학생들을 징계하기도 했다. 이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식 거행 또한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목사는 감리교단에서 신학을 배우고 목사 안수를 받은 성직자다. 그런 사람을 교단이 징계할 때는 그만한 타당한 이유와 분명한 근거가 있다. 다만 이 목사도 이 문제를 교단 밖으로 끌고 가는 선택을 하기까지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에 앞서 교단이 왜 자신을 징계했는지 자신을 살피고 언행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목사는 자신을 목사가 되기까지 키워주고 목회자로 인정해준 교단에 정면 대항하는 길에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교단의 징계 결정에 불복해 법정 소송을 제기한 것도 교단의 징계로 자신이 피해를 볼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작 더 큰 피해와 상처를 입은 쪽은 본인을 목회자로 길러준 감리교단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