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론은 오늘날 기독교 교리 중 가장 뜨거운 주제 가운데 하나이며 그만큼 오해와 혼란이 많다. 성령의 사역이 특별한 체험과 현상이라는 좁은 틀에서 이해됨으로써 성경이 증거하는 성령 사역의 광범위한 차원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적 체험의 차원을 넘어 성경 전체에서 펼쳐지는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 계획과 역사라는 관점에서 성령의 전 사역을 포괄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저자 박영돈 교수(고려신학대학원)는 신앙의 왜곡과 혼란이 난무하는 오늘의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믿는 기독교 진리를 보다 명확히 알고 더욱 풍성히 누리며 겸손히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고신대 교의학 교수로 2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과 오랜 시간 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긴 경험이 녹아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성령이 신적 인격(Divine Person)이시라는 사실이 성령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만약 성령이 인격이 아니시라면 기독교 신앙은 붕괴된다. 성령이 단순히 능력이나 영향력이라면, 신적 인격이 우리 안에 거하는 채널이 될 수 없다.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인격적으로 우리 안에 내재하실 수 없고,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연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면 우리를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갱신하려는 하나님의 구원 경륜은 좌절될 수밖에 없다. 성령이 신적 인격이시기에 성자와 성부의 인격적인 임재를 우리에게 중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주님이 그런 평안의 은혜를 주시겠다고 제자들에게 약속하셨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사도행전에서 누가는 요한이 증거한 보혜사의 약속이 구체적으로 성취된 것을 기록하였다. 성령 안에서 누리는 하나님 나라의 또 다른 복은 희락이다. 바울 사도는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고 은혜의 세계에 들어가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는 이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한다고 했다(롬 5:2). 심지어 환난 속에서도 즐거워한다고 말한다(롬 5:3) 데살로니가 교인들은 많은 환난 가운데서 성령의 기쁨으로 말씀을 받았다(살전 1:6). 사도들도 핍박을 받으면서도 기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믿노라고 하지만 하나님 나라와 전혀 상관없이 사는 이들이 많다.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옛 사람 그대로 살면서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고 스스로 착각한다. 이들에게 믿음은 죽어서 천국 가는 티켓 정도이지 지금 여기서 하나님의 통치 아래 들어가 사는 방편이나 원리는 아니다. 오히려 믿음이 이 땅에서는 하나님의 다스림을 거부하는 불순종의 삶을 살아도 죽은 뒤 천국을 보장해 주는 죄의 라이선스로 남용된다. 이렇게 믿음이 왜곡된 상황에서 믿음을 성령의 새 창조와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 시급하다. 구원이 무엇인가? 구원은 죄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이 통치하는 나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믿노라고 고백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런 의미의 구원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성령의 빛 가운데 있으면 우리는 빛보다 어두움을 먼저 느낀다. 그 빛 가운데서 우리의 어두움, 그 속에 숨겨진 자아의 모습, 우리의 추하고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두움을 보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얼굴빛을 접하는 증거이다. 그 빛 가운데 흉하게 일그러진 우리 얼굴을 볼 때, 그런 우리를 사랑과 긍휼과 용서의 눈빛으로 보시는 하나님의 얼굴을 마주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숨은 죄를 파헤쳐 정죄하는 심판자의 눈으로 보시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불쌍히 여기는 아비의 눈으로 보신다. 우리의 추한 죄를 보실 때도 증오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보시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들의 허물을 보는 아빠의 근심 어린 눈으로 보신다. 복음은 이 하나님의 눈빛에 대한 증거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