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회장 김성운 박사)가 지난 16일 총신대학교 제1종합관에서 2023 제122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성욱 박사(총신대)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유은혜 박사(연세대)가 ‘포스트모더니즘의 ‘통제적 매개성’을 극복하기 위한 ‘빛을 옷 입은 창조론’의 제안과 그 선교신학적 함의’ ▲강채준 박사(아신대, F.I.M 선교회)가 ‘인도네시아 내국인 사역자에 의한 자국내 선교 및 상황화 사례 연구-19세기 중부 자와 상황화 사역을 중심으로’ ▲유경하 박사(총신대)가 ‘동인도회사와 성경 번역’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복음에 있어 확실한 이미지, ‘예수 그리스도’
먼저, 유은혜 박사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선교’ 와 ‘자유’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확언한다. 교회가 진리의 복음을 전할 때, 주님의 진리는 인간을 자유케 한다”며 “그러나 거꾸로 마귀는 인간을 썩어짐의 종노릇 하도록, 영광의 자유에 이르지 못하도록, 인간을 얽매고 압제한다. 따라서 선교학은 자유와 압제의 문제에 씨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 박사는 “포스트모던과 중세의 공명되는 논리, 즉 포스트모더니즘의 ‘이질성’의 강조가 가져오는 ‘매개성’의 필연적인 귀결에 나타나는 통제성을 인식하고, 모더니즘의 ‘일의성’, ‘직접성’을 다시 보아야 한다”며 “일의성 자체를 전체주의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적 일의성’을 거부하고, 다른 종류의 일의성, 즉 일의성과 매개성을 함께 연합한 미래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포스트모더니즘의 파편성의 문제가 반드시, 제3의 길이라는 급진정통주의의 통제적 매개성을 받아들이는 비자유의 길로만 갈 필요가 없다”며 “급진정통주의는 모더니즘의 직접성을 공격하며, 매개성이란 피조물의 속성인 유한성에 동반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창조의 한 측면이기 때문에 선한 것이라고 우리로 하여금 통제적 매개를 받아들이라 설득하려 하지만, 빛을 입은 창조론은 이미 매개성과 동시에 또한 직접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점점 매개성은 얕아지고 직접성은 분명해질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른 교회와 함께’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기독교는 주장한다”며 “예수의 빛을 아직 입지 못한 자들에게 그 빛 안에 거하도록 선교하며, 새로운 교회들을 세워야만 우리는 새로운 교회들과 함께 오직 천국의 새 예루살렘을, 진리의 넓이, 높이, 깊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은혜 박사는 “우리에게 복음에 있어서 이미 확실한 이미지가 주어졌다. 그것은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이라며 “구원의 유일한 이름을 알며 구원의 충분조건인 진리를 안다. 그러나 동시에, 선교를 통해서 이루게 되는 하나님의 나라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의 복음 전도는 이러한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진리의 확실성을 가지고 다른 세계 교회들을 세워야 한다”며 “그들과 함께 아직 오지 않은 그 이미지, 즉 복음전도의 완성인, 선교의 완성인 하나님의 나라, 여호와의 영광의 지식의 충만함을 이 땅 위에서 미리 보여줄 수 있도록, 함께 그 나라의 한 모형(figure)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결국 우리는 벌거벗은 몸으로 예수의 옷을 아직 입지 않고 살아가는 불쌍한 영혼들에게 예수그리스도의 빛의 옷을 입고 구원받도록 선교할 때, 그들은 이제 예수의 옷을 입은 예수의 모형이 되고, 그들 역시 내가 갖지 않은 다시 오실 예수님의 그 모습, 완전한 하나님 나라의 한 부분을 증거하고 대변할 것”이라고 했다.
