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지키기에 나섰다.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 2심 재판 선고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 조 교육감의 무죄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2심 재판부에 제출됐다. 이 탄원서에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야당 국회의원 109명과 진보 성향 시민·교육단체,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종교계 인사까지 총망라됐다.
탄원서를 제출한 측은 1심 재판부가 범죄행위로 인정한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채를 “교육 현장의 역사적 상처를 씻고 화해와 공존을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했다. 조 교육감을 “기존 진보와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는 교육행정가”라고 치켜세우며 “소모적인 진영 대립을 넘어서려는 조 교육감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소망한다”라고 했다.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 민주당 내 과반수가 넘는 의원이 서명했다는 건 내달 선고를 앞둔 조 교육감 2심 재판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니 선거 때 정당 공천을 받지 않고 당적도 없는 교육감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100명이 넘는 야당 의원이 나선 게 아니겠나.
정치인들이 진영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건 그리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다. 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그 법을 위반한 사람을 봐주라는 탄원서에 집단적으로 이름을 올린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종교인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종교는 설령 범법자라도 관용을 베푸는 쪽에 서는 게 맞다. 법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측면에서 무조건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법을 위반한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침이 전제돼야 한다.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뉘우치지도 않는 사람을 종교의 이름으로 무조건 감쌀 수는 없는 일이다.
조 교육감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종교인은 김성영 목사, 미광선일 스님, 박창일 신부 등으로 알려졌다. 거명된 이름만 보고는 이들이 각 종교계를 대표할만한 인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들의 이름이 올라간 탄원서를 받은 재판부가 이 종교인들을 해당 종교를 대표하는 인사로 혼동할 가능성이다. 만약 재판부가 조 교육감 한 사람을 위해 한국의 전체 종교계가 들고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이면 재판은 법리가 아닌 정리로 흐를 위험 소지가 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10~12월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4명 등 총 5명을 부당한 방법으로 특별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채용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해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비서실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2021년 4월 23일, 2018년에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한 조희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이 특히 세간에 관심을 끈 건 문재인 정부 때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개시 1호 사건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공수처는 조 교육감과 한 전 실장의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2021년 9월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법상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만 직접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 등을 거쳐 조 교육감과 한 전 실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조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인물들을 내정한 뒤 직권을 남용해 이들을 채용하도록 지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졌고 지원자들은 임용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이 건이 교육감이 처벌받을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직교사들의 공무담임권이 회복된 상황에서 교육감 재량 범위 내에서 복직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 발전에 비춰볼 때 수용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만약 감사원이 죄 없는 사람을 고발했다면 공수처가 그걸 확인하고, 다시 검찰에 넘겼을 리 만무하다. 죄 없는 사람을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부가 그 기소내용을 그대로 인정해 금고 이상의 형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한결같이 부정하고 있다. 부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권을 이용해 불법적인 특혜를 준 부당 행위를 모두 “바르고 정당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조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 2022년 선거에서도 당선된 3선 교육감이다. 그런데 그가 지난 10년간 서울시 교육감직에서 수행한 일을 놓고 볼 때 정치적 성향, 진영논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게 주민 청구로 존폐기로에 놓인 ‘서울학생인권조례’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가 자신의 치적 중 하나인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을 처리하려 하자 지난 13일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서울시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22일까지 시위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교육감이 할 일인가는 서울시민의 판단에 맡긴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 지키기에 올인한 진보진영의 제 식구 감싸기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교육 수장으로서 법과 공정,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가를 엄중히 판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