유 박사는 “우리는 예수의 빛 안에서(이 세상 그 누구의 계몽의 빛, 제3의 빛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리를 알며 보고 전파한다”며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리의 존재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진리를 전혀 알 수도 볼 수도 없기에, 자의적인 진리주장들과 해석들을 가톨릭의 전통이 통제하는 ‘해석경찰’, ‘통제적 매개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한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 영광의 광채이신 예수의 빛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알고, 보고, 소망한다”며 “포스트모더니즘의 매개적 통제로의 회귀 방향에서 벗어나 우리는 이제 담대하게 세상의 유한한 것들로 자신들의 벗은 몸들, 죄악과 수치를 가리려고 하는 영혼들에게 빛의 의의 옷을 입는다면 하나님 앞에 담대하게 설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진리를 알고 진리 안에서 자유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복음전파에 더욱 자신 있게 나아가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그렇게 새롭게 예수의 모형이 된 형제자매들과 함께, 그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형상을 대변하고 증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기존의 문화적 정체성 유지한 그리스도인 되도록 노력해야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강채춘 박사는 “이슬람교의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에 비하여 기독교의 전파가 상대적으로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은 먼저, 선교가 식민지 경영의 일부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복음의 가치가 우선시 되지 않는 선교는 진정한 복음을 전하지도 못하고, 합당한 열매를 맺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둘째는 상황화의 부재이다. 이슬람교가 태생으로부터 혼합주의에 기반한 종교로서 종교의 전파 과정에서 각 지역의 토속종교를 포용·수용하면서 이슬람의 신비주의·수피즘의 틀 안에 포용한 것과 다르게 초기 기독교 선교는 철저하게 현지의 종교와 삶의 모습을 배척했다”며 “이는 복음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복음을 수용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문화와 삶의 방법이 모두 미개하고, 악마적인 것으로 부정당함에 대해 심리적으로 복음에 저항하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 쿨랜과 토사리가 자와 문화의 전통인 커자웬을 바탕으로 와양과 춤, 노래를 통해 상황화시켜서 복음을 전했다”며 수 세기 동안 지지부진했던 인도네시아 자와 지역에서의 선교 사역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또한 “쿨랜과 토사리의 사역 모델은 이미 상황화를 통해 인도네시아 전역에 자리 잡은 이슬람과 달리 상황화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당시까지의 기독교 선교의 흐름을 바꾸어 비로소 인도네시아 기독교에서도 상황화의 모델을 가질 수 있게 했다”며 “그들은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외부 사역자들은 할 수 없는 사역을 감당함으로 기독교가 외래 종교로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그동안의 상황을 극복했다”고 했다.
아울러 “타종교가 먼저 상황화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는 상황화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 태도나 타종교의 상황화가 혼합주의라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우리도 혼합주의를 피하기 위해 상황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는 선교 현장에서 지양해야 한다”며 “복음을 전하는데 있어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와 나사렛 사람 예수를 구별하는 지혜를 구하고 우리가 선교하는 대상이 어설픈 한국인 기독교인이 아닌 기존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비판적인 상황화의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가장 세속적인 조직 통해 이루어진 성경 번역… 네덜란드 개혁교회와 영국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신학적 배경 뒷받침 돼
이어 마지막 세 번째로 발제한 유경하 박사는 “종교개혁으로 촉발된 개신교의 성경 번역은 평신도의 손에 성경을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전환점을 만들었다”며 “성경 번역을 주도한 사람들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와 영국 동인도 회사 소속 채플린과 소속 직원들이었다”고 했다.
유 박사는 “성경 번역을 주도한 이들의 선교사적 특징은 먼저, 근대 성경 번역은 네덜란드 개혁주의와 영국 복음주의라는 신학적 배경 하에서 맺혀진 결실”이라며 “ 아시아 지역 언어로의 성경 번역은 자국의 목회자와 현지의 채플린, 동인도 회사 직원, 평신도 정치가 그룹과 선교단체들, 이를 후원하는 무명의 평신도들 모두의 믿음과 열정과 연합의 열매였다”고 했다.
이어 “둘째는 가장 세속적인 조직과 선교사역이 동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며 “이윤 추구를 최대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 할지라도 믿음의 사람들이 신앙의 기개를 지킬 때, 세속적인 조직은 복음 전파의 가장 효과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셋째로 동인도 회사 소속 채플린과 직원들의 성경 번역으로 향후 선교사역의 초석이 마련됐다”며 “그들의 성경 번역으로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자국어로 된 성경을 소유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후 들어간 선교사들의 사역이 효과적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가장 세속적인 조직을 통해 이루어진 성경 번역이 3세기에 걸쳐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에 의해 중단 없이 이루어진 것은 네덜란드 개혁교회와 영국 복음주의 부흥운동이라는 신학적 배경이 뒷받침이 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건전한 신학과 흔들림 없는 믿음의 사람들이 있다면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풍성한 열매를 맺으며 새로운 선교역사가 써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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